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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연전에 이집트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부심벨에서 본 람세스2세의 신전은 무려 3천 년 전에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집트에 왕국이 성립한 것은 무려 5천년이라고 하는데, 그 무렵 동아시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단군왕검께서 나라를 세운 것이 기원전 2333년이라고 하니 이집트왕국에 못지않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셈입니다.
신화로만 알고 있던 고조선은 평양부근에 있는 미송리에서 발굴된 민무니 토기와 랴오닝 성에서 발굴된 비파형동검 등을 통하여 요동반도와 한반도 일대를 강역으로 실재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집트처럼 대규모의 건축물이이나 기록으로 남겨진 바가 없어 아쉽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하여 우리의 고대사를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어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고고학을 전공하신 강인욱 교수님의 <테라 인코그니타>는 시의적절해보입니다. 모두에도 적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19세기 말부터 시작한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가 문명의 변경에 있다고 비하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인식은 한반도의 작은 역사를 인정하고 강대국의 문명을 부러워하는 패배주의나, 반대로 우리도 과거에 거대한 영토를 가졌다는 식의 사이비 역사학에 근거한 폐쇄적 민족주의로 나타났다(6쪽)’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인식을 바로 잡아보려는 생각에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는 ‘미지의 땅’ 혹은 ‘미개척의 영역’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인 프톨레아미오스가 <지리학교정(Geographike Hyphegesis)>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테라 인코그니타>는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미개’하다고 치부되었던 유라시아와 신대륙에서 부침한 민족들의 역사를 조명했습니다. 2부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우리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3부는 고대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시각을 다루었습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 역시 왜곡된 시각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4부는 중국은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임나일본부 등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고대사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저자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위축된 역사인식을 버리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다자간 연결고리로 재편되는 21세기 국제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역사적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사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발굴된 고대유물을 합리적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재해석이라함은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설명을 말하는 것이라면, 제가 저자와는 달리 생각하는 부분을 짚어보려 합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시왕은 북쪽에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이 점에 관하여 저자는 ‘진나라는 대대적으로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중국 북방의 초원 유목민족을 압박했고, 그 결과 일부는 중국에 동화되고 또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졌다.(169쪽)’라고 적었습니다. 시왕이 만리장성을 쌓은 것은 유목민족을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목민족의 침입을 저지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초반에는 유목민족과 정략결혼을 통해 화친을 강화하다가, 유목민족의 세력이 약화된 틈을 타서 정벌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을 칭하는 방식 때문에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보통 ‘필자는’이라고 적곤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나는’, ‘내가’ 등으로 적다가 마치는 글에서는 ‘저는’이라고 적었습니다. 어떤 쪽이든 일치를 시키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