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 손철주의 그림 자랑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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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추천으로 읽은 책입니다. <사람 보는 눈>의 작가는 미술담당으로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해 오면서 취재본부장을 지낸 손철주 기자입니다. 1998년에 발표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2017년에 개정신판을 낼 정도로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저는 <사람 보는 눈>이 작가의 처음 읽는 책입니다.


작가는 앞서는 글에서 사람 그림들을 죽 펼쳐놓고 보면서 새삼스레 깨단한다. 그림 밖의 사람은 그런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고, 그림 속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 이럴진대 사람 그림을, 그려진 사람으로만 여기겠는가. 보고 또 볼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깨단하다의 뜻이 궁금해졌습니다. 누리망에서 찾아보니 오래 생각나지 않다가 어떠한 실마리로 말미암아 깨닫고 분명히 알다.’라고 합니다. 잘 쓰이지 않는 우리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는 글에서 발견한 깨단하다처럼 책 곳곳에서 처음 듣는 우리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모두 39꼭지의 글을 ‘1부 같아도 삶 달라도 삶’, ‘2부 마음을 빼닮은 얼굴’, ‘3부 든 자리와 난 자리’, ‘4부 있거나 없거나 풍경이라는 4개의 작은 제목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그러니까 1부는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모두 각자의 삶이라는 뜻 같습니다. 2부에서는 그림 속 얼굴에 마음까지 담아낸 그림들을 소개하는 것, 3부는 그림에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4부에 사람이 나오지 않는 그림을 소개한 것은 3부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김홍도의 세마도였습니다. 버들가지가 늘어진 것을 보아 봄이라고 했습니다. 봄이 되었으니 말을 못으로 이끌어 씻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원은 문밖의 푸른 못물로 봄날에 말을 씻고(門外綠潭春洗馬) / 누대 앞의 붉은 촛불을 밤에 손님을 맞는다(樓前紅燭夜迎人)”이라는 당나라 한굉의 시의 한 구절을 적어놓았습니다. 부귀와 공명을 버린 채 한소하게 사는 자의 여유를 노래한 대목이라고 합니다.


4부에 있는 포도알 탱글탱글하듯에서는 월성 김씨가 아들 인환에게 준 포도라는 그림을 설명하면서 우리문학에 나타난 포도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과 잘 어울린다. 바다 건너 존 스타인벡의 강퍅한 분노의 포도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231)”라고 했습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7월에 익어가는 청포도를 노래하였으나,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서는 포도가 등장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존 스타인벡은 사람들의 눈에 패배의 빛이 떠오르고, 굶주린 사람들의 눈에 분노가 서린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분노의 포도가 하나 가득 가지가 휘게 무르익어 간다. 수확의 때를 향하여 알알이 더욱 무르익어 간다.”라고 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에 들어간 포도는 민중의 고통과 분노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결이 다르다고 한 것은 틀림이 없으나 이육사의 청포도와 존 스타인벡의 포도는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역시 4부에 있는 작은 그림에 갸륵한 소망에서는 심사정이 초충도에 그린 양귀비는 꽃의 여왕이라고 한답니다. 모란을 꽃의 왕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양귀비를 꽃의 여왕이라고 하는 이유는 당나라 현종의 사랑을 받은 양귀비에 비유한 것이라고 한답니다.


역시 4부에 있는 손 타지 않아 발랄하다에서는 심사정의 국화와 돌에서는 국화에 관해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9월을 국월(菊月)이라 한다는데, 도연명이 99일 중양절에 술이 없어 대신 국화꽃을 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화는 은거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란 국화는 별이 가득한 하늘’, 자줏빛 국화는 술에 취한 신선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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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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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읽어보려 벼르던 에리히 캐스트너의 시집 <마주보기>를 구매해서 읽어보았습니다. 1899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그는 교사가 되고자 사범학교에 진학했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징집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신문기자가 되었습니다. 여러 매체에 시를 발표하다가 소설과 아동소설을 발표하여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히틀러 집권 때는 집필금지를 당하고 책들이 불태워지기도 했습니다.


<마주보기>문학이란 동시대의 아픔을 담을 수 있어야 하며, 가장 쉬운 말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소신이 잘 드러난 시집이라는 것입니다. 시인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시를 쓰려고 노력해왔는데, 마음의 통증을 치료해주는 시, 일상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시, 가정상비약과 같은 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합니다. 유머, 분노, 무관심, 아이러니, 명상, 과장 등가 같은 유사 치료제를 이용해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도와줄 책으로 <마주보기>를 출간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119개의 시의 제목을 늘어놓은 목차 다음에 사용지침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119개의 시를 영역별로 구분하는 대신에 나이 드는 것이 슬퍼질 때’, ‘가난을 접할 때’, 등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민에 따라서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시들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마치 약을 먹을 때 복용법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독자들은 삶에서 생기는 장애를 줄이거나 없애고 싶을 때마다 이 사용지침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살짝 확인을 해보니 하나의 시가 여러 경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나이 드는 것이 슬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나이가 적지 않은 저로서는 나이 드는 것이 슬퍼질 때라는 상황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 두 번째인 사촌의 구석창문(E.T.A. 호프만에게 바침)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는 교회 종탑 뒤에서 불타는 / 저녁노을을 사랑한다. / 그는 삶과 죽음을 사랑하고 /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도 사랑한다.’라는 세 번째 연을 읽으면 나이 드는 것을 슬퍼하는 사람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는 독일의 후기낭만주의 작가 호프만의 소설 사촌의 구석창문을 소재로 썼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두발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하는 사촌과 그가 머무는 고층 건물의 구석방에 찾아온 화자가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때 작가인 사촌은 젊은 화자에게 작가의 기본 자질 가운데 하나인 보는 기술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호프만 역시 독일 시인 칼 프리드리히 크레쉬칸의 창가의 폴 스카론(Scarron am Fenster)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마비된 프랑스 작가 폴 스카론이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익살맞게 묘사했다고 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호프만의 사촌의 구석창문과 일본 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지붕 속 산책자를 비교한 논문이 있습니다. 사촌의 구석창문은 정지된 도시산책자로 지붕 속 산책자에서는 도착적 도시산책자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금년 초에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을 통해 다녀온 일본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하면서 경험한 순간들에 안성 맞춤한 비유들을 <마주보기>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마주보기>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상황에 잘 맞는 시들이 참 많다는 생각입니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읽지 않더라도 사용지침서를 참조해가면서 읽어보고 싶은 시를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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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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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이 마련한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쓰면서 참고한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집 마주보기에서 사촌의 구석 창문이라는 시를 읽었습니다. ‘그는 건물 고층에 있는 구석방에 앉아 있다. / 그는 자신이 누구를 닮았는지 모른다. / 그는 그렇게 높이 올라가는 걸 원치 않았지만 / 결국 올라갔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시의 소재는 E.T.A. 호프만의 소설 사촌의 구석 창문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합니다. 소설에서는 작가의 사촌은 젊은 방문객인 화자를 건물 고층의 구석방에서 만나 창문을 통해 내다보며 작가의 기본 자질 중 하나인 보는 기술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호프만의 사촌의 구석 창문과 일본 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지붕 속 산책자에 나타나는 도시산책자의 동기를 비교한 연구논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촌의 구석 창문에서는 정지된 도시산책자, 지붕 속 산책자에서는 도착적 도시산책자로 해석되는 특성을 도출해냈다는 것입니다. 두 작품을 직접 읽어보려 했습니다만, 사촌의 구석 창문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고, 지붕 속 산책자이라는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1에 실려 있어 읽어 보았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에도가와 란포는 본명이 히라이 타로(平井太郞)의 필명으로 에두거 앨런 포의 이름을 빌어온 것이라 합니다.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1에는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애벌레그리고 천장 위의 산책자등 세 편의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거미남이 실려 있습니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애벌레는 일종의 기담을 소설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천장 위의 산책자와 장편소설 거미남는 일종의 탐정 추리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에서 화자는 혼슈의 중간쯤에서 동해로 열리는 우오즈(魚津)에서 신기루를 보았다고 합니다. 신기루(蜃氣樓)를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커다란 조개가 내뿜는 숨결 속에 있는 누각이라는 의미입니다. 화자는 신기루를 보고 돌아오는 열차에서 만난 노인이 가지고 있던 오시에 기법을 적용한 에마(絵馬)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됩니다. 에마는 일본의 신사 및 사원 등에서 소원을 담아 봉납하는 그림을 그린 목판을 말합니다. 그리고 오시에()기법은 꽃,,인물 등의 모양의 판지를 여러가지 빛깔의 헝겊으로 싸고  솜을 두어 높낮이를 나타나게 하여 널빤지 따위에 붙인 전통 기법을 말합니다노인의 형님이 83m가 더 되는 료운카쿠(凌雲閣)에 올랐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여성을 찾아다니다, 그녀가 그림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애벌레에서는 전쟁에 나갔다고 사지가 잘리고 얼굴도 망가진 남편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아내가 남편을 성적으로 학대하다가 눈을 찔러 실명케 하는데, 자신이 한 짓에 놀라 용서해달라고 말하는데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편이 용서한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집안에 있는 우물을 향해 꿈틀거리는 물체를 발견합니다.


천장 위의 산책자는 살고 있는 하숙집의 천정으로 숨어들어 하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구경하다가 한 사람을 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범죄흉내를 내던 주인공이 천장 속을 누비다가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완전범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됩니다. 하지만 피해자와 특별한 감정이 없는데도 살인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과연 쉬울까 싶습니다.


천장 속을 누빈다는 생각은 새집인 경우에는 쉽게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시골에서 다니던 초등학교의마루는 나무판자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판자에 있는 옹이가 빠진 곳이 있으면 물건들이 바닥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건물에 있는 숨구멍을 통해 마루 아래로 들어가 떨어진 물건을 찾기도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천정 속을 누빌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산책자>는 법의학을 전공하는 자가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른다는 구성이 놀라웠습니다. 살인자가 경시청의 사건수사를 자문하다보니 상황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막판에 범인이 특정되기까지 범인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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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패닉룸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책세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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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네 번째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프루스트기 이야기 속에서 인용한 책을 찾아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그 첫 번째 책이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 쪽으로 1>18쪽에 나오는 잠든 사람은 자기 주위에 시간의 실타래를, 세월과 우주의 질서를 둥글게 감고 있다.”라는 대목인데, 여기 나오는 우주는 프랑스어 ‘mondes’로 프루스트가 <우주 전쟁>에서 영감을 받은데서 연유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mondes’는 영어로 ‘worlds’로 번역됩니다. 1898년에 출간된 허버트 조지 오웰의 <The War of the Worlds>를 프랑스어로 옮기면 <La Guerre des Mondes>입니다. 그런데 1915년 일본의 아키타서원에서 일본어로 옮기면서 <宇宙戰爭>으로 옮긴 것을 우리말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주전쟁>은 어느 날 화성에서 발사된 우주선을 타고 화성인들이 영국에 도착해서 지구 점령을 시작하였지만, 지구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세균에 감염되어 전멸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화성인과 지구인 간의 벌어진 전쟁, 즉 지구의 세상과 화성의 세상이 전쟁을 벌인다는 의미를 담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우주전쟁이라고 확대 해석한 것이지만 사실을 지구와 화성의 행성 간 전쟁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주전쟁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 것 같습니다.


소설 <우주전쟁>1953년과 2005년에 각각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1988년과 2019년에는 각각 TV연속극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정작 화제가 되는 것은 1938년에 생방송 머큐리 극단에서 방송한 라디오 연속극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감독 오슨 웰스가 제작, 연출, 각본을 담당한 연속극은 원작 소설이 처음으로 다른 매체로 각색된 것이었습니다. 전반부는 실제 뉴스처럼, 후반부는 극 형식으로 방송되었는데, 앞부분에서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지만 후반부에서 청취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피난하거나 총을 들고 나오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고 합니다.


소설의 첫 부분은 십구 세기 말에는 인간보다 지능이 높고 위협적인 존재들이 이 세상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다.”라고 시작합니다. 유럽의 제국주의가 우월감에 싸여 제3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행성간 전쟁의 발단은 화성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위기가 닥치면서 화성사람들은 지구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화성의 냉각화가 지구보다 일찍 시작하였기 때문에 지구인들보다 높은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일찍 등장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화성에서 출발한 우주선들은 영국의 런던에서 남서쪽으로 멀지 않은 오터쇼 부근에 속속 도착하고, 우주선에서 나온 화성인들은 세발이 달린 기계를 조종하여 지구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초토화시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광선총과 독가스는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영국에서도 개발되지 않은 신무기였습니다. 화성인들의 지구공격이 시작되면서 동원된 영국군은 대포를 사용하여 화성인들의 세발이 달린 기계를 파괴하는데 성공하지만 화성인들을 이내 영국군의 대포를 무력화시켰습니다. 화성의 우주선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화성인들은 공격의 체계를 갖추어 런던으로 진격해 들어갔습니다.


파죽지세로 점령지역을 넓혀가던 화성인들의 진격을 막아낸 것은 영국군도 아니고 지구인들에게는 크게 피해를 주지 않은 세균이었습니다. 진화과정에서 미생물의 간섭을 받지 않게 된 화성인들은 지구의 세균에 감염되면서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결국 화성에서는 지구로의 이주계획을 포기하고 금성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는 뒷이야기가 덧붙여집니다.


이 작품은 망원경을 통해서 화성을 관찰한 결과와 그 무렵 등장한 세균의 존재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구성한 것으로 독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한 이야기였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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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2 - 쿠스코의 황금
앙투안 B. 다니엘 지음, 진인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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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제국의 운명은 전편의 마지막 장면, 15321116일 카하마르카에 들어온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유일한 잉카의 자리를 두고 벌인 우아스카르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아타우알파와 면담을 청한다. 대군을 이끌고 카하마르카에 도착한 아타우알파는 피사로가 카하마르카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대에 응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우린 무기 없이 갈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스페인 사람들이 200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방심한 탓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말과 쇠로 만든 칼, 더하여 대포까지도 가지고 있어 활과 창, 몽둥이나 투석기 등으로 무장한 잉카군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니, 화를 자초한 셈입니다.


아타우알파와의 첫 대면에서 그를 사로잡을 셈이었던 피사로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만남을 앞둔 아타우알파가 치차를 마시면서 스페인 사람들과 끝장을 볼 것이라고 호언한 것과는 달리 치밀하게 병력을 배치하는 등 준비를 했던 것입니다. 프레이 비센터가 건넨 미사용 성서를 집어던진 것을 계기로 피사로는 전투개시를 명령하자, 포성이 울리고 화승총을 발사해 잉카의 전사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타우알파는 나는 태양신의 아들이다.”라고 소리쳤을 뿐 전사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아타우알파는 피사로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잉카2-쿠스코의 황금>에서는 스페인 사람들이 아타우알파를 처형하고 쿠스코에 입성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피사로는 궁극적으로 금은보화를 거둬 스페인의 카를로스황제에게 보내고, 잉카를 통치하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황금에 눈이 어두운 자였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속성을 파악한 아타우알파는 자신이 거처하고 있는 방을 금과 은으로 채워주면 자신을 풀어달라고 협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잉카제국에서 거둬들인 금과 은으로 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지만, 피사로의 수하들은 아타우알파가 동원한 군사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피사로를 속여 그를 죽이고 말았습니다그리고는 황금으로 만든 우아이나 카팍의 분신형제를 비롯한 황금이 넘친다는 쿠스코로 향합니다. 그 사이에 잉카쪽에서는 아타우알파의 동생인 망코가 유일한 군주로 추대됩니다. 아나마야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망코는 평화주의 노선을 선택하고 스페인 침략자와 협력을 도모합니다. 물론 피사로 총독이 주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사로의 두 동생 곤살로와 후안은 막무가내입니다. 심지어 곤살로는 망코의 부인과 잠자리를 하겠다고 합니다. 망코의 씨족 여자 인구일이 나서서 왕비인척 하겠다고 제안해서 그 순간을 벗어나지만 결국 속인 것이 들통 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망코도 스페인의 침략에 저항하기로 하고 쿠스코를 탈출하지만 가마를 타고 도보로 이동하는 이들은 말을 타고 뒤쫓는 스페인인 사람들에게 금세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피사로의 스페인 병력이 20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처럼 잉카제국의 심장부로 진격해 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잉카제국이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서 짓밟았던 소수민족들이 스페인 쪽에 합류하여 선발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타우알파가 싸울 것을 천명하지 않은 탓에 침략자를 방어할 군사들이 소집되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 줄거리가 되는 코야 카마겐인 아나마야와 피사로 총독의 수하인 가브리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카인들이 아나마야를 묵인해주는 이유도 분명치가 않기는 합니다. 아타우알파와 망코의 아버지로 유일한 군주였던 우아이나 카팍이 아나마야를 코야 카마겐으로 지목하면서 전했던 퓨마가 가브리엘이라고 설명합니다. 퓨마는 잉카를 지키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잉카 사람들은 전쟁을 통하여 제국 주변에 있는 나라들을 합병하였음에도 이방인인 스페인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푼 이유가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잉카2-쿠스코의 황금>편은 스페인 사람들이 쿠스코에 입성하여 황금을 차지하면서 망코를 풀어주는데 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잉카 사람들의 저항을 소개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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