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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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을 여행하다보면 그곳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로부터 고려-발해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고, 또 학창시절 국사과목을 통하여 배워 역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의 역사, 즉 세계사는 그 범위에 비하여 배정된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솔직하게 말씀드려 수박 겉핥기 식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가 더 재미있기도 합니다.


다산초당에서 기획한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고대~근대편>을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선 제목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역사면 역사지 흑역사는 무엇일까 싶었습니다. ‘흑역사라는 용어는 1999년말 방영된 일본의 만화영화 <건담>에서 사용된 것으로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거나 없던 일로 된 과거이 일을 말하는 신조어라고 합니다. 빌 포셋 등 12명의 필진이 참가하여 고대 페르시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인간 군상이 만들어낸 101가지 실수를 다루었습니다. 이와 같은 실수들 가운데 어떤 실수는 재앙을 야기했고 어떤 실수는 우리가 생각하거나 인식하는 방식을 몰라보게 바꾸어 놓았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원제목은 <101 Stumbles in the March of History>입니다. 직역을 하면 <역사의 행진에서의 101가지 걸림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대부분의 사건이 누군가의 실수로 역사의 흐름이 바뀐 것 맞습니다. 하지만, 안전유리의 개발과 같이 실수로 인하여 우리네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사건도 있었고 보면, 걸림돌이니 흑역사니 하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역사라는 것이 대부분 상대적인 것이라서 누군가의 실수로 인하여 손해를 본 쪽이 있으면 상대방은 이득을 본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에서 보면 흑역사가 아닌 셈입니다.


제목부터 시비를 붙인 셈입니다만, 역사의 흐름은 정말 누군가의 얼척 없는 판단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최선이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 사건은 후세 사람들의 평가를 받을 일이라고 했던가요? 후세 사람들도 입장에 따라서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필진 가운데는 역사를 전공하신 분도 있지만, 소설가 혹은 작가가 많은 편입니다. 필진에 따라서는 실수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역사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가를 상정해보기도 합니다. 일종의 대체역사를 서술하였습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오해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그리스, 로마, 비잔틴,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를 거쳐서 미국에 더하여 일본 역사와 관련된 2개의 이야기와 영국의 식민지시절의 인도 이야기 하나가 덤으로 들어가 모두 50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본에 관한 이야기 2개는 모두 우리나라와 연관이 있습니다. 하나는 여-몽 연합군의 일본정벌과 관련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선조 때 벌어진 왜란을 다루었습니다. 이야기들 가운데는 정말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꿀만한 큰 사건도 많습니다만, 그럴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흑역사의 세상으로 시간과 공간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각 여행의 말미에서 그런 흑역사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우리 삶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라고 서문에 해당하는 글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는 이유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의 기획은 참신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역사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한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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