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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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새로 구입한 까닭에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칼 세이건의 책으로는 처음 읽은 책입니다. 1994년에 발표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주장, 즉 우리 지구와 인간은 유일하며 심지어 우주의 작동 목적에 대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탐사계획의 발자취와 발견에 따라 태양계를 두루 살펴보고, 이어서 인간의 외계탐사 여행에 대해서 흔히 소개되는 목적을 평가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외계공간의 장기 장래계획이 어떻게 수행될 것인가에 관해서 내 상상의 테두리를 그려볼 터라고 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창백한 푸른 점19902월 태양계의 외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1호의 카메라가 포착한 지구의 모습을 말합니다. 1장의 모두를 장식한 그 사진에 저자는 조그맣게 네모진 칸으로 표시해두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라고 적어두었습니다. 그 칸 안에 있는 작은 점은 핀으로 콕 찍어놓은 듯 가물가물해서 시력이 나쁜 사람은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온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광대한 우주 속에서 그야말로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가 봅니다. “우리의 거만함, 스스로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리의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 이 광막한 우주공간 속에서 우리의 미천함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데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올 징조는 하나도 없다.(27)”라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저자는 우주와 인간의 생성에 관하여 앞선 사람들의 철학적, 신학적, 과학적 관점에서의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결국 우주에는 신의 설계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지만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그래도 우주의 목적을 갈망한다면, 우리 스스로 보람 있는 목적을 찾아나서자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 책이 나올 무렵까지 인류가 이룩한 지구와 우주에 관한 과학적 성과들을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소개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1996년에 저자가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입니다. 저자가 더 살았더라면 더 많은 성과와 자료가 보완된 내용을 읽을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14다른 천체들을 탐사하여 지구를 보호한다에 이르면 앞서 말씀드린 보람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행성과학은 다가오는 이런 큰 환경 재해를 발견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넓은 관점을 육성한다.(245)”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구 밖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 즉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천체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라는 소중하고도 제한된 자원을 낭비하고 훼손해왔습니다. 지구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혹은 지구의 멸망을 목전에 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류를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미국과 소련은 전략적인 목적으로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각이 사라진 요즈음에는 우주에 대한 정책당국의 관심이 식은 탓인지 투자가 시원치 않은 모양입니다. 저자는 그런 점에 대하여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천문학 이외에도 철학, 신학, 역사, 문학 등의 영역에서도 저자의 방대한 앎에 놀라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한 저자의 심오한 사유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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