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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과민대장증후군 - 개정판, 오랜 시간 괴롭히는 설사, 화장실 가기 두려운 변비, 사회생활을 힘들게 하는 가스와 복통
이진원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3월
평점 :
나이가 들면서 허리도 아프고 무릎이 쑤시기도 합니다. 병원에 가보아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받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바뀌는 삶의 환경에 맞추어가느라고 여기저기 삐걱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기계도 오래되면 닳고 망가지는 것처럼 평생을 사용해온 신체기관이 이제는 쓸 만큼 썼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현대의학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병원에 온 환자들은 의사들이 병명을 콕 짚어 정하고 치료법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게다가 우리 몸에 얹혀사는 미생물도 120조에서 500조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가히 소우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체물리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주를 구성하는 별과 행성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우주의 신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소우주라 할 인체의 신비도 풀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과민성 장증후군도 풀어야 할 비밀이 많은, 아직은 질병이라고 할 수도 없는 증상입니다. 복부팽만감, 복통, 복부 불쾌감, 헛배부름, 잦은 트림 등이 주된 증상인데, 소화불량, 가슴 쓰림, 구역질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근 3개월간 3일 이상 복통이나 복부불쾌감이 있으면서 1. 배변횟수가 변하거나, 2. 변의 형태가 달라지거나, 3. 변을 보고나면 증상이 완화되는 등의 3가지 가운데 2개 이상이 있으면 일단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의심해볼만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종양이나 감염 등이 있는 경우도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원인이 분명한 질환들을 제외해가다 보면 남는 것이 과민성 장증후군입니다. 현재로서는 심리적 요인 등으로 장운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를 비롯하여 장운동을 자극하는 음식을 피하도록 하는 등의 대증요법을 적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참고할만한 정보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굿바이 과민대장증후군>은 과민성 장증후군이라고 진단받은 환자들이 참고할만한 책입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하여 밝혀진 과민성 장증후군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저자가 미국 휴스턴에 있는 엠디 앤더슨 병원에서 통합의학과정을 수료했다고는 하지만 한의학을 전공하신 한의사라는 점이 걸립니다. 엠디 앤더슨 병원의 통합의학과정의 교과과정은 얼핏 보기에는 심신의학, 침, 생약 등 주류의학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영역을 현대의학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과정을 이수하고 돌아와 진료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의료 환경이 우리나라와 미국은 차이가 있어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굿바이 과민대장증후군>으로 돌아와서 살펴보면, 책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의 현대의학의 영역에서 연구 발전시킨 내용이며, 저자의 전공분야인 한의학에 관한 부분은 “그럼 한의원에서 치료는 어떻게 다를가?”라는 소제목으로 된 8쪽 분량이 전부입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에 대한 원인과 진단과 치료에 관한 내용의 대부분을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는 “약을 먹어도 증상이 바로 낫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에 영향을 받아 치료율도 떨어지게 됩니다.(155쪽)”라고 단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요? 한의학적 치료효과 역시 서서히 나타난다고 하고, 과민성 장증후군이 심리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이라고 부연설명하면서 말입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차료에 있어서 한의학적 접근에 대한 설명을 들여다보면 ‘아직 밝혀지지 못했지만~’이라는 단서 아래 ‘개선 효과는 괜찮은 편’이라고 두리뭉실하게 넘기고 있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하려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감염이나 종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제외해야 하는데, 한의학 영역의 진단술기로는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병원이나 의원 등 의과 진료를 통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