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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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타계한 미국의 신경과의사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수필집 <고맙습니다>를 늦게서야 읽어보았습니다. 올리버 색스가 뉴욕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만났던 파킨슨병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깨어남>으로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역시 고인이 된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우리나라에는 <사랑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의 감동이 원작을 읽을 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글을 <오악사카 저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사나이> 등으로 이어졌습니다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적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는 생애의 마지막 2년 동안에 쓴 네 편의 수필을 묶은 책입니다. 물론 2년 동안에 네 편의 수필만을 쓴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수필 수은20137월 여든 살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쓴 글입니다. 그리고 18개월 뒤에는 8년 전에 진단받고 치료했던 안구 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되어 재발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나의 생애를 썼다고 합니다. 임종을 두어 달 앞둔 시점에는 건강상태가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일상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 무렵 쓴 수필 가운데 하나가 나의 주기율표입니다. 그리고 임종을 2주일 앞두고 쓴 수필이 안식일입니다.


수은이나 주기율표에서는 색스의 독특한 인생관을 볼 수 있습니다. 매해 생일에 나이에 맞는 원소를 챙기는 것인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는 꼬마 때부터 상실에-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에-대처하기 위해서 비인간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법을 익혔다.(36)” 80세 생일을 맞아 쓴 수은은 안구흑색종을 치료받은 뒤였던 까닭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든의 생일을 맞을 수 있는 놀라움을 적었습니다. “내가 여든 살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가끔은 인생이 이제야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내 사실을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깨달음이 뒤따른다.(16)”


삶을 달관한 사람의 경지가 느껴집니다. 그가 진료한 환자들 가운데는 아흔 살, 백 살을 넘긴 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는 충만한 삶을 살았으니 이제 갈 준비가 되었습니다.(18)”라고 고별을 전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환자들을 만나다보면 인생을 관조할 여유가 생기게 되나 봅니다.


여든 살이 되면 쇠퇴의 징후가 너무나 뚜렷이 드러난다고 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예순을 넘기고서부터 그런 징후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관절 여기저기가 아프고, 근육도 밭아지면서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쉬이 느껴지던 피로감이 걷기운동을 강화하고부터는 많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쇠퇴의 징후가 느껴지면서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는 색스의 말에는 공감하면서도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 보완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몸이 전하는 이상신호에 민감해야 합니다. 우리 몸은 정상궤도에서 벗어날 때 다양한 신호를 내보냅니다. 그 신호를 잘 잡아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학이 많이 발전해서 내버려두면 심각한 상황으로 될 질병도 초기에 발견하면 정상 상태로 쉽게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간이나 췌장과 같이 변화에 무뎌서 심각한 지경이 되어서야 이상신호를 내보내는 장기의 경우는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연히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영양섭취나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가로서의 색스의 명성이 대단했다는 점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안구흑색종이 재발된 뒤에 쓴 나의 생애를 뉴욕타임스에 보냈더니 바로 이튿날 신문에 실렸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아니더라도 유수의 일간신문들은 유명인사의 글이라고 해도 순번이 정해져 있을 법한데, 원고를 받자마자 바로 신문에 실렸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색스의 위상이 그랬다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글들을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어낸 것을 보면서 선친께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쓰셨던 글 제목을 사세(辭世)’라고 하셨던 뜻을 되새겨보았습니다. 삶을 같이 한 사람들과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글에 담으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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