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의 영성 - 친밀한 사귐과 풍성함을 누리는 비결
강준민 지음 / 두란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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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공야장(公冶長)을 보면 자공이 위()나라 대부 공문자의 시호에 ()’이 들어간 이유를 물었습니다. 공자께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민하여 배우기를 좋아했는데,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조차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호를 문이라 한 것이다.(敏而好學 不恥下問 是以謂之文也, 민이호학 불치하문 시이위지문야)” 여기에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 것입니다.


네이버 누리사랑방의 이웃 한 분은 오래된 유행어 궁금하면 500을 외치십니다만, 저는 궁금한 것은 꼭 여쭈어봅니다. 500원은 연말에 한꺼번에 정산을 하기로 합니다. 궁금한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마음 한 구석에 께름직하게 남아 있어서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경(書經)에도 호문즉유(好問則裕)라는 대목이 있나봅니다. 문기를 좋아하면 여유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즉 궁금증이 풀리면서 마음에 미혹(迷惑)이 남지 않기 때문에 편해진다는 뜻입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물어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자신보다 신분이 낮거나 나이가 어려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불치하문(不恥下問)인 것입니다.


제가 현업을 떠난 지가 꽤 오래되다보니 그 사이에 바뀌거나 새로워진 내용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내용들은 대부분 후배들이 더 잘 알기 마련입니다. 지난달에는 그렇게 바뀐 내용을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역시 명민한 까닭에 잘 요약해서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배운 것도 감사한 일인데 제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책까지 한 권 선물해주었습니다. 저는 빈손으로 찾아갔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받은 책이 강준민 목사님의 <안식의 영성>입니다. 아마도 앞만 보고 달려온 제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건넨 것 같습니다.


저는 믿고 있는 종교는 없습니다. 부모님 위패를 절에 모셔놓고 있어서 제사 때마다 찾아 제를 드리곤 하기 때문에 마음이 불교에 다소 열려있는 편이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불교는 탐욕을 멀리하라고 가르치고 있어서 젊은 날 세웠던 뜻까지도 내려놓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라서 <안식의 영성>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책의 서문은 안식의 영성은 안식을 추구하는 영성입니다. 하나님의 안식 안으로 들어가는 영성입니다라고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안식은 천지창조의 6일째까지 세상의 창조를 마치고 7일째 쉬셨다는 데서 나온 원리라고 합니다. 안식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8일째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안식의 영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하나님께 배우는 안식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안식에 관한 가르침을 짚어나갑니다. 2우리에게 허락된 안식의 시간을 누리는 법에서는 안식을 통하여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설파합니다. 다만 안식을 하나님과 예수님 안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이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개념을 반복하는데 마치 대중 앞에서 설교하듯 적어내려가신 것으로 보입니다.


목사님은 이 책은 안식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안식의 참된 의미를 배우기 원하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빠른 변화의 속도 때문에 불안해하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사람들의 인정에 집착함으로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사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하나님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기 원하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10)’라고 적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해온 저에게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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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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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듯한 광고 문안가 이희인의 <여행자의 독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받은 책입니다. 이희인님이 헝가리를 여행하면서 읽었다고 했습니다. 10여년 전에 부다페스트를 처음 방문했을 적에는 거리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무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하지만 5년 전에 놀러갔을 때는 확 바뀐 분위기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19세기말 오스트리아와 연합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당시 유럽의 초강대국의 하나였지만 동맹국측으로 가담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면서 분할되었습니다. 10세기말 설립된 왕국이 강국으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오스트리아제국과 오스만제국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서면서 국토의 이합집산이 거듭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나치 독일의 압박에 따라 국토회복을 노리고 추축국에 가담하였지만, 역시 패전하였습니다. 종전 시 소련군에 점령되어 공산화되었다가 1989년 자유민주주의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헝가리 대중들의 신산한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묶여 소개되었습니다만 원래는 커다란 노트(Le Grand Cahier, 1986), 증거(La Preuve, 1988), 세 가지 거짓말(Le Troisieme Mensonge, 1991)등의 제목으로 5년에 걸쳐 각각 발표된 연작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비밀노트, 타인의 증거, 50년간의 고독이라는 부제로 바꾼 것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어보면 우리말 제목이 이야기의 흐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권의 책을 읽다보면 같은 인물이 등장하고,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야기의 흐름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이야기는 꾸며진 이야기라고 할 것 같은데, 그 점이 분명치 않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동일한 시간대에서 있었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동일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려나갔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 개의 이야기를 무리하게 연결하여 해석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맥락을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상권의 주인공은 쌍둥이 형제인데 이름이 나오지 않고 우리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한 사람은 국경을 넘어가고, 한 사람은 고향에 남게 됩니다. 중권에서는 쌍둥이의 이름이 밝혀지죠. 국경을 넘어간 것은 클라우스이고 고향에 남은 것은 루카스입니다. 루카스가 화자가 되어 고향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를 펼치는데, 가족관계가 모호해지면서 상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상상에서 나온 것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권에서는 헤어졌던 쌍둥이 형제가 만나게 됩니다. 특히 중권의 이야기를 이끌어갔던 루카스가 실종되고, 이번에는 클라우스가 화자가 되는데, 국경을 넘어갔던 사람이 사실은 루카스였다는 설정인데다가, 그렇게 넘어갔던 루카스가 사실은 고향 마을에서 활동하는 듯해서 더 헷갈립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권에서는 국경을 넘은 사람이 작성한 조서에 세 가지 거짓말을 적었다고 밝혔습니다. 1.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2. 이 소년은 18세가 아니고, 15세이다. 3. 이름은 클라우스가 아니다. 이 세 가지 거짓말은 작가가 설정한 또 다른 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읽는 이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마치 상권에 등장하는 형제가 화자의 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또 다른 나는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와 같은 분열적 구성은 전쟁을 통하여 침략군과 해방군이 교차되는 등 정체성이 분열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하권에 들어서 화자가 다시 로 바뀌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에 따른 정체성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해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전쟁은 싸우는 군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민간인들의 삶을 질곡으로 몰아넣어 살아남기 위해서 별난 짓도 벌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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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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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을 열심히 쓰고 있어서인지 서평에 관한 책에 눈길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을 읽어 저의 글쓰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어슐러 K. 르 귄의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도 작가가 생소했지만 제목에 끌려 읽었습니다. 어슐러 K. 르 귄(Ursula Kroeber Le Guin; 1929~ 2018)은 미국의 SF판타지 작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만,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세계 3대 환상소설로 꼽힌다는 <아스시 연대기>와 문명의 충돌과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그렸다는 헤인 시리스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과학소설과 환상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며, 훌륭한 문체와 도교, 무정부주의, 여성주의 등을 주제로 삼았다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원제가 <Words are my matter>인 점을 보면 우리말로 소개하면서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라는 제목으로 정한 것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서문을 읽다보면 저자가 제목을 <Words are my matter>로 정한 이유는 알 듯 한 대목이 있습니다. “옳던 그르던 간에 나는 따분하고 서툰 스타일은 곧 사고의 빈한함이나 불완전함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다윈의 정확하고 폭넓고 탁월한 지력은 그의 명료하고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 표현된다고 본다. 그 글의 아름다움이 곧 지성이다.(10)” 우리말 제목은 작가의 생각을 제대로 담은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책은 1부는 강연과 에세이, 어쩌나 내놓은 조각글들’, 2부는 책 서문과 작가들에 대한 글 모음’, 3부는 서평’, 4부는 토끼가 보일지 몰라-어떤 작가의 일주일 기록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부의 제목이 담겨있는 글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가 살아오면서 많은 글을 써왔습니다. 치매에 관한 책 3권과 유해물질에 관한 책은 처음부터 책으로 낼 생각으로 썼던 것입니다. 아직 책으로 발표되지는 못한 외국 책을 번역한 원고도 있습니다. 우연하게 연재를 시작했던 서평이라 할 것도 없는 책 소개 글은 출판사를 만나는 행운으로 두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책으로 묶었으면 싶은 많은 여행기는 아직 그런 행운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지면을 통하여 발표된 글들이 있는데, 그런 글들을 묶어서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서 보는 형식의 책으로 내고 싶습니다. ‘Words are my matter’를 따라갈 수준의 글은 아니지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두서없는 제 생각이 길어졌습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로 돌아가면 저자의 강연록은 특히 여성주의를 앞세우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만, 정치권이 여성주의에 무게를 싣고 있는 듯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 듯한데, 이는 기득권을 잃은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몰아붙이는 경향입니다. 경쟁은 공정해야 할 것인데, 특정한 성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은 공정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책의 서문을 두어 편 쓰면서 책의 내용에 무게를 둔 정도에 그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르 퀸의 경우는 해당 책은 물론 작가의 삶에 걸쳐 많은 자료를 섭렵하여 서문에 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에는 많은 서평을 싣고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과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2권만 읽은 것으로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은 쉬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읽은 책 2권도 제 생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서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서평을 쓴 책들은 대부분 저의 취향이 아닌 듯하지만, 두어권을 더 읽어볼 생각으로 골라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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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여행기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뫼니에 드 케를롱 엮음, 이채영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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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누리사랑방에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 여행에 나설 수 없을 때 와유지락(臥遊至樂) 삼아 읽어볼 요량이었는데,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기회가 되면 책으로 묶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몽테뉴 여행기> 역시 그런 책읽기였습니다.


<수상록;  https://blog.naver.com/neuro412/222271605150>을 몇 년에 걸쳐 머리카락을 뽑아가며 읽었던 탓에 <몽테뉴의 여행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만, 비교적 수월한 책읽기였습니다. <몽테뉴 여행기>는 몽테뉴가 <수상록>의 초고 집필을 마친 뒤, 1580622일 보르도 근교에 있는 몽테뉴성을 출발하여 파리를 거쳐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돌아보고 이듬해 1130일 몽테뉴성으로 돌아오기까지 15개월 8일의 대장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요즈음처럼 비행기, 고속열차, 버스 등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탈 것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마차가 아닌 말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전에 출간한 뒤에 가필과 수정을 거쳐 증보하였을 뿐더러 죽을 때까지 수정을 거듭한 <수상록>과는 달리 <몽테뉴 여행기>의 경우는 출간을 고려하지 않은 듯 수사본의 형태로 1770년에 이르러서야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지나는 마을과 도시마다 그곳의 자연과 역사, 건축, 풍속 등을 정리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을 열면 몽테뉴의 여정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여정을 살펴보니 독일에서는 뮌헨, 이탈리아에서는 베네치아, 베로나, 피렌체, 로마, 피사, 밀라노, 프랑스에서는 리모주 등 몇 곳만이 가본 곳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여행기는 글을 쓴 사람의 주관적 느낌을 적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몽테뉴 여행기>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몽테뉴의 시선을 편집자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몽테뉴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아름다움 풍경과 지역마다 다양한 특징, 지리적으로 쾌적라허가 독특한 지형, 때로는 황량하고 거친 곳이나 경작 활동이 아주 활발한 농경지를 바라보는 것, 산들이 이루는 압도적인 분위기 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34)” 몽테뉴는 나무, , 동물 등 박물학적 요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건축물에 대한 것도 보고 느끼는 바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피렌체에서 멀지 않은 루카나 빌라 등지에서는 꽤나 오래 머물면서 온천욕을 즐기고, 온천수를 마셨는데, 마시는 온천수의 양과 소변을 통하여 배설되는 돌의 양까지 꼼꼼히 기록하였습니다. 몽테뉴가 평생을 두고 고통받은 신장결석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빌라온천에서는 1차로 158157일부터 620일까지, 2차로 814일부터 911일까지 무려 두 달 이상 체류한 것을 보면 온천의 효능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의존하는 경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는 토양이 석회질이 많아 음식이나 식수 등에 칼슘 성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몸에 들어온 칼슘 성분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성분과 결합하여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단단한 덩어리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돌을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약을 먹거나, 이미 뭉쳐진 돌을 깨는 쇄석치료 등을 받기도 합니다만, 옛날에는 맥주나 물 등을 많이 마셔서 소변으로 배설되도록 하는 치료법이나, 그도 안되면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몽테뉴가 온천에서 온천수를 많이 마시는 방법으로 뇨로결석을 배출하려 노력을 했습니다만, 먼저 칼슘이나 칼슘과 결합하여 돌을 만드는 성분이 많은 음식을 가려먹어야했을 것입니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의학과 의사에 대한 불신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습니다만, <몽테뉴 여행기>에서는 간혹 의사를 만나 치료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당시의 의학수준으로는 뇨로결석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온천수를 많이 마셔 결석이 만들어지지 않고, 작았을 때 배출되도록 한 치료법은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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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 - 향수의 심리적 효능과 경제적 가치에 대하여
다니엘 레티히 지음, 김종인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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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도 때로는 같은 주제의 책을 몰아 읽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딱 그랬습니다. ‘향수를 주제로 한 다우어 드라이스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에 이어 읽은 다니엘 레티히가 쓴 <추억에 관한 모든 것>도 향수를 주제로 한 책이었습니다.


다우어 드라이스마가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것과는 달리 다니엘 레티히는 경제학과 정치학을 공부한 언론인입니다. ‘자기만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온 세상을 가진 사람보다 더 부유하다라는 키르케고르의 말을 인용한 저자는 향수가 우리 인생 전체를 결정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세상은 혼란스러워졌고, 현재는 더 분주해졌으며, 미래는 더 불확실해졌기에 사람들은 과거로 도망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젊었을 때는 윗분들이 나 때는 말야!’하고 하시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면 경청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한테 나 때는 말야!’하고 이야기하면 완전 꼰대 취급을 받기 마련입니다. 사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나 때는 말야!’에 해당하는 향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왜 향수를 영혼을 위한 약품이라고 생각하는지, 신경학자들이 어떻게 기억에서 향수의 근원을 찾아냈는지, 경제학자들과 시장 연구가들이 왜 향수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하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향수를 이용해 어떻게 이익을 얻는지 알게 될 것이다.(13)”라고 말합니다.


책은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노스탤지어의 탄생에서는 향수(鄕愁)라는 개념에 생겨난 이력을 살펴봅니다. 용병으로 유명한 스위스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중세부터 용감하게 싸우고 계약을 중시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용병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런데 고향을 떠난 스위스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는 병이 생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향수병이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종국에는 명을 다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2흑백사진을 보는 마음에서는 기억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기억된 것을 소환하는 회상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기억을 되살려 향수에 젖게 하는 과정도 설명합니다. 3기억의 과학, 향수의 마법에서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마지막 4추억을 판매합니다에서는 저자의 전공에 해당하는 향수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독일어 사전에서는 고향병과 향수를 차별화된 개념으로 설명하나 봅니다. 고향병은 멀리 떨어진 고향 혹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큰 그리움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향수는 사람들이 유행과 예술, 음악 등을 부활시키는 기분, 관념 속에서 미화된 지난 시절을 회고할 때 생기는 기분. 현재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돼 불확실한 동경으로 가득 찬 기분상태라고 설명합니다. 향수병과 향수를 설명하는 개념을 단어적 의미에 따라 직역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는 심리학 연구의 성과를 인용하기도 하는데, 그 가운데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에 들도록 인위적으로 생각을 만드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1. 기억은 기억하는 당사자에게만 기쁨을 준다. 2. 우리의 수용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3. 미래는 논리적으로 매우 불분명하다. 4. 퇴색하는 감정적 편향이 있다. 등입니다. 그런가 하면 20가지나 되는 간단한 향수 훈련을 하게 되면 살아가는데 훨씬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옛날 일을 소환하는 것과 관련하여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빠트릴 수 없습니다. 저자 역시 마들렌을 차에 적셔 입어 넣는 순간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어린날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마르셀이 즐거움을 느낀 것은 마들렌의 맛이나 차의 향기 때문이 아니라 이 두 가지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기억 때문이라는 설명이 색다른 맛을 줍니다.


사실 저는 기억이 만들어지고 기억을 소환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억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빠르게 소실되는 치매라는 질병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는 별도로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되살려보려는 기획을 하고 있기 때문에도 기억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사에 일조를 할 것으로 믿어지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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