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 뇌과학과 철학으로 보는 기억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한나 모니어.마르틴 게스만 지음, 전대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과학자와 철학자가 의기투합하여 쓴 기억에 관한 책입니다. 철학과 신경생물학이 학문적으로 어울릴까 싶은 생각은 저만의 것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저자들의 동료는 물고기와 새가 서로 좋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같이 살 보금자리를 어디에 마련하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신경생물학은 연구대상을 작은 요소로 쪼개어 접근하는 학문입니다. 반면 철학은 저자들의 말대로 추상적으로 생각하면서 크고 높은 개념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비유인 수학의 미적분의 개념이 바로 떠오릅니다. 신경생물학은 대상을 미분하고 철학은 대상을 적분하는 셈입니다.


기억은 신경계의 구성요소들이 고도로 연합하여 만들어내는 뇌기능입니다. 흔히는 기억이란 개체가 경험한 것들을 언젠가 써먹기 위하여 쌓아두는 창고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보면 기억은 우리의 기억 내용이 처리되고 수정되는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9)’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 가운데 신경생물학자인 한나 모니어는 기억은 되돌아보는 능력일뿐더러 그보다 먼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내다보는 능력이다(9)’라고 기억의 기능을 확대하였습니다. 문헌과 기술을 해석하는 분야의 전문가인 철학자 마르틴 게스만은 우리의 문화는 내다보기(예상하기)를 감행할 때 비로소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10)’고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이 학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달랐지만, 도달한 곳은 같았다는 것입니다.


들어가는 말의 제목은 기억은 미래지향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이다입니다. “기억은 경험을 그저 서랍 속에 넣어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을 항상 새롭게 재처리하여 미래를 위해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21)”라는 가설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앞을 내다보는 것이므로, 기억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철저하게 뒤집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억의 주요 과제는 계획수립이라는 점, 따라서 계획수립만큼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제들을 담당하는 별도의 능력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기억혁명에서는 기억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에서 나온 결과들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2꿈과 수면 중의 학습에서는 수면과 꿈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들이 학습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3꿈을 통한 능력향상에서는 자신의 꿈에 개입하여 꿈을 활용한 개인의 능력개발의 가능성을 점쳐보았습니다. 4상상과 거짓기억에서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위조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였습니다. 5감정기억에서는 감정이 우리 기억에 머무는 방식을 다루었는데,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6기억과 노화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기억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하였습니다. 7집단기억에서는 개인들이 기억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의 기억이 포괄적 연결망(일종의 초기억)의 일부라는 가설이 나옵니다. 마지막 8인간 뇌 프로젝트에서는 현재의 뇌과학에서 어떤 놀라운 미래 잠재력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잠재력을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논의하였습니다.


기억은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억에 관한 저술 가운데 기억에 대한 생각을 이렇듯 확장하여 펼쳐놓은 책을 처음 만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환되는가를 이해하는데 매달렸던 것인데, 기억에 대한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죽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당연히 괜찮은 죽음이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한 논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 누구도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는 괜찮은 죽음을 설명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골랐던 책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기자를 지낸 저자는 의사와 환자의 의사소통과 생애말기의 의료결정을 다루는 글을 쓰고, 강연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유한한 생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건강하고 기분 좋게 몸의 기능을 유지하며 최대한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불안하지 않게 보내기 위한 각 단계별 안내서라고 말합니다. 모두 7개의 단계로 구분하여 단계별로 건강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단계별 조치를 요약해보면, “아직 체력이 넉넉할 때 준비를 시작하여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생애 후반기를 단순화하고, 장애와 변화에 적응하고, 말기 질환과 유한성을 직면하고, 취약함이 지배적이 되면 위기에 대처하고, 마지막 남은 해에는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하고 그리고 마지막 나날들에는 임종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30)”라고 했습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7개의 장 가운데 앞에서 3개의 장은 남은 생의 3분의 1의 시기를 잘 보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뒤의 4개의 장은 죽음을 맞이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 처방을 요약해두었고, 옮긴이는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알아두면 좋을 사항들을 모아두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좋은 죽음은 잘 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핵심들은 당신이 스스로 가능한 만큼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의미 있고 기쁘게 삶을 살아가며, 수명은 자연스럽게 결정되도록 하는 것아라고 했습니다. 매사에 원하는 것은 얻고, 원하지 않는 것은 피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문제는 자신의 주관이 분명해야 남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불필요한 것을 원하게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생애 말기에 삶의 질이 진행되는 양상의 모형으로 나이아가라 폭포형, 반복되는 내리막형, 계단식 하양형, 감퇴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수확입니다. 가장 좋기로는 생애 마지막에 가까워질 때까지 삶의 질을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나이아가라 폭포형이 좋다고 합니다만, 사람마다의 선호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미국의 경우는 의료보장체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신체적 기능과 활동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겠습니까? 물론 우리나라 역시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책이라는 것이 비용 효과적이어야 하는데, 실적 위주로 돌아가는 부분이 많은 느낌입니다. 느낌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자료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노인을 위한 통합진료 케어 프로그램(PACE, Program of All-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 같은 것입니다. 지역의 천주교 교구에서 조성한 비영리재단 로레토(Loretto)가 주관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1926년부터 노인돌봄을 해오던 재단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를 민간에서 선도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살기 좋은 생활의 질을 확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좋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의 원고에서 다루어볼 예정입니다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하여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마를 타는 좋은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랜드투어 그리스 : 고전학자와 함께 둘러보는 신화와 역사의 고향
강대진 지음 / 도도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8년에 다녀온 그리스 여행기는 우여곡절이 있어서 지난해 말에서야 정리를 했습니다. 산이 많은 지형이라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여서 살 여건이 되지 않았던 까닭에 도시국가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서로 협력과 견제를 통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다양한 영역에서 뛰어난 유산을 남겼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 내전, 그리고 로마의 식민지배, 베네치아의 잦은 침략, 오스만의 지배 등, 오랜 세월 이어진 전쟁으로 찬란한 유산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무너졌습니다.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유물조차도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스 역사와 문명에 대하여 개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넘치는 자료를 요약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스 고전학을 전공한 강대진 교수님의 <그랜드 투어 그리스>를 읽게 된 것은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은 맛집, 숙소, 교통편 등 일반적인 여행안내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서양문화를 근원부터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를 꼭 둘러보아야 하는지, 거기에는 어떤 신화와 역사가 서려있는지, 유적과 유물들을 볼 때 주목할 점은 어떤 것인지 등에 중점이 있다라고 하신 부분이 제가 정리한 여행기와 맥을 같이한다는 생각입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저는 여행사의 상품을 통하여 그리스를 여행했고, 최대한 그리스를 많이 볼 수 있는 상품을 골랐음에도 가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개인여행을 통하여 그리스를 방문하시는 분들까지도 좋은 문화안내서라고 할 만큼 적당한 선에서 잘 정리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그리스 문명이 남긴 유적들의 소재에 따라서 아테나이, 아테나이 주변도시들, 크레테와 다른 섬들, 펠로폰네소스반도, 희랍 중북부 등 5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행사 상품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미리 정해진 유적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께서 공들여 정리해놓은 곳들 가운데 가보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명이나 용어 등에서 제가 고쳐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유적과 유물의 유래 등에 관하여 제가 조사하여 정리한 것들도 나름대로는 적절한 것이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규모의 신전은 물론 꼭 짚어볼만한 유물의 경우에는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소품까지도 챙겨서 관련된 사항은 그리스 문학작품은 물론 신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해놓았습니다. 제 경우는 제가 찾아간 지역에 있기는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유적이나 유물에 관하여도 정리를 해놓긴 했습니다. 특히 아테나이의 경우는 일정을 몇 차례로 쪼개서, 그것도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뱅뱅 돌다보니 실제로 본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멀리 눈에 닿는 데까지 눈에 띄는 것들을 챙겨보려 노력했습니다.


이 책의 특장점 가운데 유적이 그리스의 어디쯤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는 물론, 아크로폴리스의 예를 들면 일정한 지역 안에 분포하고 있는 유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구역지도까지 담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는 여행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이미 다녀온 분들에게는 기억을 되살려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특장으로는 유적과 유물 사진을 풍부하게 담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무엇을 볼 것인가를 미리 챙겨볼 수 있을 것이고, 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찍어온 사진 속에 들어 있는 유물의 정체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가 요즘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어서, 이 책의 제목을 <멋진 그리스 여행>으로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테르부르크, 막이 오른다
김주연 지음, 김병진 그림 / 파롤앤(PAROLE&)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 땅은 칼리닌그라드밖에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언젠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페테르부르크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가보게 될 도시, 페테르부르크를 미리 공부하는 셈치고 읽은 책입니다.


18세기 로마노프왕조이 러시아제국은 유럽의 변방에 있으면서도 유럽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표트르대제는 유럽을 향한 창으로 이 도시를 건설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이 도시를 전 세계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계획적인 도시라고 했고, 역사학자인 올랜도 파이지스는 러시아인을 유럽인으로 개조하기 위한 거의 유토피아적인 방대한 문화 공학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19세기 여행작가 드 퀴스탱은 표트르 대제와 그의 계승자들은 자신들의 수돌ㄹ 극장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했는가 하면, 러시아 문학자 석영중은 유럽이라는 이름의 배우가 최장기 공연을 하고 있는 극장이라고 은유했다고 합니다.


<페테르부르크, 막이 오른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도시 속의 무대에서는 페테르부르크의 유서깊은 극장을 비롯하여, 무대예술과 관련된 박물관 등을 소개합니다. 2무대로서의 도시에서는 많은 예술 작품의 배경으로, 혹은 극적인 역사적 사건의 현장으로 페테르부르크가 쌓아온 문화사적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니까 1부는 실물로서의 무대공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부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의 무대로서의 도시를 다루었다고 했습니다.


1부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어, 1장에서는 마린스키 극장,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홀, 말리 드라마 극장, 카베라 카페, 길 읽은 개 등 페테르부르크의 유서 깊은 극장들을 소개합니다. 2장에서는 극장 박물관, 러시아 미술관, 음악 박물관, 러시아 정치사 박물관 등 무대공간이나 러시아 무대예술의 역사적 유물들을 소개합니다.


2부 역시 두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3장에서는 고골과 도스토옙스키 등이 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도시의 모습, 레르몬토프의 연극 <가면무도회>, 쇼스타고비치의 교향곡 7, <레닌그라드>,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 <러시안 햄릿>에 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4장엣는 겨울궁전 에르비타주, 유수포프 궁전, 궁전광장, 영웅 도시 레닌그라드 등, 페테르부르크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던 러시아는 문학, 음악, 발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럽의 중심이 일궈낸 문화적 성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현장을 돌아보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이 도시에 머물면서 연극을 공부한 인연으로 무대라는 주제로 이 도시에 관한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기획의도를 잘 살려 좋은 책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전체 내용을 모두 챙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저자가 대담을 이끌었다는 말리 드라마 극장의 상임 연출가이자 예술감독인 레프 도진의 말은 꼭 적어두고 싶습니다. “변화의 시대에 예술가들은 더 천천히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엄청나게 빨라진 삶의 템포 속에서 사람들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이 기계처럼 살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연극은 더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사람들을 일상적이고 외적인 것으로부터 끌어내,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듣게 해야 합니다. 사랑, 절망, 죽음, 희망, 이런 것들이야말로 인간에게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바로 연극이 알려주어야 합니다.(40)” 


딱히 연극이 아니더라도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것은 공감이라는 도진의 말도 새겨두어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읽겠습니다 (에세이 에디션) - 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 매일 읽겠습니다
황보름 지음 / 어떤책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관심사가 같은 분들의 책을 찾아 읽게 됩니다. 물론 좋은 책을 소개받고, 글쓰기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입니다. 황보름 작가님의 <매일 읽겠습니다>를 고른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었던 같은 맥락의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53꼭지의 글 가운데 제가 해온 책읽기, 혹은 글쓰기와 사뭇 닮은 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차이점도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다시 읽어볼만한 대목에는 표지를 붙여둘 뿐 책에는 줄을 긋거나, 뭔가 적어두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황작가님은 책을 읽으면서 줄을 긋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신다고 합니다.


작가는 심심해서, 이야기가 고파서, 공허해서, 친구에게 공감하고 싶어서, 세상을 희망하고 싶어서, 그리고 가장 궁극적으로는 그저 마냥 무언가가 읽고 싶어서, 나는 매일 책을 읽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9)”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에 어렸을 적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는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한권씩 읽기를 해보았던 것에서 출발해서 일 년에 300권 읽기에 이르렀고, 관심분야도 과학서적에서 인문학으로 넓혀가는 무작정 읽기였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 나은 글을 써볼 요량으로 책을 더 열심히 읽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읽기로 책읽기를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만, 생각해보니 책이던 영화던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것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저자와의 차이점인 듯합니다. 또 하나는 전자책 읽기입니다. 저는 아직 전자책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시 책은 침을 묻혀 넘길 정도는 아니더라고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겨가며 읽어야 읽는 맛을 느낀다고 할까요?


책을 읽다보면 소소한 것까지도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종의 규칙을 발견하는 것인데요. 이 책의 경우는 홀수번호를 붙인 주제이 시작되는 쪽의 다음 쪽 하단에 책읽기에 관한 금언을 각주로 붙여놓았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각주가 아니라 쪽 숫자를 대신하는 셈입니다. 아마도 편집하신 분의 창의적인 발상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고급지게 말하면 비판적 책읽기지만 통속적으로 꼬투리 잡는 책읽기라고 해야 할 버릇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꼬투리를 거의 잡아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딱 한 곳이 눈에 띄기는 했습니다. “국어를 가르치는 친구는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을 읽으면 무척 불편해한다. 비문을 발견하거나, 거들먹거리는 문장을 만나면 내용도 보지 않고 넘긴다. () 처음엔 친구가 좀 유별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나 역시 문장에 예민해진 탓이다.(166)” 사실을 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인데가, 최근에는 글을 쓰면서 외래어를 극단적으로 배제하려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우리말 순화어를 찾아 적거나, 최대한 우리말로 옮기려 노력을 합니다.

이 대목을 뽑은 이유는 어디였는지 표시를 해두지 않았지만, 매끄럽게 흘러가던 책읽기가 물속에 숨어있는 바위를 만난 듯 다소 출렁이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 전혀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 53꼭지의 글을 모은 것도 의문이 든 대목입니다. 저 역시 독후감을 묶어 책으로 냈습니다만, 52꼭지로 만들었던 것은 한 주일에 하나씩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읗 했기 때문입니다. 일 년 365일을 일주일로 나누면 52주하고 하루가 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틀이 남는 해도 있기는 합니다. 일주일에 글을 한 꼭지 읽는다고 치면, 마지막 글을 하루에 읽기란 벅찰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말입니다. 물론 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