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과민대장증후군 - 개정판, 오랜 시간 괴롭히는 설사, 화장실 가기 두려운 변비, 사회생활을 힘들게 하는 가스와 복통
이진원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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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허리도 아프고 무릎이 쑤시기도 합니다. 병원에 가보아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받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바뀌는 삶의 환경에 맞추어가느라고 여기저기 삐걱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기계도 오래되면 닳고 망가지는 것처럼 평생을 사용해온 신체기관이 이제는 쓸 만큼 썼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현대의학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병원에 온 환자들은 의사들이 병명을 콕 짚어 정하고 치료법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게다가 우리 몸에 얹혀사는 미생물도 120조에서 500조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가히 소우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체물리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주를 구성하는 별과 행성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우주의 신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소우주라 할 인체의 신비도 풀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과민성 장증후군도 풀어야 할 비밀이 많은, 아직은 질병이라고 할 수도 없는 증상입니다. 복부팽만감, 복통, 복부 불쾌감, 헛배부름, 잦은 트림 등이 주된 증상인데, 소화불량, 가슴 쓰림, 구역질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근 3개월간 3일 이상 복통이나 복부불쾌감이 있으면서 1. 배변횟수가 변하거나, 2. 변의 형태가 달라지거나, 3. 변을 보고나면 증상이 완화되는 등의 3가지 가운데 2개 이상이 있으면 일단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의심해볼만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종양이나 감염 등이 있는 경우도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원인이 분명한 질환들을 제외해가다 보면 남는 것이 과민성 장증후군입니다. 현재로서는 심리적 요인 등으로 장운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를 비롯하여 장운동을 자극하는 음식을 피하도록 하는 등의 대증요법을 적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참고할만한 정보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굿바이 과민대장증후군>은 과민성 장증후군이라고 진단받은 환자들이 참고할만한 책입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하여 밝혀진 과민성 장증후군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저자가 미국 휴스턴에 있는 엠디 앤더슨 병원에서 통합의학과정을 수료했다고는 하지만 한의학을 전공하신 한의사라는 점이 걸립니다. 엠디 앤더슨 병원의 통합의학과정의 교과과정은 얼핏 보기에는 심신의학, , 생약 등 주류의학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영역을 현대의학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과정을 이수하고 돌아와 진료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의료 환경이 우리나라와 미국은 차이가 있어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굿바이 과민대장증후군>으로 돌아와서 살펴보면, 책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의 현대의학의 영역에서 연구 발전시킨 내용이며, 저자의 전공분야인 한의학에 관한 부분은 그럼 한의원에서 치료는 어떻게 다를가?”라는 소제목으로 된 8쪽 분량이 전부입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에 대한 원인과 진단과 치료에 관한 내용의 대부분을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는 약을 먹어도 증상이 바로 낫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에 영향을 받아 치료율도 떨어지게 됩니다.(155)”라고 단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요? 한의학적 치료효과 역시 서서히 나타난다고 하고, 과민성 장증후군이 심리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이라고 부연설명하면서 말입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차료에 있어서 한의학적 접근에 대한 설명을 들여다보면 아직 밝혀지지 못했지만~’이라는 단서 아래 개선 효과는 괜찮은 편이라고 두리뭉실하게 넘기고 있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하려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감염이나 종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제외해야 하는데, 한의학 영역의 진단술기로는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병원이나 의원 등 의과 진료를 통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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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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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이집트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부심벨에서 본 람세스2세의 신전은 무려 3천 년 전에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집트에 왕국이 성립한 것은 무려 5천년이라고 하는데, 그 무렵 동아시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단군왕검께서 나라를 세운 것이 기원전 2333년이라고 하니 이집트왕국에 못지않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셈입니다.


신화로만 알고 있던 고조선은 평양부근에 있는 미송리에서 발굴된 민무니 토기와 랴오닝 성에서 발굴된 비파형동검 등을 통하여 요동반도와 한반도 일대를 강역으로 실재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집트처럼 대규모의 건축물이이나 기록으로 남겨진 바가 없어 아쉽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하여 우리의 고대사를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어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고고학을 전공하신 강인욱 교수님의 <테라 인코그니타>는 시의적절해보입니다. 모두에도 적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19세기 말부터 시작한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가 문명의 변경에 있다고 비하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인식은 한반도의 작은 역사를 인정하고 강대국의 문명을 부러워하는 패배주의나, 반대로 우리도 과거에 거대한 영토를 가졌다는 식의 사이비 역사학에 근거한 폐쇄적 민족주의로 나타났다(6)’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인식을 바로 잡아보려는 생각에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미지의 땅혹은 미개척의 영역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인 프톨레아미오스가 <지리학교정(Geographike Hyphegesis)>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테라 인코그니타>는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미개하다고 치부되었던 유라시아와 신대륙에서 부침한 민족들의 역사를 조명했습니다. 2부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우리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3부는 고대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시각을 다루었습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 역시 왜곡된 시각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4부는 중국은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임나일본부 등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고대사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저자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위축된 역사인식을 버리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다자간 연결고리로 재편되는 21세기 국제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역사적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사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발굴된 고대유물을 합리적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재해석이라함은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설명을 말하는 것이라면, 제가 저자와는 달리 생각하는 부분을 짚어보려 합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시왕은 북쪽에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이 점에 관하여 저자는 진나라는 대대적으로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중국 북방의 초원 유목민족을 압박했고, 그 결과 일부는 중국에 동화되고 또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졌다.(169)’라고 적었습니다. 시왕이 만리장성을 쌓은 것은 유목민족을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목민족의 침입을 저지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초반에는 유목민족과 정략결혼을 통해 화친을 강화하다가, 유목민족의 세력이 약화된 틈을 타서 정벌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을 칭하는 방식 때문에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보통 필자는이라고 적곤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나는’, ‘내가등으로 적다가 마치는 글에서는 저는이라고 적었습니다. 어떤 쪽이든 일치를 시키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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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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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이자우는 <비밀의 도서관>에서 누군가 써보려는 생각을 한 책도 모아두는 신비로운 도서관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책으로 발표되지 않은 책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르지오 반 스트라텐은 <사라진 책들; http://blog.naver.com/neuro412/221723888629>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진 원고에 관한 이야기를 담기도 했습니다.


<128호의 원고>는 반쯤 쓴 책의 원고가 작가의 실수로 잃어버렸지만, 누군가 이야기를 마저 완성하여 사람들의 손을 전전하면서 읽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읽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기까지 했다는 내용입니다. <128호의 원고>는 잃어버린 원고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작가와 이야기를 완성한 작가를 찾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그것도 등장인물들 사이에 오간 편지로만 구성된 책입니다. 편지로 책을 구성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작가가 그런 장면을 따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만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편지로 소개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반도의 끝, 피니스테르 주의 이루아즈 바닷가에 있는 보리바주 호텔 128호에서 이야기의 원고를 발견한 주인공 안느 리즈 브리아르가 이야기를 처음 쓴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낸 2016425일자 편지로 시작합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에 오간 편지를 이어간다고 하면, 보낸 편지에 답장을 이어가는 방식을 흔히 생각합니다만, <128호의 원고>의 작가는 단순하게 2016425일 이후에 등장인물 사이에 오간 편지들이 발송된 날자 기준으로 뒤섞어 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 흐트러짐이 없어서 신기하기 짝이 없습니다.


절반만 인쇄된 책을 찾아 유럽과 미주를 오가는 이야기는 기욤 뮈소의 소설 <종이여자>에서도 이미 읽은 바가 있습니다만, <128호의 원고>에서도 주인공은 물론 등장인물들이 프랑스 안에서, 벨기에로, 런던으로 그리고 캐나다로 바삐 오가고 있습니다. 물론 첫 번째 편지를 보낸 안느 리즈 브리아르가 전체의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만, 나머지 등장인물들 모두 한몫씩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책의 전반부를 쓴 작가는 198343일 몬트리올을 여행하다 잃어버린 원고가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의 샹파뉴를 오갔다가 남프랑스의 몽펠리에로 옮겨졌다가 영국의 런던으로, 런던에서 벨기에의 홀덴베르흐로, 이곳에서 프랑스 서쪽 끝, 로스코프 해변으로 흘러들었다가 드디어 주인을 만났던 것인데, 그 과정 어디쯤 새로운 작가가 원고를 완성했는지도 풀어야 할 문제였던 것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안느 리즈 브리아르가 그해 1231일에 적은 글로 마무리가 됩니다.


책의 앞장에는 원고가 흘러 다닌 경로를 표시한 지도가 있고, 차례 뒤에는 등장인물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 소개를 읽어보면 안느와 안느의 친구 마기가 원고를 가졌던 사람들을 거꾸로 뒤쫓아가는 순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책 원고를 어떻게 손에 넣었고, 그 원고를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설이다 보니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우연도 적지 않다는 생각입니다만, 이야기의 맥락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한 장치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서한문 형식에서 제가 몰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편지를 완성한 다음에 빠트린 이야기를 추신(P.S., postscript)으로 붙이는 것은 알았습니다만, 그 뒤에 다시 덧붙이는 글을 P.P.S라고 하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post postscript라고 하는데, 추추신이라고 해야 하나요? 또한 편지 끝에 친근한 인사의 표시로 OXOX, XXX 등을 붙이기도 한다는 것도 처음 배웠습니다. X는 키스를 O는 포옹을 의미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나저나 책 속의 책의 원고를 쓴 두 작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책 속의 책은 무슨 이야기를 담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알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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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 뇌과학과 철학으로 보는 기억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한나 모니어.마르틴 게스만 지음, 전대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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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와 철학자가 의기투합하여 쓴 기억에 관한 책입니다. 철학과 신경생물학이 학문적으로 어울릴까 싶은 생각은 저만의 것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저자들의 동료는 물고기와 새가 서로 좋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같이 살 보금자리를 어디에 마련하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신경생물학은 연구대상을 작은 요소로 쪼개어 접근하는 학문입니다. 반면 철학은 저자들의 말대로 추상적으로 생각하면서 크고 높은 개념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비유인 수학의 미적분의 개념이 바로 떠오릅니다. 신경생물학은 대상을 미분하고 철학은 대상을 적분하는 셈입니다.


기억은 신경계의 구성요소들이 고도로 연합하여 만들어내는 뇌기능입니다. 흔히는 기억이란 개체가 경험한 것들을 언젠가 써먹기 위하여 쌓아두는 창고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보면 기억은 우리의 기억 내용이 처리되고 수정되는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9)’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 가운데 신경생물학자인 한나 모니어는 기억은 되돌아보는 능력일뿐더러 그보다 먼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내다보는 능력이다(9)’라고 기억의 기능을 확대하였습니다. 문헌과 기술을 해석하는 분야의 전문가인 철학자 마르틴 게스만은 우리의 문화는 내다보기(예상하기)를 감행할 때 비로소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10)’고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이 학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달랐지만, 도달한 곳은 같았다는 것입니다.


들어가는 말의 제목은 기억은 미래지향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이다입니다. “기억은 경험을 그저 서랍 속에 넣어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을 항상 새롭게 재처리하여 미래를 위해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21)”라는 가설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앞을 내다보는 것이므로, 기억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철저하게 뒤집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억의 주요 과제는 계획수립이라는 점, 따라서 계획수립만큼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제들을 담당하는 별도의 능력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기억혁명에서는 기억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에서 나온 결과들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2꿈과 수면 중의 학습에서는 수면과 꿈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들이 학습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3꿈을 통한 능력향상에서는 자신의 꿈에 개입하여 꿈을 활용한 개인의 능력개발의 가능성을 점쳐보았습니다. 4상상과 거짓기억에서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위조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였습니다. 5감정기억에서는 감정이 우리 기억에 머무는 방식을 다루었는데,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6기억과 노화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기억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하였습니다. 7집단기억에서는 개인들이 기억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의 기억이 포괄적 연결망(일종의 초기억)의 일부라는 가설이 나옵니다. 마지막 8인간 뇌 프로젝트에서는 현재의 뇌과학에서 어떤 놀라운 미래 잠재력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잠재력을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논의하였습니다.


기억은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억에 관한 저술 가운데 기억에 대한 생각을 이렇듯 확장하여 펼쳐놓은 책을 처음 만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환되는가를 이해하는데 매달렸던 것인데, 기억에 대한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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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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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당연히 괜찮은 죽음이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한 논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 누구도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는 괜찮은 죽음을 설명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골랐던 책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기자를 지낸 저자는 의사와 환자의 의사소통과 생애말기의 의료결정을 다루는 글을 쓰고, 강연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유한한 생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건강하고 기분 좋게 몸의 기능을 유지하며 최대한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불안하지 않게 보내기 위한 각 단계별 안내서라고 말합니다. 모두 7개의 단계로 구분하여 단계별로 건강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단계별 조치를 요약해보면, “아직 체력이 넉넉할 때 준비를 시작하여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생애 후반기를 단순화하고, 장애와 변화에 적응하고, 말기 질환과 유한성을 직면하고, 취약함이 지배적이 되면 위기에 대처하고, 마지막 남은 해에는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하고 그리고 마지막 나날들에는 임종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30)”라고 했습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7개의 장 가운데 앞에서 3개의 장은 남은 생의 3분의 1의 시기를 잘 보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뒤의 4개의 장은 죽음을 맞이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 처방을 요약해두었고, 옮긴이는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알아두면 좋을 사항들을 모아두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좋은 죽음은 잘 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핵심들은 당신이 스스로 가능한 만큼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의미 있고 기쁘게 삶을 살아가며, 수명은 자연스럽게 결정되도록 하는 것아라고 했습니다. 매사에 원하는 것은 얻고, 원하지 않는 것은 피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문제는 자신의 주관이 분명해야 남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불필요한 것을 원하게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생애 말기에 삶의 질이 진행되는 양상의 모형으로 나이아가라 폭포형, 반복되는 내리막형, 계단식 하양형, 감퇴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수확입니다. 가장 좋기로는 생애 마지막에 가까워질 때까지 삶의 질을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나이아가라 폭포형이 좋다고 합니다만, 사람마다의 선호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미국의 경우는 의료보장체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신체적 기능과 활동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겠습니까? 물론 우리나라 역시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책이라는 것이 비용 효과적이어야 하는데, 실적 위주로 돌아가는 부분이 많은 느낌입니다. 느낌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자료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노인을 위한 통합진료 케어 프로그램(PACE, Program of All-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 같은 것입니다. 지역의 천주교 교구에서 조성한 비영리재단 로레토(Loretto)가 주관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1926년부터 노인돌봄을 해오던 재단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를 민간에서 선도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살기 좋은 생활의 질을 확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좋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의 원고에서 다루어볼 예정입니다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하여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마를 타는 좋은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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