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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 인생 후반의 시간을 잘 기획하고 잘 쓰는 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 유영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 들어 일터를 옮겼습니다. 12년을 일해 온 직장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앞으로 4년을 더 도와달라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만, 뭔가 달라진 느낌이 결국은 일을 접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뒤에도 되돌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도 섭섭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앞으로 4년 정도 더 일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불편함이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고, 그때는 갈만한 곳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결단은 2년 전에 내렸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체력이 지금보다 더 나았을 때 결단을 내렸어야 했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오래 전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한 지금의 병원은 규모로 보아 업무에 익숙해지는데 유리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업무의 양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업무를 덜어줄 직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저지른 작금의 상황은 메이지대학교 문학부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쓴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와는 숫자를 제외하면 맥을 같이 하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에 들어간 55라는 숫자는 55세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다카시 교수는 55세라는 나이에 이르면 삶에 여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마지못해서라도 ‘이제 슬슬 전환점이 왔구나’하고 자각하게 되는 나이라고 했습니다.
전작인 <성숙력-45세를 이후로 후회 없이 사는 인생 리스타트>의 속편인 셈입니다. 45세를 짚었던 것은 인생을 90년으로 보았을 때 반환점을 도는 시점으로 보았던 것인데, 55세라고 한다면 그 사이에 세상이 바뀌어 인생을 110년으로 본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일본의 직장의 정년은 65세라고 하는데, 55세에 이르면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업무를 물려주고 뒤로 물러나앉는 시점이라는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10년의 시점을 두고 은퇴를 준비한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10년이라는 기간은 꽤나 길어 보입니다만, 금세 지나가는 세월입니다. 따라서 계획을 잘 세워야 훗날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인생의 나머지 절반’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방법들을 시간활용법 중심으로 생각해보는 안내서라고 하였습니다. 제 경우는 금년에 67살이 되어가고 있으니 이 책에서 이야기한 35년의 기간 가운데 3분의 1을 보낸 셈입니다. 그리고 보니 이번에 그만 둔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의 나이가 55살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인생의 나머지 절반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시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옮긴 직장 역시 잊고 있었던 본업에 복귀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65살에 은퇴를 하면 전공을 살려 3국에서 봉사하면서 삶을 마무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까지 여섯 차례의 전직을 통하여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아서 아마도 편안하게 쉬는 기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55가 아닌 어느 숫자에 이르러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준비를 하는데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장에서 정리해놓은 55세 이후의 시간활용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3-5장에 이르는 실천편은 구체적으로 여생을 설계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지겨운 일도 무료함보다 괴로울 수는 없다고 한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굳이 밝힐 이유는 없어 보이는 소소한 것들 가운데 저와 생각이 다른 것도 없지는 않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오래 전에 읽은 <갈 곳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의 저자가 일본의 남자들은 정년을 하고나면 정말 봐줄 수가 없다는 주장이 옳은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꼭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