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관한 모든 것 - 향수의 심리적 효능과 경제적 가치에 대하여
다니엘 레티히 지음, 김종인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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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도 때로는 같은 주제의 책을 몰아 읽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딱 그랬습니다. ‘향수를 주제로 한 다우어 드라이스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에 이어 읽은 다니엘 레티히가 쓴 <추억에 관한 모든 것>도 향수를 주제로 한 책이었습니다.


다우어 드라이스마가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것과는 달리 다니엘 레티히는 경제학과 정치학을 공부한 언론인입니다. ‘자기만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온 세상을 가진 사람보다 더 부유하다라는 키르케고르의 말을 인용한 저자는 향수가 우리 인생 전체를 결정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세상은 혼란스러워졌고, 현재는 더 분주해졌으며, 미래는 더 불확실해졌기에 사람들은 과거로 도망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젊었을 때는 윗분들이 나 때는 말야!’하고 하시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면 경청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한테 나 때는 말야!’하고 이야기하면 완전 꼰대 취급을 받기 마련입니다. 사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나 때는 말야!’에 해당하는 향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왜 향수를 영혼을 위한 약품이라고 생각하는지, 신경학자들이 어떻게 기억에서 향수의 근원을 찾아냈는지, 경제학자들과 시장 연구가들이 왜 향수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하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향수를 이용해 어떻게 이익을 얻는지 알게 될 것이다.(13)”라고 말합니다.


책은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노스탤지어의 탄생에서는 향수(鄕愁)라는 개념에 생겨난 이력을 살펴봅니다. 용병으로 유명한 스위스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중세부터 용감하게 싸우고 계약을 중시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용병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런데 고향을 떠난 스위스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는 병이 생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향수병이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종국에는 명을 다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2흑백사진을 보는 마음에서는 기억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기억된 것을 소환하는 회상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기억을 되살려 향수에 젖게 하는 과정도 설명합니다. 3기억의 과학, 향수의 마법에서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마지막 4추억을 판매합니다에서는 저자의 전공에 해당하는 향수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독일어 사전에서는 고향병과 향수를 차별화된 개념으로 설명하나 봅니다. 고향병은 멀리 떨어진 고향 혹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큰 그리움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향수는 사람들이 유행과 예술, 음악 등을 부활시키는 기분, 관념 속에서 미화된 지난 시절을 회고할 때 생기는 기분. 현재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돼 불확실한 동경으로 가득 찬 기분상태라고 설명합니다. 향수병과 향수를 설명하는 개념을 단어적 의미에 따라 직역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는 심리학 연구의 성과를 인용하기도 하는데, 그 가운데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에 들도록 인위적으로 생각을 만드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1. 기억은 기억하는 당사자에게만 기쁨을 준다. 2. 우리의 수용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3. 미래는 논리적으로 매우 불분명하다. 4. 퇴색하는 감정적 편향이 있다. 등입니다. 그런가 하면 20가지나 되는 간단한 향수 훈련을 하게 되면 살아가는데 훨씬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옛날 일을 소환하는 것과 관련하여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빠트릴 수 없습니다. 저자 역시 마들렌을 차에 적셔 입어 넣는 순간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어린날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마르셀이 즐거움을 느낀 것은 마들렌의 맛이나 차의 향기 때문이 아니라 이 두 가지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기억 때문이라는 설명이 색다른 맛을 줍니다.


사실 저는 기억이 만들어지고 기억을 소환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억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빠르게 소실되는 치매라는 질병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는 별도로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되살려보려는 기획을 하고 있기 때문에도 기억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사에 일조를 할 것으로 믿어지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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