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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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습니다. 생기를 잃은 신체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단어가 있겠습니다만, 죽음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주검이라는 우리말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시체라는 단어를 넣어서 제목을 지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장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케이틀린 도티의 두 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 백화점에 갔다가 어린아이기 추락해서 죽음을 맞는 사고를 목격하고는 죽음을 화두로 삼았다고 합니다. 대학에서는 중세사를 전공하면서 죽음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화장장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정리한 <잘 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을 썼다고 합니다. 미국의 장례문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첫 번째 책의 후속으로 다른 문화권에서는 시체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미국에서도 다변화되는 장례문화를 소개하기 위하여 콜로라도의 크레스톤에서 하고 있는 야외화장, 노스캐롤라이나의 컬로위에서 하고 있는 인간 재구성 프로젝트, 캘리포니아주 조슈아트리에서 하고 있는 자연장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 토라자에서의 마네네 의식, 멕시코 미초아칸의 망자의 날 축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알티마 장의사, 일본 도쿄에서의 고쓰아게부터 라스텔까지, 그리고 볼리비아 라파스에서의 냐티타 등,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여 장례의식에 참여해본 경험을 소개합니다. 물론 세상은 넓기 때문에 여기 소개된 지역의 장례의식과는 또 다른 형태의 장례의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장례문화가 확 달라졌습니다. 제가 처음 겪은 장례식은 지금으로부터 51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이었습니다. 살아오시던 집에서 임종을 맞았고, 장례까지 치렀습니다. 시골에서 3일장으로 치른 장례식 내내 안방에 모신 할머니의 주검 앞에 놓은 향로의 향불을 꺼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맡은 임무였습니다. 마당에는 커다란 천막을 치고 찾아오시는 문상객을 대접했습니다. 장지는 집에서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앞산이었습니다만, 발인하는 날에는 상여에 모시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사시던 동네와 작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도 1년 동안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는 밥과 국을 올리는 삭망 차례를 지냈고, 1년 뒤에 탈상을 하였습니다. 삭망차례를 지내는 동안 부모님과 손자들은 같이 곡을 하면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렸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증조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는 같은 형식으로 치렀습니다. 하지만 20년 전에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고, 화장을 하여 화장터에 있는 납골당에 임시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나서서 가족묘 형식의 납골당을 지어 모셨습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장에서 상례를 치르고, 화장을 하여 가족묘인 납골당에 모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장이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3년상을 치렀고, 뼈대 있는 가문에서는 장손이 시묘살이까지 했던 조선시대의 장례문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용광로방식의 산업적인 화장은 1869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의 의사들이 매장이 비위생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장례를 지낸 주검을 가매장하거나 집에 모셨다가 장례가 있는 날 유골을 닦아서 매장하는 본 장례식을 지낸다고 합니다. 종교나 장례 등과 같이 나름대로의 철학이 깃들어있는 분야에서는 어느 방식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작을 쌓은 위에 주검을 올려놓은 뒤에 화장하는 힌두교식 장례 절차를 다른 문명에서 따라하는 것은 힌두교도가 아니라면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멕시코의 미초아칸에서 열리는 망자의 날 축제가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 2016년에 개봉된 영화 <007 스펙터>의 영향으로 생긴 것이라 해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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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파괴 -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 아마존의 유일한 성공 원칙
콜린 브라이어.빌 카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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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으로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전자상거래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쿠팡이라는 배송업체가 대박을 내더니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이변이 일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자상거래를 주도하는 기업 가운데는 아마존이 가장 성공을 거둔 기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존은 1994년 제프 베조스가 설립하였고, 이듬해부터는 가상공간의 서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1997년부터는 영화, 음악, 전산기 이용기술, 전자제품, , 가구, 음식, 장난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주문받아 배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아마존의 성공을 이끈 특별한 무엇에 대하여 정리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그 내부의 원칙이나 원리를 설명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순서 파괴>는 아마존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독립한 콜린 브라이어와 빌 카가 함께 쓴 책입니다. 두 사람이 아마존에 근무한 기간을 합치면 27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창립 17주년이 되는 아마존이 창립해서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근본적으로 동력이 되었던 것인지를 제대로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에 4가지 문화가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경쟁자가 아닌 고객에게 집착할 것’, ‘장기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사고하며 다른 기업들보다 길게 투자할 것’,‘실패할 위험이 있더라도 발명에 열정을 불태울 것’, ‘탁월한 운영에 대해 전문가적 자부심을 느낄 것등입니다. 어쩌면 설립 당시부터 나왔던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사업체건 모이이건 세월이 흐르면서 기조가 가다듬어지고 발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2000년부터 아마존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의 아내들이 친한 까닭에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아마존을 그만두고서 다양한 기업들에서 함께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도 아마존에서 익힌 다양한 기업관리 요령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아마존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존의 기이한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아마존이 어떻게 비범한 성과를 창출했는지를 분명하게 정리한 책이나 자료가 없었다(25)”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아마존인 되기가 성공적인 조직을 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마존인이 된다면 매우 실용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원칙 ; ‘아마존인이 된다는 것에서는 경영전략, 채용, 조직화, 커뮤니케이션, 워킹 백워드, 성과지표 등을 주제로 하여 아마존 내부의 업무절차를 운용하는 원칙을 설명합니다. 2실전 : ‘발명 머신이 된다는 것에서는 킨들, 아마존프라임, 프라임비디오, 아마존웹서비스 등 아마존이 개발해낸 특별한 상품 혹은 영업전략을 설명합니다.


책의 내용 전체가 기업 혹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만, 1장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14가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고객에 대한 집착, 2. 주인의 식, 리더는 주인이다, 3. 발명과 단순화, 4. 올바름, 5. 학습과 호기심, 6.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개발하기, 7. 최고의 기준 고수하기, 8. 크게 사고하기, 9. 행동 우선하기, 10. 절약하기, 11. 신뢰 얻기, 12. 깊이 파고들기, 13. 기개 지키기: 타협하지 않고 헌신하기, 14. 결과 창출하기, 등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내용입니다만, 기업에서 적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 것도 있습니다.


발전단계에서 채용되어 빛을 보았다가 기업이 확대되면서 폐기된 것도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투 피자 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피자 두 판 먹기정도로 옮길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피자 두 판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인원, 즉 열 명을 넘기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새롭게 일을 시작한 직장에서 책읽기 모임을 시작하려하는데, ‘피자 두 판 먹기의 원칙을 적용해볼까 싶습니다.


옮긴이는 이 책의 제목 <Working Back Wards><순서 파괴>로 옮겼습니다만, 아이디어를 심사하고 신제품을 만드는 체계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읕 신제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서 이 부분을 요약하지 않았습니다.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꼼꼼하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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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 - 2022 우수환경도서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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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시간과 물을 어떻게 연결하여 한권의 책을 만들었나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입니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때로는 위협적으로, 때로는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바친다.’라고 적은 헌사는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철학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후 세대가 살아야 할 곳이라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근무한 연구소에는 아이슬란드의 고문학인 사가(saga)의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코덱스 레기우스는 북유럽 신화의 두 번째 주요 원전으로 바그너, 보르헤스, 톨킨 등이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예언녀의 계시에는 라그나뢰크, 즉 세상의 종말을 묘사한 장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태양이 지고 대지가 바다에 가라앉는다. 하늘에서 빛나던 빌들도 사라진다. 불꽃이 만물의 생명수인 세계수를 집어삼키니 불길이 타올라 하늘까지 치솟는구나.” 세상의 종말이 어떨지는 쉽게 가늠되지 않습니다. 옛날에 시청한 영국 TV연속극 <닥터 후>에 세상의 종말의 순간을 지켜보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연구소에는 1903년부터 1973년까지 아이슬란드의 전역에서 채록한 음성자료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민요를 채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녹음기에 붙잡아 놓은 셈인데, 저자는 시간을 포착한다는 발상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저 가느다란 릴 속의 노인들처럼 조만간 사라질게 될까.(23)”라는 생각에 가족 가운데 할아버지 세 분과 할머니 두 분의 이야기를 채록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선산에 찾아가 조상님들의 행적을 말씀해주시는 선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둔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던 장소를 다시 찾아 정리해보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경관기행(景觀紀行)이 되는 셈인데, 아직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작업은 뒷날로 미루고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제공하는 영상으로 가보려 생각합니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1951년에 제작한 영상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1951년 바트나예퀴들 빙하 바우르다르붕카산에서 찍은 거란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오래전 일도 거의 다 기억하는데, 사진이라도 있으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뭔가 꼬투리가 있으면 흐려졌던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아이슬란드의 옛날 풍경에 등장하는 빙하가 변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간과 물과의 관계를 뒤쫓는 꼬투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빙하가 물러나는 곳은 아이슬란드 뿐 아니라 히말라야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히말라야를 연결하는 고리는 2009년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어려움은 아이슬란드어로 된 인명이나 지명이 길고 생소한 까닭에 머릿속에 생각이 눈으로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 말과 인도 말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시간과 물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극지에 있는 빙하는 빙하기의 산물인데, 산업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이 전적으로 화석연료의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인지, 지구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지구적으로 가속되고 있는 산업문명의 후유증으로 생긴 이산화탄소의 폭증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한줄로 요약되는 것을 한권의 책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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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수상록 동서문화사 월드북 12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손우성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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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몽테뉴 수상록을 모두 읽었습니다. 직장이 있던 원주나 유성에 머물 때 주로 읽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무려 6년반 정도 걸린 듯합니다. 오랫동안 읽기를 쉬다보니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한 것도 몇 차례입니다. 프루스트 전문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앙투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맛>을 읽고 쓴 독후감은 라포르시안에 연재하던 양기화의 북소리에서도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아내가 고른 양기화의 BOOK소리; https://blog.naver.com/neuro412/222248887265>에도 담았습니다.


<몽테뉴 수상록, Les Essais>는 몽테뉴가 보르도 고등법원의 참사를 그만둔 1570년 집필을 시작하여 10년이 된 1580년에 전2권으로 출간하였고, 이후 수정과 가필을 거쳐 1588년에 전3권으로 증보하였습니다. 이후에도 가필과 수정을 더하였고, 그가 죽은 뒤 1595년에 신판이 나왔답니다. ‘인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똑같은 결과에 도달한다라는 주제로 시작하여 슬픔, 협상, 나태, 거짓말쟁이, 공포심, 상상력 등 모두 107개의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등 다양한 옛 자료에서 고른 경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가히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다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450년 가까운 옛날에 쓴 책이지만, 오늘날 읽어도 와 닿는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몽테뉴 수상록>을 바탕으로 한 2차 저작물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복잡한 현대의 생활에서도 몽테뉴가 제안하는 삶의 윤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몽테뉴 수상록>에서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살 것인가하는 삶의 미학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루스트 전문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앙투안 콩파뇽은 <몽테뉴 수상록>에서 고른 40개의 주제에 관하여 <몽테뉴 수상록>을 재해석한 글을 <인생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인생의 맛>에서는 몽테뉴가 신장결석을 앓았고, 이를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나 의술을 불신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몽테뉴 수상록>을 읽어보면 신장결석이 아니라 담석증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담석증도 신장결석만큼이나 통증이 대단한 병입니다. <몽테뉴 수상록>에는 의술과 의학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술의 속임수(기만)’, ‘의술은 필요 없는 것등으로 제목을 적은 것은 보면 몽테뉴가 의사와 의술을 얼마나 믿지 못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사실 450년 전의 프랑스 의학의 수준은 요즈음의 의학 수준과 비교할 수조차 없었을 터이니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몽테뉴가 요즘 세상을 살았더라면 의학이나 의술에 대하여 찬양하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저도 몽테뉴씨에게 의술에 대한 변명을 적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요즈음 우리 법조계에서 화재가 되고 있는 기억력과 거짓말에 관한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몽테뉴는 자신의 기억력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자인합니다. 그러면서 기억력이 약한 대신 다른 소질이 강화되더라고 했습니다. 말이 짧아지더라는 것입니다. 기억력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될 생각을 아예 말라고 합니다. ‘거짓을 말한다거짓말 한다의 차이도 설명합니다. ‘거짓을 말한다라는 의미는 그릇된 일을 말하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 것이고, ‘거짓말 한다는 자기가 알고 있는 바와 반대되는 일을 말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거짓말은 저주받을 악덕이다. 우리는 오로지 언약을 지킴으로써만 사람이 되며 서로 믿고 살아갈 수 있다. 거짓말의 가중함과 그 무서운 결과를 잘 알고 있다면, 우리는 다른 범죄보다도 이런 짓을 마땅히 화형에 처해야 할 일이다.” 거짓말의 중대함은 죽음으로 배상해야 할 정도로 나쁜 짓이라는 것입니다. 거짓말하려면 차라리 침묵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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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 - 국가는 정당한가
홍일립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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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처럼 국가의 정체성에 관하여 고민을 해본 적이 있던가 싶습니다. 국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국가는 누구를 위해 있는 걸까?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국가는 필요할까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국가의 딜레마>는 이런 의문을 가진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쓴 홍일립박사는 사회사상·정치경제학·미술사 등을 공부했고, 예술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라고 간략하게 소개되었습니다. 이 정도 소개만으로는 책이 지향하는 바를 파악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저자는 저보다 조금 늦은 1976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하셨다고 합니다.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세대였습니다. 저자는 학생운동가로 시작하여 용접공, 기업가, 정치인을 거쳐 지금은 은퇴하여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젊었을 적에는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선대위의 기획실장을 맡아 대선을 치렀고, 당선 후에는 정치판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원을 지냈다는 것을 보면, 진정한 노사모였던 것 같습니다. 전작 <인간 본성의 역사>가 나온 뒤에 나온 서울신문의 기사를 보면, “정치판에서 인간의 탐욕을 봤어요. 공인의 책무나 책임 윤리에 대한 성찰 없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치가 전도된 우리 사회의 실상을 느꼈어요.”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가 정치판을 떠난 이유일 듯합니다.


제가 앞서 적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은 저자의 서문에서 따온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담겨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국가는 정당한 조직인가?”하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국가의 비천한기원”, “국가라는 괴물”, “반국가주의자들”, “민주주의는 희망의 언어인가?”, “국민의 국가의 주인인가?”, “국가의 딜레마의 순서로 국가의 정체성을 정리해나갔습니다.


국가라는 집단형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그렇게 생겨난 국가가 특히 다른 국가와의 충돌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하여 내세웠던 국가주의라는 개념의 정체, 그리고 국가라는 사회적 형태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장도 소개합니다. 소련의 사회주의체계가 붕괴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가 과연 정답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 민주주의의 본질, 특히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리고 수천년이 흐르는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이상적인 형태의 정치체계가 되었어야 할 민주주의는 여전히 허점 투성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국민이 과연 국가의 주인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누구나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권력을 탐하는 자들도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내세웁니다. 하지만 권력을 쥔 자가 보기에 국민은 선동에 휩쓸리는 군중에 불과하고 권력의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달콤한 언사로 국민들을 호도하여 권력을 쥔 자들 역시 과거의 독재자들의 행태를 닮아가는, 아니 더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런데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쪽에 세워진 국가는 일인독재체제이고, 남쪽의 역대 정권은 자유국가의 형틀을 갖추었지만, 이상한 나라라고 단칼에 정리하였습니다. 초대 대통령은 무능과 부패, 이어서는 철권통치를 휘두른 독재자로, 이어들어선 군사정권의 대통령은 임기 뒤에 감옥으로, 그 뒤로도 권력형 부패와 국기 문란으로 두 명의 대통령이 수감되는 등, 건국 이래 최고 권력자는 민주주의의 옹호자 김영삼과 김대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삶을 정상적으로 마무리 짓는 행운을 얻지 못했다라고 하였습니다. 현 정권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언제쯤 현 정권에 대한 생각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저자는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이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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