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탐심 -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김형호 지음 / 틈새책방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 가운데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남아있던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급해졌던가 봅니다. 드디어 지난해 여름 <경관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시작을 했습니다만, 책쓰기에 몰입하느라 6개월째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집들 가운데 기억에 남은 최초의 집에 얽혀있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라디오입니다. FM은 없고 AM만 잡히던 1950년대 후반의 기억입니다.


그 라디오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지역방송사에서 근무하는 김형호 기자님의 <라디오 탐심>입니다. TV방송국에서 일하면서도 라디오에 대한 열정을 간직해오던 김기자님은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라디오를 수집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1,000개의 라디오를 소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라디오를 1,000개 이상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들은 무려 100명이 넘고, 3분은 라디오 박물관까지 열었다고 합니다. 특정한 물품을 모아서 박물관까지 열 정도면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소장한 라디오가 박물관을 열 수준은 아니지만, 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게 되었으니 이는 라디오 수집과 같은 맥락에서의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학창시절에 이르기까지 라디오 애청자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연속극을 즐겨듣고, 연속극 주제가를 따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라디오를 끼고 살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적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선친께서 TV를 사셨던 것이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으니, 그 전에는 당연히 라디오 청취는 저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학생들 대부분은 심야방송을 즐겨 들었던 것인데, 저는 한술 더 떠서 연속극에 빠져있었습니다.


<라디오 탐심>에서는 제가 쓰던 라디오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새소식은 물론 연속극과 노래를 듣던 라디오는 제 기억으로 금성사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라디오 탐심>“‘번안 라디오의 아이러니에서 소개하는 골드스타A-501 제품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산된 라디오였다고 합니다. 일본 산요사의 라디오를 베꼈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품의 국산화비율이 60%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만의 첫 번째 라디오는 릴 테이프를 장착하는 녹음기에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연속극을 들을 수 없는 날에는 할머님께 녹음을 부탁드려 듣기도 했습니다. 예약녹음 혹은 예약녹화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입니다.


릴 테이프가 늘어나서 녹음이 어려워졌을 무렵 외항선을 타던 형님께서 집에 오시면서 가져왔던 소니 카세트 녹음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소개한 소니 CF-580 모형입니다. 성능이 정말 끝내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 모형이 저의 라디오 시대를 마무리한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라디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소 아쉬운 대목도 없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온 분들이 계셨는데, 어렸을 적에 이 집에서 살던 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살고 있는 집의 옆집은 바로 부인되시는 분이 어렸을 적에 살던 집이라고 했습니다. 부인되시는 분이 찾아오신 분들을 알아보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지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붐 박스를 야전 전축이라고 하셨는데, 턴테이블이 있어 LP판을 올려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야외전축을 야전이라고 줄여불렀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 때문에 야전전축은 역전 앞이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점을 빼고는 라디오에 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물론 관련된 인문학 자료까지도 소개하는 참 좋은 책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