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물에 대하여 - 2022 우수환경도서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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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시간과 물을 어떻게 연결하여 한권의 책을 만들었나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입니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때로는 위협적으로, 때로는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바친다.’라고 적은 헌사는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철학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후 세대가 살아야 할 곳이라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근무한 연구소에는 아이슬란드의 고문학인 사가(saga)의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코덱스 레기우스는 북유럽 신화의 두 번째 주요 원전으로 바그너, 보르헤스, 톨킨 등이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예언녀의 계시에는 라그나뢰크, 즉 세상의 종말을 묘사한 장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태양이 지고 대지가 바다에 가라앉는다. 하늘에서 빛나던 빌들도 사라진다. 불꽃이 만물의 생명수인 세계수를 집어삼키니 불길이 타올라 하늘까지 치솟는구나.” 세상의 종말이 어떨지는 쉽게 가늠되지 않습니다. 옛날에 시청한 영국 TV연속극 <닥터 후>에 세상의 종말의 순간을 지켜보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연구소에는 1903년부터 1973년까지 아이슬란드의 전역에서 채록한 음성자료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민요를 채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녹음기에 붙잡아 놓은 셈인데, 저자는 시간을 포착한다는 발상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저 가느다란 릴 속의 노인들처럼 조만간 사라질게 될까.(23)”라는 생각에 가족 가운데 할아버지 세 분과 할머니 두 분의 이야기를 채록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선산에 찾아가 조상님들의 행적을 말씀해주시는 선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둔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던 장소를 다시 찾아 정리해보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경관기행(景觀紀行)이 되는 셈인데, 아직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작업은 뒷날로 미루고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제공하는 영상으로 가보려 생각합니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1951년에 제작한 영상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1951년 바트나예퀴들 빙하 바우르다르붕카산에서 찍은 거란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오래전 일도 거의 다 기억하는데, 사진이라도 있으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뭔가 꼬투리가 있으면 흐려졌던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아이슬란드의 옛날 풍경에 등장하는 빙하가 변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간과 물과의 관계를 뒤쫓는 꼬투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빙하가 물러나는 곳은 아이슬란드 뿐 아니라 히말라야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히말라야를 연결하는 고리는 2009년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어려움은 아이슬란드어로 된 인명이나 지명이 길고 생소한 까닭에 머릿속에 생각이 눈으로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 말과 인도 말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시간과 물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극지에 있는 빙하는 빙하기의 산물인데, 산업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이 전적으로 화석연료의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인지, 지구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지구적으로 가속되고 있는 산업문명의 후유증으로 생긴 이산화탄소의 폭증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한줄로 요약되는 것을 한권의 책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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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수상록 동서문화사 월드북 12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손우성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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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몽테뉴 수상록을 모두 읽었습니다. 직장이 있던 원주나 유성에 머물 때 주로 읽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무려 6년반 정도 걸린 듯합니다. 오랫동안 읽기를 쉬다보니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한 것도 몇 차례입니다. 프루스트 전문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앙투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맛>을 읽고 쓴 독후감은 라포르시안에 연재하던 양기화의 북소리에서도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아내가 고른 양기화의 BOOK소리; https://blog.naver.com/neuro412/222248887265>에도 담았습니다.


<몽테뉴 수상록, Les Essais>는 몽테뉴가 보르도 고등법원의 참사를 그만둔 1570년 집필을 시작하여 10년이 된 1580년에 전2권으로 출간하였고, 이후 수정과 가필을 거쳐 1588년에 전3권으로 증보하였습니다. 이후에도 가필과 수정을 더하였고, 그가 죽은 뒤 1595년에 신판이 나왔답니다. ‘인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똑같은 결과에 도달한다라는 주제로 시작하여 슬픔, 협상, 나태, 거짓말쟁이, 공포심, 상상력 등 모두 107개의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등 다양한 옛 자료에서 고른 경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가히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다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450년 가까운 옛날에 쓴 책이지만, 오늘날 읽어도 와 닿는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몽테뉴 수상록>을 바탕으로 한 2차 저작물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복잡한 현대의 생활에서도 몽테뉴가 제안하는 삶의 윤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몽테뉴 수상록>에서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살 것인가하는 삶의 미학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루스트 전문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앙투안 콩파뇽은 <몽테뉴 수상록>에서 고른 40개의 주제에 관하여 <몽테뉴 수상록>을 재해석한 글을 <인생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인생의 맛>에서는 몽테뉴가 신장결석을 앓았고, 이를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나 의술을 불신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몽테뉴 수상록>을 읽어보면 신장결석이 아니라 담석증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담석증도 신장결석만큼이나 통증이 대단한 병입니다. <몽테뉴 수상록>에는 의술과 의학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술의 속임수(기만)’, ‘의술은 필요 없는 것등으로 제목을 적은 것은 보면 몽테뉴가 의사와 의술을 얼마나 믿지 못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사실 450년 전의 프랑스 의학의 수준은 요즈음의 의학 수준과 비교할 수조차 없었을 터이니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몽테뉴가 요즘 세상을 살았더라면 의학이나 의술에 대하여 찬양하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저도 몽테뉴씨에게 의술에 대한 변명을 적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요즈음 우리 법조계에서 화재가 되고 있는 기억력과 거짓말에 관한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몽테뉴는 자신의 기억력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자인합니다. 그러면서 기억력이 약한 대신 다른 소질이 강화되더라고 했습니다. 말이 짧아지더라는 것입니다. 기억력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될 생각을 아예 말라고 합니다. ‘거짓을 말한다거짓말 한다의 차이도 설명합니다. ‘거짓을 말한다라는 의미는 그릇된 일을 말하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 것이고, ‘거짓말 한다는 자기가 알고 있는 바와 반대되는 일을 말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거짓말은 저주받을 악덕이다. 우리는 오로지 언약을 지킴으로써만 사람이 되며 서로 믿고 살아갈 수 있다. 거짓말의 가중함과 그 무서운 결과를 잘 알고 있다면, 우리는 다른 범죄보다도 이런 짓을 마땅히 화형에 처해야 할 일이다.” 거짓말의 중대함은 죽음으로 배상해야 할 정도로 나쁜 짓이라는 것입니다. 거짓말하려면 차라리 침묵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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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 - 국가는 정당한가
홍일립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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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처럼 국가의 정체성에 관하여 고민을 해본 적이 있던가 싶습니다. 국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국가는 누구를 위해 있는 걸까?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국가는 필요할까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국가의 딜레마>는 이런 의문을 가진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쓴 홍일립박사는 사회사상·정치경제학·미술사 등을 공부했고, 예술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라고 간략하게 소개되었습니다. 이 정도 소개만으로는 책이 지향하는 바를 파악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저자는 저보다 조금 늦은 1976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하셨다고 합니다.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세대였습니다. 저자는 학생운동가로 시작하여 용접공, 기업가, 정치인을 거쳐 지금은 은퇴하여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젊었을 적에는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선대위의 기획실장을 맡아 대선을 치렀고, 당선 후에는 정치판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원을 지냈다는 것을 보면, 진정한 노사모였던 것 같습니다. 전작 <인간 본성의 역사>가 나온 뒤에 나온 서울신문의 기사를 보면, “정치판에서 인간의 탐욕을 봤어요. 공인의 책무나 책임 윤리에 대한 성찰 없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치가 전도된 우리 사회의 실상을 느꼈어요.”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가 정치판을 떠난 이유일 듯합니다.


제가 앞서 적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은 저자의 서문에서 따온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담겨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국가는 정당한 조직인가?”하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국가의 비천한기원”, “국가라는 괴물”, “반국가주의자들”, “민주주의는 희망의 언어인가?”, “국민의 국가의 주인인가?”, “국가의 딜레마의 순서로 국가의 정체성을 정리해나갔습니다.


국가라는 집단형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그렇게 생겨난 국가가 특히 다른 국가와의 충돌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하여 내세웠던 국가주의라는 개념의 정체, 그리고 국가라는 사회적 형태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장도 소개합니다. 소련의 사회주의체계가 붕괴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가 과연 정답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 민주주의의 본질, 특히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리고 수천년이 흐르는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이상적인 형태의 정치체계가 되었어야 할 민주주의는 여전히 허점 투성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국민이 과연 국가의 주인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누구나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권력을 탐하는 자들도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내세웁니다. 하지만 권력을 쥔 자가 보기에 국민은 선동에 휩쓸리는 군중에 불과하고 권력의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달콤한 언사로 국민들을 호도하여 권력을 쥔 자들 역시 과거의 독재자들의 행태를 닮아가는, 아니 더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런데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쪽에 세워진 국가는 일인독재체제이고, 남쪽의 역대 정권은 자유국가의 형틀을 갖추었지만, 이상한 나라라고 단칼에 정리하였습니다. 초대 대통령은 무능과 부패, 이어서는 철권통치를 휘두른 독재자로, 이어들어선 군사정권의 대통령은 임기 뒤에 감옥으로, 그 뒤로도 권력형 부패와 국기 문란으로 두 명의 대통령이 수감되는 등, 건국 이래 최고 권력자는 민주주의의 옹호자 김영삼과 김대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삶을 정상적으로 마무리 짓는 행운을 얻지 못했다라고 하였습니다. 현 정권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언제쯤 현 정권에 대한 생각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저자는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이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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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안토니오 G. 이투르베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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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서 벌서 2년째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는 나이입니다.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라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년 전에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오시비엥침(우리에게는 아우슈비츠라는 독일식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을 찾았을 때, 나치의 만행이 너무 끔찍해서 몸서리가 처질 지경이었습니다. 유대인을 비롯하여 집시, 공산주의자 등, 나치가 혐오하던 사람들을 처형하던 장소였습니다. 오시비엥침의 참혹한 상황을 고발한 책자들은 적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오시비엥침에 비밀리에 운영되던 작은 도서관이 있었고, 나이 어린 사서가 무겁기만 한 책임을 맡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의 31구역에는 작은 학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전쟁 중에 운영하고 있는 수용소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나치가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을 인정한 학교였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안토니오 이트루베는 책의 역사를 기록한 알베르토 망겔의 <밤의 도서관>에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의 31구역 학교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던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는 것을 읽고는 내막을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이 불가피했다는데, 31구역 학교의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은 8권의 책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6명의 선생님들을 통하여 자칫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정신적 지주를 지탱해왔다는 것입니다.


소장하고 있는 책의 규모로 보면 분명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이 맞을 것 같습니다.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정도 규모의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그렇게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돌려 읽느냐가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제 경우도 읽은 책을 같이 일하는 분들과 공유하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소장도서가 500여권에 이르렀습니다만, 종국에는 회사에서 징발당하는 비극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도서관을 다시 열 기회를 노리고 있답니다.


물론 나치의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31구역의 책임자나 작은 도서관의 사서를 맡은 어린 소녀의 대단한 용기도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서 덕분에 책읽기와 관련된 좋은 글귀들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의 첫 장을 펼친다는 건 휴가지로 가는 열차에 올라다는 것과 다름없다.(126)”는 대목이나, “책에는 페이지마다 저자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책은 그 기억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97)”는 대목도 좋습니다.


작가는 처음에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의 작은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정리한 수필을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소설로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도서관 사서 디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섞어 넣어 수용소의 실상을 같이 소개합니다. <안네의 일기>를 남긴 안네 프랑크도 등장하는데, 전쟁 말기에 디타는 아우슈비츠를 떠나 몇몇 수용소를 전전하는 가운데 베르겔벨젠에서 안네와 함께 수용되었다고 합니다.


수용소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심지어는 담배와 같은 기호품까지 필요한 것들이 은밀하게 유통되었던 모양입니다. 수용소에 필요한 물자의 공급선에는 아마도 수용소를 관리하는 독일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업의 귀재라는 유대인들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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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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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이 세계로 확산된 지 벌써 1년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밀폐, 밀집, 밀접3() 환경,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곳과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게 모여서 1m 이내의 밀접한 접촉을 하는 것을 통하여 확산된다고 알려지면서 대중영화관도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실공간에서의 만남이 제약을 받으면서 가상공간에서의 만남이 활기를 띄게 되었습니다. 영화 역시 대중영화관이 지고, 누리망을 통하여 신작을 소개하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제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라서....) 넷플릭스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매체라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력인 미국의 다중매체기업이라고 합니다. 넷플릭스라는 이름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라는 단어를 합성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1998년 비디어 대여사업으로 영업활동을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누리망을 통하여 TV연속방송극이나 영화를 제공하는 영업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201811일 출간된 폴란드 작가 블란카 리핀스카의 <365>은 일약 작가를 유명인 대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각국에서 번역 소개되면서 가장 잘 팔리는 소설이 되었고, Wprost는 작가 블란카 리핀스카를 2019년 폴란드 최고작가, 2020년 폴란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소설의 독후감을 정리할 때, 이야기의 줄거리를 공개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만, 출판사에서 책을 소개하기 위하여 요약한 정도를 인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폴란드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는 라우라는 남자친구 등 2쌍의 친구들과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로 휴가를 떠났습니다.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악몽이 되고 만 것은 라우라가 마피아 가문의 젊은 수장 마시모의 눈에 띄어 납치된 것입니다. 과거 피습을 당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지경에 빠졌을 때 꿈속에서 만난 이상형의 여성이 바로 라우라였다는 것입니다.


납치된 사람이 납치한 사람에 빠져 오히려 두둔하는 경향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라우라 역시 마시모의 치명적인 매력에 점차 빠져들게 됩니다. <365>의 주요 흐름은 성애에 기반합니다. 라우라 역시 순수한 사랑보다는 성을 즐기는 개방적인 여성이고, 마시모 역시 자유분방한 성격이라서 두 사람은 성애를 매개로 납치라는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성애를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는 아무래도 비밀스럽게 만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365>의 작가는 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건 저녁을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개방성이 지나치게 결여되어 있고, 사랑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폴란드 사회가 그렇다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소설이 번역 소개되고 영화로 만들어져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면서 전 세계 여성들의 호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 물론 도색소설이나 도색영화가 남성들의 전유물일 것이라는 생각도 편견인 듯합니다. 여성 역시 관심이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설 <365>이나 영화 <365>이 성에 대하여 개방적인 나라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는 것을 보면, 성애 이외에도 꿈도 꾸어보지 못한 상류사회에 진입한 라우라의 새로운 삶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 것은 아닐까요?


조금 아쉬운 점은 우리의 주인공들이 시도 때도 없이 성애를 즐긴다는 점인데,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색다른 상황에서의 성애를 즐기는 듯한, 삼류여관에서 제공하는 맥락 없는 도색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성애에 대한 묘사도 미묘하고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남는 것 같습니다. <365>, <오늘>, <또 다른 365>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의 전편을 독파했어야 하는데, <365>이 라우라가 피습되는 위기를 겨우 벗어난 상황에서 끝나는 바람에 아쉬웠습니다. 마치 일일연속극처럼 <오늘>이 빨리 번역 소개되어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영화를 보면 전체 이야기를 알 수 있겠습니다만, 영화와 소설은 즐기는 방법이 전혀 달라 제 경우는 소설을 읽는 재미가 더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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