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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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읽었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https://blog.naver.com/neuro412/222626673569>의 에이머스 데커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전작에서는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폐인이 되었던 데커에게 도전해온 범인을 밝혀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함께 했던 연방정보부의 특수요원 로스 보거트는 데커와 알렉산드라 제미슨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합니다. 미제사건을 들춰내 해결하는 별동조직을 만든 것입니다.


지금까지 생활해온 오하이오주를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버지니아주 콴티코 기지로 가는 길에 데커는 라디오에서 극적으로 형의 집행이 정지된 사형수에 대한 소식을 듣습니다. 멜빈 마스라고 하는 사형수는 데커가 대학시절 미식축구 경기에서 손쓸 수 없이 패배하게 만든 선수였습니다. 하이즈만 트로피의 유력한 수상후보였던 마스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되었던 것인데 무슨 영문인지 형집행 예정일에 그 사건의 진범이 사건에 대하여 자백하는 바람에 집행이 정지된 것입니다.


데커가 마스에 대한 소식을 접한 것은 데커 자신에게나 마스에게나 운명적인 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데커가 콴티코에 도착하면서 보거트의 별동대의 대원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 사람에 더하여 임상심리학자 리사 대븐포트 그리고 현장요원인 토드 밀리건 등 다섯 사람입니다. 이들이 모여 첫 번째 수사에 착수할 사건을 골랐는데, 데커는 마스의 사건을 제안하고,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이야기 초반에는 마스가 수감되어 있던 텍사스의 교도소 분위기를 소개합니다. 폭력이 난무하고 수감자들의 인권은 고려되지 않는 끔찍한 분위기였습니다.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대하여, “여기에서 식사랍시고 주는 쓰레기를 매일 먹는데도 그랬다. 거대한 공장에서 가공되는, 콘크리트에서 카펫까지 온갖 것을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물질과 지방과 나트륨을 들이부은 그런 쓰레기를 먹고도.(8)” 그리고 미국의 사법제도의 허점도 있습니다. 무고한데 사형을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남부지역은 사형집행 건수가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형수들은 전기의자 혹은 독극물 주사 가운데 형 집행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스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찰스 몽고메리는 독극물 주사를 선택하는 다른 사형수들과 달리 전기의자를 선택하였습니다. 특이하게도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을 사형수의 가족들과 피해자 유족들이 참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세하게 소개되는 형 집행과정은 떠올리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데커가 마스의 사건을 첫 번째 수사대상으로 제안한 것은 아마도 자신의 사건과 닮은 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모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언도받은 마스가 형 집행을 앞두고 범인이 스스로 자백했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데커가 아는 마스는 부모를 살해할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판단도 더해졌을 것입니다. 미식축구라는 운동을 고리로 통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건은 텍사스, 앨라배마, 미시시피 주 등 미국 남부의 광대한 지역을 넘나들면서 진행됩니다. 마스의 부모가 살해된 사건은 20년 전의 일이라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치매 등으로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얻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데커의 뛰어난 기억력과 현장 파악 능력 등으로 사건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게 됩니다. 하퍼 리의 대표작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미국 남부지역의 인종차별주의 정황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스의 어머니가 교모세포종 4기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교모세포종은 대부분 어린이에서 생기는 종양이라서 설정이 적절치가 않아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해 보이는 밑밥들을 적소에 배치하고 이 밑밥들이 사건해결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작가의 글 솜씨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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