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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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을 열심히 쓰고 있어서인지 서평에 관한 책에 눈길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을 읽어 저의 글쓰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어슐러 K. 르 귄의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도 작가가 생소했지만 제목에 끌려 읽었습니다. 어슐러 K. 르 귄(Ursula Kroeber Le Guin; 1929~ 2018)은 미국의 SF판타지 작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만,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세계 3대 환상소설로 꼽힌다는 <아스시 연대기>와 문명의 충돌과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그렸다는 헤인 시리스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과학소설과 환상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며, 훌륭한 문체와 도교, 무정부주의, 여성주의 등을 주제로 삼았다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원제가 <Words are my matter>인 점을 보면 우리말로 소개하면서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라는 제목으로 정한 것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서문을 읽다보면 저자가 제목을 <Words are my matter>로 정한 이유는 알 듯 한 대목이 있습니다. “옳던 그르던 간에 나는 따분하고 서툰 스타일은 곧 사고의 빈한함이나 불완전함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다윈의 정확하고 폭넓고 탁월한 지력은 그의 명료하고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 표현된다고 본다. 그 글의 아름다움이 곧 지성이다.(10)” 우리말 제목은 작가의 생각을 제대로 담은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책은 1부는 강연과 에세이, 어쩌나 내놓은 조각글들’, 2부는 책 서문과 작가들에 대한 글 모음’, 3부는 서평’, 4부는 토끼가 보일지 몰라-어떤 작가의 일주일 기록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부의 제목이 담겨있는 글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가 살아오면서 많은 글을 써왔습니다. 치매에 관한 책 3권과 유해물질에 관한 책은 처음부터 책으로 낼 생각으로 썼던 것입니다. 아직 책으로 발표되지는 못한 외국 책을 번역한 원고도 있습니다. 우연하게 연재를 시작했던 서평이라 할 것도 없는 책 소개 글은 출판사를 만나는 행운으로 두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책으로 묶었으면 싶은 많은 여행기는 아직 그런 행운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지면을 통하여 발표된 글들이 있는데, 그런 글들을 묶어서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서 보는 형식의 책으로 내고 싶습니다. ‘Words are my matter’를 따라갈 수준의 글은 아니지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두서없는 제 생각이 길어졌습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로 돌아가면 저자의 강연록은 특히 여성주의를 앞세우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만, 정치권이 여성주의에 무게를 싣고 있는 듯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 듯한데, 이는 기득권을 잃은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몰아붙이는 경향입니다. 경쟁은 공정해야 할 것인데, 특정한 성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은 공정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책의 서문을 두어 편 쓰면서 책의 내용에 무게를 둔 정도에 그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르 퀸의 경우는 해당 책은 물론 작가의 삶에 걸쳐 많은 자료를 섭렵하여 서문에 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에는 많은 서평을 싣고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과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2권만 읽은 것으로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은 쉬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읽은 책 2권도 제 생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서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서평을 쓴 책들은 대부분 저의 취향이 아닌 듯하지만, 두어권을 더 읽어볼 생각으로 골라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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