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딜레마 - 국가는 정당한가
홍일립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즈음처럼 국가의 정체성에 관하여 고민을 해본 적이 있던가 싶습니다. 국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국가는 누구를 위해 있는 걸까?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국가는 필요할까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국가의 딜레마>는 이런 의문을 가진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쓴 홍일립박사는 사회사상·정치경제학·미술사 등을 공부했고, 예술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라고 간략하게 소개되었습니다. 이 정도 소개만으로는 책이 지향하는 바를 파악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저자는 저보다 조금 늦은 1976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하셨다고 합니다.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세대였습니다. 저자는 학생운동가로 시작하여 용접공, 기업가, 정치인을 거쳐 지금은 은퇴하여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젊었을 적에는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선대위의 기획실장을 맡아 대선을 치렀고, 당선 후에는 정치판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원을 지냈다는 것을 보면, 진정한 노사모였던 것 같습니다. 전작 <인간 본성의 역사>가 나온 뒤에 나온 서울신문의 기사를 보면, “정치판에서 인간의 탐욕을 봤어요. 공인의 책무나 책임 윤리에 대한 성찰 없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치가 전도된 우리 사회의 실상을 느꼈어요.”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가 정치판을 떠난 이유일 듯합니다.


제가 앞서 적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은 저자의 서문에서 따온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담겨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국가는 정당한 조직인가?”하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국가의 비천한기원”, “국가라는 괴물”, “반국가주의자들”, “민주주의는 희망의 언어인가?”, “국민의 국가의 주인인가?”, “국가의 딜레마의 순서로 국가의 정체성을 정리해나갔습니다.


국가라는 집단형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그렇게 생겨난 국가가 특히 다른 국가와의 충돌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하여 내세웠던 국가주의라는 개념의 정체, 그리고 국가라는 사회적 형태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장도 소개합니다. 소련의 사회주의체계가 붕괴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가 과연 정답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 민주주의의 본질, 특히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리고 수천년이 흐르는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이상적인 형태의 정치체계가 되었어야 할 민주주의는 여전히 허점 투성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국민이 과연 국가의 주인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누구나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권력을 탐하는 자들도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내세웁니다. 하지만 권력을 쥔 자가 보기에 국민은 선동에 휩쓸리는 군중에 불과하고 권력의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달콤한 언사로 국민들을 호도하여 권력을 쥔 자들 역시 과거의 독재자들의 행태를 닮아가는, 아니 더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런데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쪽에 세워진 국가는 일인독재체제이고, 남쪽의 역대 정권은 자유국가의 형틀을 갖추었지만, 이상한 나라라고 단칼에 정리하였습니다. 초대 대통령은 무능과 부패, 이어서는 철권통치를 휘두른 독재자로, 이어들어선 군사정권의 대통령은 임기 뒤에 감옥으로, 그 뒤로도 권력형 부패와 국기 문란으로 두 명의 대통령이 수감되는 등, 건국 이래 최고 권력자는 민주주의의 옹호자 김영삼과 김대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삶을 정상적으로 마무리 짓는 행운을 얻지 못했다라고 하였습니다. 현 정권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언제쯤 현 정권에 대한 생각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저자는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이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