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물에 대하여 - 2022 우수환경도서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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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시간과 물을 어떻게 연결하여 한권의 책을 만들었나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입니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때로는 위협적으로, 때로는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바친다.’라고 적은 헌사는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철학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후 세대가 살아야 할 곳이라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근무한 연구소에는 아이슬란드의 고문학인 사가(saga)의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코덱스 레기우스는 북유럽 신화의 두 번째 주요 원전으로 바그너, 보르헤스, 톨킨 등이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예언녀의 계시에는 라그나뢰크, 즉 세상의 종말을 묘사한 장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태양이 지고 대지가 바다에 가라앉는다. 하늘에서 빛나던 빌들도 사라진다. 불꽃이 만물의 생명수인 세계수를 집어삼키니 불길이 타올라 하늘까지 치솟는구나.” 세상의 종말이 어떨지는 쉽게 가늠되지 않습니다. 옛날에 시청한 영국 TV연속극 <닥터 후>에 세상의 종말의 순간을 지켜보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연구소에는 1903년부터 1973년까지 아이슬란드의 전역에서 채록한 음성자료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민요를 채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녹음기에 붙잡아 놓은 셈인데, 저자는 시간을 포착한다는 발상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저 가느다란 릴 속의 노인들처럼 조만간 사라질게 될까.(23)”라는 생각에 가족 가운데 할아버지 세 분과 할머니 두 분의 이야기를 채록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선산에 찾아가 조상님들의 행적을 말씀해주시는 선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둔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던 장소를 다시 찾아 정리해보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경관기행(景觀紀行)이 되는 셈인데, 아직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작업은 뒷날로 미루고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제공하는 영상으로 가보려 생각합니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1951년에 제작한 영상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1951년 바트나예퀴들 빙하 바우르다르붕카산에서 찍은 거란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오래전 일도 거의 다 기억하는데, 사진이라도 있으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뭔가 꼬투리가 있으면 흐려졌던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아이슬란드의 옛날 풍경에 등장하는 빙하가 변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간과 물과의 관계를 뒤쫓는 꼬투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빙하가 물러나는 곳은 아이슬란드 뿐 아니라 히말라야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히말라야를 연결하는 고리는 2009년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어려움은 아이슬란드어로 된 인명이나 지명이 길고 생소한 까닭에 머릿속에 생각이 눈으로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 말과 인도 말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시간과 물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극지에 있는 빙하는 빙하기의 산물인데, 산업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이 전적으로 화석연료의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인지, 지구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지구적으로 가속되고 있는 산업문명의 후유증으로 생긴 이산화탄소의 폭증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한줄로 요약되는 것을 한권의 책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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