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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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첫 번째 독후감은 책이 아니라 잡지에 대한 것입니다. 다산북스가 지난 가을 창간한 계간잡지 <에픽>입니다. 제가 읽은 잡지는 <에픽 #2>입니다. 그러니까 2021년 신년호인 셈입니다.


잡지를 읽고서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에픽 #1>, 즉 창간호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에픽>은 픽션과 넌픽션을 아우르는 신개념 서사 중심의 문학잡지라는 설명입니다. 1. 서사시, 2. 웅대한, 3. 영웅적인, 등을 의미하는 영어 ‘epic’의 모음에 ‘i’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란, 서사란, 하나의 내[i]가 다른 나[i]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설명을 읽으면서 강남구에서 내세운 ‘ME() ME() WE(우리)’라는 홍보문구가 생각납니다. 각각의 단어는 문제가 없지만, 신박하다고 생각했을 해석이 문법적으로 오류가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간지 <에픽>에서 내세운 ‘epiic’이란 단어를 구글에 넣어보면 다양한 의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창조적인 일이나 지도자교육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였습니다. 아일랜드 환경청의 EPIIC‘Environmental Policy Integration-Innovation and Change’의 머릿글자 모음이고, 터프트 대학의 글로벌 리더십 연구소에서는 ‘Education for Public Inquiry and International Citizenship’의 머릿글자 모음입니다. 그런가하면 미국 보스턴에서는 epiic solution이라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여름방학 과정이 있습니다. 사고방식과 방법 그리고 사회연결망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혁신과 창업에 관한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계간지 <에픽>은 기존의 문학잡지와는 차별화된 창조적인 무엇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느낌이라서 두루 사용되고 있는 영어 단어 epiic의 의미와 부합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잡지는 세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creative non-fiction’은 창조적인 비소설 부문입니다. 2‘virtual essay’는 소설과 비소설이 만나는 부문입니다. 3fiction은 소설부문입니다.


<에픽 #2>창조적 신세계를 내세웠습니다. 각 부분에는 주제에 걸맞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1부에서는 구술생애사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고 계신 최현숙 작가가 취재한 여성 노숙인의 삶, 밀리터리 덕후가 된 소설가의 이야기, 응급실 노동자들의 속마음을 취재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흔히 읽어볼 수 없는 글이란 생각입니다. 2부에서는 독특한 독후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선정하여 서로 비교해서 쓴 독후감입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이라는 TV방송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는 방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형식의 독후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부에서는 5편의 단편소설을 실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없지 않았습니다. 굳이 외래어를 써야했을까 싶은 대목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저는 외국어에 강박증이다 싶을 정도로 과민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하는 책에서는 외래어를 최대한 우리말로 옮겨보았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도 책을 읽는 분들이 우리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어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는 의미가 바로 와 닿지 않더라고 반복해서 읽다보면 그 뜻을 찾아보시고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잡지는 한권 분량의 책입니다만,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얻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실험정신이 가득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글줄깨나 쓴다는 분들로서는 호기심이 일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1부의 비소설부문과 3부의 소설부문에는 등단여부와 관련 없이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일정한 수준을 맞춰야 발표가 가능하겠지요? <에픽>의 정신에 맞는 창조적인 양식과 내용의 글을 써 응모해보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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