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여행기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뫼니에 드 케를롱 엮음, 이채영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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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누리사랑방에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 여행에 나설 수 없을 때 와유지락(臥遊至樂) 삼아 읽어볼 요량이었는데,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기회가 되면 책으로 묶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몽테뉴 여행기> 역시 그런 책읽기였습니다.


<수상록;  https://blog.naver.com/neuro412/222271605150>을 몇 년에 걸쳐 머리카락을 뽑아가며 읽었던 탓에 <몽테뉴의 여행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만, 비교적 수월한 책읽기였습니다. <몽테뉴 여행기>는 몽테뉴가 <수상록>의 초고 집필을 마친 뒤, 1580622일 보르도 근교에 있는 몽테뉴성을 출발하여 파리를 거쳐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돌아보고 이듬해 1130일 몽테뉴성으로 돌아오기까지 15개월 8일의 대장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요즈음처럼 비행기, 고속열차, 버스 등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탈 것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마차가 아닌 말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전에 출간한 뒤에 가필과 수정을 거쳐 증보하였을 뿐더러 죽을 때까지 수정을 거듭한 <수상록>과는 달리 <몽테뉴 여행기>의 경우는 출간을 고려하지 않은 듯 수사본의 형태로 1770년에 이르러서야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지나는 마을과 도시마다 그곳의 자연과 역사, 건축, 풍속 등을 정리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을 열면 몽테뉴의 여정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여정을 살펴보니 독일에서는 뮌헨, 이탈리아에서는 베네치아, 베로나, 피렌체, 로마, 피사, 밀라노, 프랑스에서는 리모주 등 몇 곳만이 가본 곳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여행기는 글을 쓴 사람의 주관적 느낌을 적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몽테뉴 여행기>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몽테뉴의 시선을 편집자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몽테뉴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아름다움 풍경과 지역마다 다양한 특징, 지리적으로 쾌적라허가 독특한 지형, 때로는 황량하고 거친 곳이나 경작 활동이 아주 활발한 농경지를 바라보는 것, 산들이 이루는 압도적인 분위기 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34)” 몽테뉴는 나무, , 동물 등 박물학적 요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건축물에 대한 것도 보고 느끼는 바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피렌체에서 멀지 않은 루카나 빌라 등지에서는 꽤나 오래 머물면서 온천욕을 즐기고, 온천수를 마셨는데, 마시는 온천수의 양과 소변을 통하여 배설되는 돌의 양까지 꼼꼼히 기록하였습니다. 몽테뉴가 평생을 두고 고통받은 신장결석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빌라온천에서는 1차로 158157일부터 620일까지, 2차로 814일부터 911일까지 무려 두 달 이상 체류한 것을 보면 온천의 효능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의존하는 경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는 토양이 석회질이 많아 음식이나 식수 등에 칼슘 성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몸에 들어온 칼슘 성분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성분과 결합하여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단단한 덩어리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돌을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약을 먹거나, 이미 뭉쳐진 돌을 깨는 쇄석치료 등을 받기도 합니다만, 옛날에는 맥주나 물 등을 많이 마셔서 소변으로 배설되도록 하는 치료법이나, 그도 안되면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몽테뉴가 온천에서 온천수를 많이 마시는 방법으로 뇨로결석을 배출하려 노력을 했습니다만, 먼저 칼슘이나 칼슘과 결합하여 돌을 만드는 성분이 많은 음식을 가려먹어야했을 것입니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의학과 의사에 대한 불신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습니다만, <몽테뉴 여행기>에서는 간혹 의사를 만나 치료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당시의 의학수준으로는 뇨로결석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온천수를 많이 마셔 결석이 만들어지지 않고, 작았을 때 배출되도록 한 치료법은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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