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 뇌과학과 철학으로 보는 기억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한나 모니어.마르틴 게스만 지음, 전대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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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와 철학자가 의기투합하여 쓴 기억에 관한 책입니다. 철학과 신경생물학이 학문적으로 어울릴까 싶은 생각은 저만의 것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저자들의 동료는 물고기와 새가 서로 좋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같이 살 보금자리를 어디에 마련하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신경생물학은 연구대상을 작은 요소로 쪼개어 접근하는 학문입니다. 반면 철학은 저자들의 말대로 추상적으로 생각하면서 크고 높은 개념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비유인 수학의 미적분의 개념이 바로 떠오릅니다. 신경생물학은 대상을 미분하고 철학은 대상을 적분하는 셈입니다.


기억은 신경계의 구성요소들이 고도로 연합하여 만들어내는 뇌기능입니다. 흔히는 기억이란 개체가 경험한 것들을 언젠가 써먹기 위하여 쌓아두는 창고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보면 기억은 우리의 기억 내용이 처리되고 수정되는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9)’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 가운데 신경생물학자인 한나 모니어는 기억은 되돌아보는 능력일뿐더러 그보다 먼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내다보는 능력이다(9)’라고 기억의 기능을 확대하였습니다. 문헌과 기술을 해석하는 분야의 전문가인 철학자 마르틴 게스만은 우리의 문화는 내다보기(예상하기)를 감행할 때 비로소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10)’고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이 학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달랐지만, 도달한 곳은 같았다는 것입니다.


들어가는 말의 제목은 기억은 미래지향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이다입니다. “기억은 경험을 그저 서랍 속에 넣어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을 항상 새롭게 재처리하여 미래를 위해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21)”라는 가설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앞을 내다보는 것이므로, 기억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철저하게 뒤집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억의 주요 과제는 계획수립이라는 점, 따라서 계획수립만큼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제들을 담당하는 별도의 능력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기억혁명에서는 기억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에서 나온 결과들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2꿈과 수면 중의 학습에서는 수면과 꿈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들이 학습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3꿈을 통한 능력향상에서는 자신의 꿈에 개입하여 꿈을 활용한 개인의 능력개발의 가능성을 점쳐보았습니다. 4상상과 거짓기억에서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위조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였습니다. 5감정기억에서는 감정이 우리 기억에 머무는 방식을 다루었는데,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6기억과 노화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기억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하였습니다. 7집단기억에서는 개인들이 기억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의 기억이 포괄적 연결망(일종의 초기억)의 일부라는 가설이 나옵니다. 마지막 8인간 뇌 프로젝트에서는 현재의 뇌과학에서 어떤 놀라운 미래 잠재력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잠재력을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논의하였습니다.


기억은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억에 관한 저술 가운데 기억에 대한 생각을 이렇듯 확장하여 펼쳐놓은 책을 처음 만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환되는가를 이해하는데 매달렸던 것인데, 기억에 대한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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