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에 타계한 미국의 신경과의사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수필집 <고맙습니다>를 늦게서야 읽어보았습니다. 올리버 색스가 뉴욕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만났던 파킨슨병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깨어남>으로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역시 고인이 된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우리나라에는 <사랑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의 감동이 원작을 읽을 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글을 <오악사카 저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사나이> 등으로 이어졌습니다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적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는 생애의 마지막 2년 동안에 쓴 네 편의 수필을 묶은 책입니다. 물론 2년 동안에 네 편의 수필만을 쓴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수필 수은20137월 여든 살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쓴 글입니다. 그리고 18개월 뒤에는 8년 전에 진단받고 치료했던 안구 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되어 재발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나의 생애를 썼다고 합니다. 임종을 두어 달 앞둔 시점에는 건강상태가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일상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 무렵 쓴 수필 가운데 하나가 나의 주기율표입니다. 그리고 임종을 2주일 앞두고 쓴 수필이 안식일입니다.


수은이나 주기율표에서는 색스의 독특한 인생관을 볼 수 있습니다. 매해 생일에 나이에 맞는 원소를 챙기는 것인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는 꼬마 때부터 상실에-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에-대처하기 위해서 비인간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법을 익혔다.(36)” 80세 생일을 맞아 쓴 수은은 안구흑색종을 치료받은 뒤였던 까닭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든의 생일을 맞을 수 있는 놀라움을 적었습니다. “내가 여든 살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가끔은 인생이 이제야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내 사실을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깨달음이 뒤따른다.(16)”


삶을 달관한 사람의 경지가 느껴집니다. 그가 진료한 환자들 가운데는 아흔 살, 백 살을 넘긴 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는 충만한 삶을 살았으니 이제 갈 준비가 되었습니다.(18)”라고 고별을 전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환자들을 만나다보면 인생을 관조할 여유가 생기게 되나 봅니다.


여든 살이 되면 쇠퇴의 징후가 너무나 뚜렷이 드러난다고 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예순을 넘기고서부터 그런 징후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관절 여기저기가 아프고, 근육도 밭아지면서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쉬이 느껴지던 피로감이 걷기운동을 강화하고부터는 많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쇠퇴의 징후가 느껴지면서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는 색스의 말에는 공감하면서도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 보완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몸이 전하는 이상신호에 민감해야 합니다. 우리 몸은 정상궤도에서 벗어날 때 다양한 신호를 내보냅니다. 그 신호를 잘 잡아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학이 많이 발전해서 내버려두면 심각한 상황으로 될 질병도 초기에 발견하면 정상 상태로 쉽게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간이나 췌장과 같이 변화에 무뎌서 심각한 지경이 되어서야 이상신호를 내보내는 장기의 경우는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연히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영양섭취나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가로서의 색스의 명성이 대단했다는 점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안구흑색종이 재발된 뒤에 쓴 나의 생애를 뉴욕타임스에 보냈더니 바로 이튿날 신문에 실렸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아니더라도 유수의 일간신문들은 유명인사의 글이라고 해도 순번이 정해져 있을 법한데, 원고를 받자마자 바로 신문에 실렸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색스의 위상이 그랬다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글들을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어낸 것을 보면서 선친께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쓰셨던 글 제목을 사세(辭世)’라고 하셨던 뜻을 되새겨보았습니다. 삶을 같이 한 사람들과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글에 담으셨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디오 탐심 -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김형호 지음 / 틈새책방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 가운데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남아있던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급해졌던가 봅니다. 드디어 지난해 여름 <경관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시작을 했습니다만, 책쓰기에 몰입하느라 6개월째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집들 가운데 기억에 남은 최초의 집에 얽혀있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라디오입니다. FM은 없고 AM만 잡히던 1950년대 후반의 기억입니다.


그 라디오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지역방송사에서 근무하는 김형호 기자님의 <라디오 탐심>입니다. TV방송국에서 일하면서도 라디오에 대한 열정을 간직해오던 김기자님은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라디오를 수집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1,000개의 라디오를 소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라디오를 1,000개 이상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들은 무려 100명이 넘고, 3분은 라디오 박물관까지 열었다고 합니다. 특정한 물품을 모아서 박물관까지 열 정도면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소장한 라디오가 박물관을 열 수준은 아니지만, 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게 되었으니 이는 라디오 수집과 같은 맥락에서의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학창시절에 이르기까지 라디오 애청자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연속극을 즐겨듣고, 연속극 주제가를 따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라디오를 끼고 살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적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선친께서 TV를 사셨던 것이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으니, 그 전에는 당연히 라디오 청취는 저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학생들 대부분은 심야방송을 즐겨 들었던 것인데, 저는 한술 더 떠서 연속극에 빠져있었습니다.


<라디오 탐심>에서는 제가 쓰던 라디오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새소식은 물론 연속극과 노래를 듣던 라디오는 제 기억으로 금성사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라디오 탐심>“‘번안 라디오의 아이러니에서 소개하는 골드스타A-501 제품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산된 라디오였다고 합니다. 일본 산요사의 라디오를 베꼈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품의 국산화비율이 60%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만의 첫 번째 라디오는 릴 테이프를 장착하는 녹음기에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연속극을 들을 수 없는 날에는 할머님께 녹음을 부탁드려 듣기도 했습니다. 예약녹음 혹은 예약녹화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입니다.


릴 테이프가 늘어나서 녹음이 어려워졌을 무렵 외항선을 타던 형님께서 집에 오시면서 가져왔던 소니 카세트 녹음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소개한 소니 CF-580 모형입니다. 성능이 정말 끝내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 모형이 저의 라디오 시대를 마무리한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라디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소 아쉬운 대목도 없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온 분들이 계셨는데, 어렸을 적에 이 집에서 살던 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살고 있는 집의 옆집은 바로 부인되시는 분이 어렸을 적에 살던 집이라고 했습니다. 부인되시는 분이 찾아오신 분들을 알아보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지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붐 박스를 야전 전축이라고 하셨는데, 턴테이블이 있어 LP판을 올려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야외전축을 야전이라고 줄여불렀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 때문에 야전전축은 역전 앞이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점을 빼고는 라디오에 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물론 관련된 인문학 자료까지도 소개하는 참 좋은 책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달에 읽었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https://blog.naver.com/neuro412/222626673569>의 에이머스 데커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전작에서는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폐인이 되었던 데커에게 도전해온 범인을 밝혀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함께 했던 연방정보부의 특수요원 로스 보거트는 데커와 알렉산드라 제미슨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합니다. 미제사건을 들춰내 해결하는 별동조직을 만든 것입니다.


지금까지 생활해온 오하이오주를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버지니아주 콴티코 기지로 가는 길에 데커는 라디오에서 극적으로 형의 집행이 정지된 사형수에 대한 소식을 듣습니다. 멜빈 마스라고 하는 사형수는 데커가 대학시절 미식축구 경기에서 손쓸 수 없이 패배하게 만든 선수였습니다. 하이즈만 트로피의 유력한 수상후보였던 마스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되었던 것인데 무슨 영문인지 형집행 예정일에 그 사건의 진범이 사건에 대하여 자백하는 바람에 집행이 정지된 것입니다.


데커가 마스에 대한 소식을 접한 것은 데커 자신에게나 마스에게나 운명적인 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데커가 콴티코에 도착하면서 보거트의 별동대의 대원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 사람에 더하여 임상심리학자 리사 대븐포트 그리고 현장요원인 토드 밀리건 등 다섯 사람입니다. 이들이 모여 첫 번째 수사에 착수할 사건을 골랐는데, 데커는 마스의 사건을 제안하고,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이야기 초반에는 마스가 수감되어 있던 텍사스의 교도소 분위기를 소개합니다. 폭력이 난무하고 수감자들의 인권은 고려되지 않는 끔찍한 분위기였습니다.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대하여, “여기에서 식사랍시고 주는 쓰레기를 매일 먹는데도 그랬다. 거대한 공장에서 가공되는, 콘크리트에서 카펫까지 온갖 것을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물질과 지방과 나트륨을 들이부은 그런 쓰레기를 먹고도.(8)” 그리고 미국의 사법제도의 허점도 있습니다. 무고한데 사형을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남부지역은 사형집행 건수가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형수들은 전기의자 혹은 독극물 주사 가운데 형 집행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스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찰스 몽고메리는 독극물 주사를 선택하는 다른 사형수들과 달리 전기의자를 선택하였습니다. 특이하게도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을 사형수의 가족들과 피해자 유족들이 참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세하게 소개되는 형 집행과정은 떠올리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데커가 마스의 사건을 첫 번째 수사대상으로 제안한 것은 아마도 자신의 사건과 닮은 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모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언도받은 마스가 형 집행을 앞두고 범인이 스스로 자백했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데커가 아는 마스는 부모를 살해할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판단도 더해졌을 것입니다. 미식축구라는 운동을 고리로 통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건은 텍사스, 앨라배마, 미시시피 주 등 미국 남부의 광대한 지역을 넘나들면서 진행됩니다. 마스의 부모가 살해된 사건은 20년 전의 일이라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치매 등으로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얻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데커의 뛰어난 기억력과 현장 파악 능력 등으로 사건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게 됩니다. 하퍼 리의 대표작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미국 남부지역의 인종차별주의 정황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스의 어머니가 교모세포종 4기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교모세포종은 대부분 어린이에서 생기는 종양이라서 설정이 적절치가 않아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해 보이는 밑밥들을 적소에 배치하고 이 밑밥들이 사건해결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작가의 글 솜씨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간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새로 구입한 까닭에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칼 세이건의 책으로는 처음 읽은 책입니다. 1994년에 발표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주장, 즉 우리 지구와 인간은 유일하며 심지어 우주의 작동 목적에 대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탐사계획의 발자취와 발견에 따라 태양계를 두루 살펴보고, 이어서 인간의 외계탐사 여행에 대해서 흔히 소개되는 목적을 평가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외계공간의 장기 장래계획이 어떻게 수행될 것인가에 관해서 내 상상의 테두리를 그려볼 터라고 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창백한 푸른 점19902월 태양계의 외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1호의 카메라가 포착한 지구의 모습을 말합니다. 1장의 모두를 장식한 그 사진에 저자는 조그맣게 네모진 칸으로 표시해두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라고 적어두었습니다. 그 칸 안에 있는 작은 점은 핀으로 콕 찍어놓은 듯 가물가물해서 시력이 나쁜 사람은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온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광대한 우주 속에서 그야말로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가 봅니다. “우리의 거만함, 스스로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리의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 이 광막한 우주공간 속에서 우리의 미천함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데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올 징조는 하나도 없다.(27)”라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저자는 우주와 인간의 생성에 관하여 앞선 사람들의 철학적, 신학적, 과학적 관점에서의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결국 우주에는 신의 설계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지만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그래도 우주의 목적을 갈망한다면, 우리 스스로 보람 있는 목적을 찾아나서자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 책이 나올 무렵까지 인류가 이룩한 지구와 우주에 관한 과학적 성과들을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소개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1996년에 저자가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입니다. 저자가 더 살았더라면 더 많은 성과와 자료가 보완된 내용을 읽을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14다른 천체들을 탐사하여 지구를 보호한다에 이르면 앞서 말씀드린 보람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행성과학은 다가오는 이런 큰 환경 재해를 발견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넓은 관점을 육성한다.(245)”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구 밖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 즉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천체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라는 소중하고도 제한된 자원을 낭비하고 훼손해왔습니다. 지구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혹은 지구의 멸망을 목전에 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류를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미국과 소련은 전략적인 목적으로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각이 사라진 요즈음에는 우주에 대한 정책당국의 관심이 식은 탓인지 투자가 시원치 않은 모양입니다. 저자는 그런 점에 대하여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천문학 이외에도 철학, 신학, 역사, 문학 등의 영역에서도 저자의 방대한 앎에 놀라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한 저자의 심오한 사유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애널리 뉴위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왕국도 흥망성쇠의 과정을 밟는 것처럼 도시 역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기 때문에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흥청대던 도시도 어느 순간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언론인 애널리 뉴위츠는 그렇게 사라진 도시들 가운데 네 개의 도시를 골라 고고학적 발굴을 통하여 쇠퇴한 이유를 추론하여 이 책에 담았습니다. 터키의 차탈회윅, 이탈리아의 폼페이, 캄보디아의 앙코르 그리고 미국의 카호키아 등입니다. 네 개의 도시가 쇠퇴한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저자는 연대순에 따라 이들 도시의 흥망성쇠를 추적합니다.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에 있는 두 개의 낮은 구릉 사이에 묻혀있던 차탈회윅은 대략 9천년 전 신석기 시대에 건설된 마을이었습니다. 수십만 년 동안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농경생활을 시작할 즈음으로 인구규모는 5천명에서 2만 명 정도였습니다. 서기전 6천년 즈음에 이곳 사람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났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심한 가뭄에 사회구조 혹은 도시구조에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고 합니다. 이곳은 신화로 남아 전해졌던 것입니다.


두 번째 도시는 폼페이입니다. 폼페이는 저도 가보았던 곳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서기 79년 마을 북쪽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이 분출하면서 쏟아낸 화쇄암이 도시를 덮쳤 순식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그야말로 자연재해였던 것인데, 이곳 사람들은 예고하듯 있었던 지진에도 무심하게 일상을 지내다가 갑작스러운 분화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폼페이의 사회적 분위기를 상세하게 전하고 있어서 폼페이 현장에서 보았던 것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폼페이가 화쇄암으로 뒤덮인 뒤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던 것인데, 당시 로마황제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주하여 살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고 합니다.


앙코르는 11세기 무렵 크메르 왕조의 수리야바르만1세 치세에 인구가 무려 1백만에 달하는 엄청난 도시였습니다. 톤레삽 호수와 연결된 복잡한 수리체계를 갖추어 번영을 구가하던 앙코르는 15세기 들어 가뭄에 홍수가 엇갈리면서 도시의 수리체계가 무너지면서 도시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자, 왕조는 프놈펜으로 천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앙코르 역시 가보았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떠났다고 하고,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도시가 되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19세기에 앙코르를 재발견했다는 프랑스 탐험가 앙리 무오가 꾸며낸 이야기에 유럽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생긴 오해라고 합니다. 왕조가 프놈펜으로 떠난 뒤에도 앙코르에는 승려들이 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앙코르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도시는 미국의 세인트루이스를 관통하는 미시시피강의 동안에 있는 카호키아입니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카오키아는 900년에서 1300년 사이의 전성기에 인구 3만에 이르는 번영을 구가했다고 합니다. 제가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던 것이 1992년이었는데, 그때는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 1982년이었다고 하는데, 과문했던 탓 같습니다. 이곳에는 길이 316m 241m의 정사각형으로 높이 30.5m에 달하는 피라미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규모로 보아 이집트 피라미드나 멕시코 테오티우아칸의 태양의 피라미드를 웃도는 크기라고 합니다. 카오키아는 1450년 무렵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는데, 인구과밀과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흩어졌다고 추정됩니다. 이곳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 원주민들에 흡수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자가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를 기획한 것은 이들 도시의 흥망성쇠가 그저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 인류가 당면해야 할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