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구름 한 점 날마다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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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은 유독 파랗고 높다고들 합니다. 사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의 시원함 보다는 멋쟁이 구름이 장식하는 하늘이 훨씬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구름처럼 하늘을 변화무쌍하게 바꾸어주는 존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은 하늘에 뜬 구름을 사진에 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날마다 구름 한 점>을 읽기로 한 것인지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의 추종자에 맞서는 구름추적자들은 푸른하늘주의의 진부함을 퇴치하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구름감상협회를 만들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구름에 이름을 붙이고, 구름을 분류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은 일반인들이 하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니, 그것 참 이상한 일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하늘에 관심을 쏟을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날마다 구름 한 점>은 구름감상협회를 창설하고 회장을 맡은 개빈 프레터피니의 작품인데,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 가운데는 구름감상협회의 회원과 저자의 친구들이 제공한 것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첫 번째 구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 찍은 바람에 일그러진 렌즈권적운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간과하기 쉬운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것을 예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그리고 이것을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면?’”이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침묵의 봄>으로 잘 알려진 레이첵 카슨이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1956)>에 적은 글입니다.


이 책에는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찍은 사진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화에서 수묵화까지 구름을 묘사한 다양한 미술작품도 있고, 심지어는 우주공간의 성운, 그러니까 별 구름 사진까지 모두 365점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날마다 구름 한 점씩 감상하는 셈입니다. 구름을 찍은 사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붙이기도 했지만, 구름과 관련된 유명한 구절을 비롯하여, , 희곡,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의 일부를 옮겨놓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구름과 구름에 대한 명언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해 보려합니다.


마침 자연이 자기 갈 길을 가게 놔두자. 자연의 일은 우리보다 자연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법이다(233).’라는 미셀 드 몽테뉴의 <수상록>의 한 대목을 인용했는데, 저는 <수상록>을 읽었으면서 이 대목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을 뽑아가면서 <수상록>을 읽은 탓인가 봅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마냥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의 습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바람의 영향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또한 보는 방향에 따라서 같은 구름덩이라도 다른 모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기가 막힌 순간을 포착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전혀 낌새를 챌 수 없기도 합니다. 또한 끈기와 순간포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날마다 구름 한 점>에 실려 있는 구름들의 형태를 공부하여 좋은 구름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찍어둔 구름사진을 뒤적여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명작이 있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날마다 구름 한 점>에서는 경이로운 구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름과 관련이 있는 좋은 글귀를 모으는 좋은 책읽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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