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개정판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2일자 신문에는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2.6% 올랐는데, 이는 9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올 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월부터 꾸준하게 오르고 있어서 인플레이션이 닥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초 시작한 우한폐렴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하여 경제가 위축되고 작황부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정적 요인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꾀한다는 이유로 각종 선심성 예산을 국민들에게 퍼주고 있는데, 문제는 세수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라빚은 2022년에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출범당시 670조원의 빚을 안고 시작한 이번 정부가 5년도 안돼서 1000조원이 넘는 빚을 다음 정권에 넘겨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인플레이션 상황에 빠지게 되면 국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진다고 합니다만, 그런 위기 상황을 걱정하여 고삐를 틀어쥘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나 모르겠습니다. 독일의 경제학자 하노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등의 저자들은 <인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의 속성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하여 인플레이션을 알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역사를 거슬러 인플레이션이 등장했던 시절의 상황을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과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 부자들을 빈털터리로 만든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화폐가치를 조작하여 사람들을 빈곤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범인이 누구인지도 알려줍니다.


독일은 20세기 들어 끔찍한 인플레이션을 직접 겪어본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일 최고의 자산운용사인 피두카를 설립한 고트프리트 헬러는 이 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돈과 인플레이션의 역사에는 민주의 아픔이 서려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를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비하여 당신의 재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실용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19)”


사실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물가가 엄청나게 오르는 등 고난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만, 불과 반세기도 되지 않아 그와 같은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쉽게 쓰기는 합니다만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어떤 상황이 닥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됐다라고 설명합니다. 돈이 너무 많아서 제 값을 다하지 못한다고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돈, 즉 화폐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서 실감이 덜 할 것 같습니다만, 물가가 야금야금 오르는 품세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일자리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면 정부가 돈을 풀어주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커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돈을 풀면 그 돈이 공장으로 흘러들어가서 고용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이루어야 할 터인데, 공장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지원하기보다는 뭔가 제약을 가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의 빚은 결국 우리의 자식세대들이 갚아야 할 빚인데,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번듯한 직장을 마련해주는 정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모든 것이 오리무중을 헤매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요즈음 국가의 위기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국민들이 꼭 읽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싶은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마다 구름 한 점 날마다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은 유독 파랗고 높다고들 합니다. 사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의 시원함 보다는 멋쟁이 구름이 장식하는 하늘이 훨씬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구름처럼 하늘을 변화무쌍하게 바꾸어주는 존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은 하늘에 뜬 구름을 사진에 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날마다 구름 한 점>을 읽기로 한 것인지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의 추종자에 맞서는 구름추적자들은 푸른하늘주의의 진부함을 퇴치하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구름감상협회를 만들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구름에 이름을 붙이고, 구름을 분류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은 일반인들이 하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니, 그것 참 이상한 일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하늘에 관심을 쏟을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날마다 구름 한 점>은 구름감상협회를 창설하고 회장을 맡은 개빈 프레터피니의 작품인데,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 가운데는 구름감상협회의 회원과 저자의 친구들이 제공한 것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첫 번째 구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 찍은 바람에 일그러진 렌즈권적운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간과하기 쉬운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것을 예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그리고 이것을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면?’”이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침묵의 봄>으로 잘 알려진 레이첵 카슨이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1956)>에 적은 글입니다.


이 책에는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찍은 사진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화에서 수묵화까지 구름을 묘사한 다양한 미술작품도 있고, 심지어는 우주공간의 성운, 그러니까 별 구름 사진까지 모두 365점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날마다 구름 한 점씩 감상하는 셈입니다. 구름을 찍은 사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붙이기도 했지만, 구름과 관련된 유명한 구절을 비롯하여, , 희곡,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의 일부를 옮겨놓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구름과 구름에 대한 명언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해 보려합니다.


마침 자연이 자기 갈 길을 가게 놔두자. 자연의 일은 우리보다 자연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법이다(233).’라는 미셀 드 몽테뉴의 <수상록>의 한 대목을 인용했는데, 저는 <수상록>을 읽었으면서 이 대목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을 뽑아가면서 <수상록>을 읽은 탓인가 봅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마냥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의 습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바람의 영향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또한 보는 방향에 따라서 같은 구름덩이라도 다른 모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기가 막힌 순간을 포착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전혀 낌새를 챌 수 없기도 합니다. 또한 끈기와 순간포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날마다 구름 한 점>에 실려 있는 구름들의 형태를 공부하여 좋은 구름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찍어둔 구름사진을 뒤적여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명작이 있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날마다 구름 한 점>에서는 경이로운 구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름과 관련이 있는 좋은 글귀를 모으는 좋은 책읽기가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서울송도병원에서 잠시 일하는 동안 암환자들에게 힘이 될 책을 골라 읽고 소개해보려 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서울송도병원은 대장항문질환 전문병원입니다. 특히 암면역치료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암진료는 수술,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는 물론이고, 면역치료, 영양, 운동, 심리적지지 등 다양한 영역의 협력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은 신장암환우회와 서울 서촌에 있는 일일호일 서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마음튼튼 독서클럽캠페인의 문을 여는 책입니다. 방송인 허지웅님의 수필집입니다. 우한폐렴 확산위기 상황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신장암 환우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기 위한 독서지원 기획이라고 합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은 악성림프종으로 진단받은 저자가 투병과정에서 얻은 삶의 해석과 현실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뜻을 담은 수필집이라는 이유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암치료를 받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저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이 책을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분들게 소개할 자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절망과 분투하기를 포기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하셨지만, 그 절망을 자전거타기에 비유한 것이 과연 적절한가 싶습니다. 자전거를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단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지면 결코 중심을 잡는 것이 다시 어려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두 번째 이유는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저자는 과연 얼마나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암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를 가졌는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결국 나는 죽음 이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24)’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제발 거기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을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라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정도의 이유로 고통스럽게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책에 실린 글 가운데는 작가의 신산한 삶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은데, 그런 고난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나는 솔직히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 재발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 기다리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환멸이 느껴지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167)’라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니체를 다시 읽기로 했다는데, 왜 그랬는지도 분명히 와 닿지 않습니다.


책이 중간을 넘어갈 무렵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프기 전과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 나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재발하면 치료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항암은 한 번으로 족하다.(217)”라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팬이라는 분의 요청으로 악성림프종으로 치료 중인 환우를 만나 위로와 격려도 했는데, 우한폐렴 사태와 맞물리면서 치료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렇듯 안타까운 죽음에 대하여 그저 ‘(그 분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은 것은 너무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남습니다.


용산철거민에 관한 이야기나, 문학작품, 그리고 수많은 영화를 인용하여 써내려간 글들은 대부분 살아남고 싶은 욕망을 북돋우기보다는 살고 싶다는 희망을 그저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즉 이 책을 기획한 본질과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기보다는 다른 기획으로 한 책에 담겨야 할 내용이 아닐까싶습니다. 물론 작가가 이 책에 담고자 하는 깊은 뜻을 제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릅니다.


흔히 전문가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인들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주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일 강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겠습니다. 고전이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언가 남는 책읽기가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모두 읽지 못했습니다만, <나일 강의 죽음>을 읽게 된 것은 요즘 쓰고 있는 이집트 여행기가 마침 아스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나일 강의 죽음>은 아스완을 떠난 유람선이 지금은 사라진 나일 강 제2 폭포로 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을 해결하는 푸아로 탐정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강물 위에 떠있는 유람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일종의 밀실살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트의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이스탄불을 떠나 칼레를 향해 달리는 열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일 강의 죽음>에서는 ‘1부 영국편에서 살인 사건의 현장에 나타날 인물들이 소개됩니다. 살인의 동기 가능성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범인을 특정하는데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사건의 흐름을 시시콜콜 집거나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밝히는 일을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3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유람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인을 저지르다보니 남의 눈을 완벽하게 따돌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목격자를 제거하는 연쇄살인이 불가피했던 것 같습니다.(사실 이 내용도 적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걱정입니다.)


참고로 <나일 강의 죽음>1937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품의 무대가 되는 아스완을 중심으로 한 나일 강의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다릅니다. 하지만 이집트 사회의 달라지지 않은 풍경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푸아로 탐정이 로잘리 오터번과 아스완 시내를 산책하는데 몰려들어 기념품을 소개하는 상인들과 박시시? 박시시? , , 후레이!’라고 떠드는 가난한 아이들을 떼어내는 장면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에르퀼 푸아로는 애매한 몸짓으로 인간 파리 떼를 쫓았다. 로잘리는 몽유병 환자처럼 그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귀머거리, 소경인 척하는 게 최고예요.’ 그녀가 말했다.(66)” 박시시는 원래 팁을 의미하는 개념이지만 동냥을 하라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당시 유럽 사회에서 부상하던 급진적인 사고를 가진 청년, 퍼거슨의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 대한 시각도 참고할만합니다. “피라미드를 예를 들어 봅시다. 그 쓸모없는 거대한 석조물은 오만한 전제 군주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어졌지요. 그것을 짓기 위해 고생하고 혹사당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답니다.(134)” 고대 이집트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가운데 생긴 편견에 빚어낸 생각입니다.


아스완 하부 둑이 1차 완공된 시점은 1912년이고, 아스완 상부 둑은 1960년 착공하여 1970년 완공되었으므로, 1937년에 발표된 <나일 강의 죽음>에서는 아스완 하부 둑을 경계로 하여 유람선이 운행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부 둑 안에 있는 필래 섬을 구경하거나 아스완 상부에 있는 아부심벨 등을 보기 위하여 유람선을 탔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일 강의 죽음>에서 이야기하는 아부심벨의 람세스 신전을 지금의 장소로 옮겨지기 전의 장소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아스완 상부 둑으로 만들어진 호숫가에 야트막하게 조성한 산자락 아래 람세스2세의 신전을 옮겼지만, 당시에는 높다란 산자락 아래 어디쯤, 지금은 호수 깊은 곳에 잠겨버린 곳에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달라진 고도에서는 동쪽에 뜨는 해가 신전에 드는 것도 과거와는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유물을 옮겨 보존할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원래 신전을 건축하면서 생각했을 모든 것을 완벽하게 되돌려놓을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리더인가 - 반세기 경영 끝에 깨달은 마음의 법칙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7살이 되던 해에 자본금 3천만 원을 가지고 창립한 세라믹 관련 기업 교세라를 세계 100대 기업의 반열에 올린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펴낸 <왜 일하는가>에서는 젊은이들이 창업의 동기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사세(社勢)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세를 키워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창업의 동기를 부여하였으니 회사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결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서 내놓은 책이 <왜 리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세기 경영 끝에 깨달은 마음의 법칙이라는 부제에서 얻는 느낌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교세라를 창립하여 이끌어오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꾸어가면서 성공적인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해오는 과정을 정리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회고해보니 그때는 이렇게 했어야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제안한 경영을 잘 하기 위한 법칙 가운데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옵니다. 아마도 19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 불가에 귀의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두 번째 생각이 어느 정도는 맞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내기 전에 아마도 현장을 지키던 시절이 모습을 담은 듯한 사진들이 이어지는데, 사진 속에는 짧게 요약된 성공의 비결을 담았습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구절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위기를 넘기고 사업을 키우는 건 인재도, 돈도, 능력도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조직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지도자의 역량이라는 이야기고 보면, 결국 리더의 능력에 달린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 지도자의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는 핵심에 대하여 저자는 마음’, 즉 지도자의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데 달렸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마음이라는 화두를 두고 모두 여섯 가지의 질문을 읽는 이에게 던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섯 가지 질문 가운데 마지막 질문, ‘당신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를 들어가는 글의 제목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다섯 가지 질문들에는 몇 가지의 주제어를 두어 세부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주기도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진아를 화두로 한 당시의 마음을 무엇을 끌어당기는가?’, 두 번째 질문은 조화를 화두로 한 타인을 위한 마음은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가?’, 세 번째 질문은 투지를 화두로 한 강한 마음을 어떻게 끝까지 유지할 것인가?’, 네 번째 질문은 도리를 화두로 한 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 다섯 번째 질문은 근본을 화두로 이 모든 것을 어떤 토대 위에 쌓을 것인가등입니다.


요즈음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살았던 집과 동네를 중심으로 추억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추억도 소환하여 반추하지 않으면 엷어지면서 결국은 소멸된다는 것입니다. 그리도 소환한 추억을 곱씹다 생각한 것들이 더해서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정확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변조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도 교세라를 창업하여 경영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때를 회상해보니 스스로 경영자에 어울리는 인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더라고 했습니다.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변화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라 할 것 같습니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분이 좋은 경영의 핵심이라 할 비결을 아주 쉬운 말로 적고 있어서 읽는 흐름도 유연하고, 쉽게 이해되는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