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투어 그리스 : 고전학자와 함께 둘러보는 신화와 역사의 고향
강대진 지음 / 도도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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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다녀온 그리스 여행기는 우여곡절이 있어서 지난해 말에서야 정리를 했습니다. 산이 많은 지형이라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여서 살 여건이 되지 않았던 까닭에 도시국가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서로 협력과 견제를 통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다양한 영역에서 뛰어난 유산을 남겼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 내전, 그리고 로마의 식민지배, 베네치아의 잦은 침략, 오스만의 지배 등, 오랜 세월 이어진 전쟁으로 찬란한 유산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무너졌습니다.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유물조차도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스 역사와 문명에 대하여 개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넘치는 자료를 요약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스 고전학을 전공한 강대진 교수님의 <그랜드 투어 그리스>를 읽게 된 것은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은 맛집, 숙소, 교통편 등 일반적인 여행안내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서양문화를 근원부터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를 꼭 둘러보아야 하는지, 거기에는 어떤 신화와 역사가 서려있는지, 유적과 유물들을 볼 때 주목할 점은 어떤 것인지 등에 중점이 있다라고 하신 부분이 제가 정리한 여행기와 맥을 같이한다는 생각입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저는 여행사의 상품을 통하여 그리스를 여행했고, 최대한 그리스를 많이 볼 수 있는 상품을 골랐음에도 가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개인여행을 통하여 그리스를 방문하시는 분들까지도 좋은 문화안내서라고 할 만큼 적당한 선에서 잘 정리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그리스 문명이 남긴 유적들의 소재에 따라서 아테나이, 아테나이 주변도시들, 크레테와 다른 섬들, 펠로폰네소스반도, 희랍 중북부 등 5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행사 상품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미리 정해진 유적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께서 공들여 정리해놓은 곳들 가운데 가보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명이나 용어 등에서 제가 고쳐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유적과 유물의 유래 등에 관하여 제가 조사하여 정리한 것들도 나름대로는 적절한 것이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규모의 신전은 물론 꼭 짚어볼만한 유물의 경우에는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소품까지도 챙겨서 관련된 사항은 그리스 문학작품은 물론 신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해놓았습니다. 제 경우는 제가 찾아간 지역에 있기는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유적이나 유물에 관하여도 정리를 해놓긴 했습니다. 특히 아테나이의 경우는 일정을 몇 차례로 쪼개서, 그것도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뱅뱅 돌다보니 실제로 본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멀리 눈에 닿는 데까지 눈에 띄는 것들을 챙겨보려 노력했습니다.


이 책의 특장점 가운데 유적이 그리스의 어디쯤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는 물론, 아크로폴리스의 예를 들면 일정한 지역 안에 분포하고 있는 유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구역지도까지 담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는 여행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이미 다녀온 분들에게는 기억을 되살려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특장으로는 유적과 유물 사진을 풍부하게 담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무엇을 볼 것인가를 미리 챙겨볼 수 있을 것이고, 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찍어온 사진 속에 들어 있는 유물의 정체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가 요즘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어서, 이 책의 제목을 <멋진 그리스 여행>으로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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