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3 - 최후의 노력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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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노력이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인 이야기13>은 서기 284년부터 337년까지의 기간을 다루었습니다. 1부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서기284-305)의 치세를, 2부에서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서기 306-337)의 치세를 다루었고, 3부에서는 콘스탄티누스와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로마제국에서 기독교의 부침을 다루었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라는 서문에서 <로마인 이야기13>은 로마사에서 제정후기에 해당하는 시기로서 원수정에서 절대군주정으로 이행한 로마제국을 다루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왜 절대군주정으로 이행했는지, 그 실태는 어땠는지, 원수정과 다른 점, 그리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 사실을 읽어 가다보면 그 실체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라는 이름은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 처음 갔을 때 들어보았습니다. 스플리트 근처에 있는 살로나(지금은 솔린이라는 곳입니다)에서 태어난 디오클레스라는 이름의 하층민이었던 그는 로마군단에 들어가서도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누메리아누스 황제의 경호대장이 되었습니다. 284년 사산조 페르시아를 원정하던 누메리아누스 황제가 니코메디아에서 살해된 뒤에 군단이 그를 황제로 추대하였고, 디오클레티우누스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제위에 오른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제국의 안전보장과 구조개혁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도나우강의 방위선을 정비하고 동방으로 가서 페르시아와의 관계를 원상으로 돌려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절반을 양도받고 아르메니아 왕국에서 친로마파인 티라다테스2세를 즉위시켰습니다. 시리아와 이집트 지방을 위협하던 도적과 원주민의 발호를 진압하고 도나우강 유역으로 돌아와 사르마티아족을 격퇴하는 등 제국의 방위선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제국을 개혁하는 작업은 제국을 동서로 나누어 자신과 막시미아누스를 정제로 하고 각각 부제를 두어 다스리는 4두 체제를 도입하였습니다. 4명의 황제가 있는 셈이라서 필요한 자금이 확대됨에 따라 세제개혁이 필요했습니다. 로마제국이 출범하면서 부담이 크지 않은 간접세를 부과하고, 부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던 것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세계 개혁으로 인두세와 토지세 등 직접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물품과 용역의 상항을 정하는 가격통제체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위기에 빠진 제국을 수습해놓은 디오클레티아누스는 305년 막시미아누스와 함께 은퇴하고 스플리트에서 노후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밀라노 칙령을 통하여 기독교를 공인하였으며 첫 번째 기독교인 로마황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은퇴한 뒤를 이은 사두체제가 서방정제 콘스탄티우스의 죽음에 따라 갈등을 일으키는 와중에서 사두체제를 무너트리고 단독 황제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스탄불이 된 비잔티움을 건설하여 콘스탄티노폴리스로 개명하여 로마제국의 중심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소작농을 농노로 바꾸어 중세의 장원경제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가 대제로 불리면서 오늘날까지도 이름을 전하게 된 것은 그가 공인한 기독교가 오랜 세월 유럽을 지배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그보다 앞서 로마를 지배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기독교를 탄압하였기 때문에 기독교 사람들에게는 그의 치적이 강화되어 비쳤을 것입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303년 기독교 탄압을 규정한 칙령을 발표하여 기독교 교회와 성물을 파괴하고 기독교인들의 모임을 금하고 사제를 구금하였다고는 하지만, 기독교인들이 로마 신의 제의에 참석하면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기독교계에서는 3천명에서 35백 명이 순교하였다고는 하지만 정확한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대박해시대라고 하는 이 시기의 순교자가 너무 적다고 하는 연구자도 있다고 합니다. 콘스탄티누스의 기독교 친화적인 정책들은 오히려 기독교 성직자들의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특혜를 부여한 것으로 로마적이지 않은 결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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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읽기의 다섯 번째 이야기

양기화의 Book 소리-유럽 여행



도서명 양기화의 Book 소리 - 유럽 여행

지은이 양기화

분야 사회과학 > 인문학 / 사회과학 > 문학

발행일 2024.12.20.

판형 152*225

페이지 359쪽

정가 18,000원

ISBN 979-11-7318-131-3 03800

브랜드 한국학술정보

검색어 사회과학 인문학 책읽기

<책소개>

아내와 함께 가는 해외여행은 회갑이 되던 2014년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연결하는 여행으로 시작했다. 2024년 봄에 발칸반도의 9개 나라를 연결하는 여행까지 20번 다녀왔다. 모두 59개국에 196개 도시 혹은 마을에서 머물렀다. 방문한 장소는 그보다도 훨씬 많아 헤아려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와 연관이 있는 책들의 목록도 늘어나서 유럽 여행 편과 세계 여행 편으로 나누어 보려 한다. 여행과 책을 함께 이야기하려다 보니 이야기 가 길어지게 되어 52권으로 묶었던 『양기화의 BOOK 소리』와는 달리 26편으로 줄였다.

여행과 책 읽기를 결합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대부분 여행보다는 책 읽기에 무게를 두는 것과는 달리 필자는 『양기화의 BOOK 소리-유럽 여행』 편에서 여행에 관한 이야기에 무게를 두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저자소개>

양 기 화

의학박사, 전문의(병리학 및 진단검사의학)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 대학 조교수를 거쳐 을지의과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병리실험실에서 방문교수로 치매병리를 공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연구원 일반독성부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수석 위원을 거쳐 현재는 군포 지샘병원에서 병리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독후감쓰기를 시작하여 최근까지 2,500권의 책을 읽고 2,300편의 독후감을 썼다.

저서로는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1996년, 동아일보)』를 낸 뒤에 『치매 고칠 수 있다(2022, 중앙생활사)』까지 세 차례 개정판을 냈다. 『우리 일상에 숨어있는 유해물질(2018, 지식서재)』에 이어, 인문학적 책읽기 연작으로 『양기화의 BOOK소리(2020, 이담북스)』와 『아내가 고른 양기화의 BOOK소리(2021, 이담북스)』 등 12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목차>

들어가는 글

1. 바르셀로나(스페인)

『카탈루냐 찬가』(조지 오웰 지음)

2. 그라나다(스페인)

『알람브라』(워싱턴 어빙 지음)

3. 론다(스페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4. 톨레도(스페인)

『톨레도의 유대 여인』(리온 포이히트방거 지음)

5. 리스본 (포르투갈)

『리스본행 야간열차』(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6. 이스탄불(튀르키예)

『이스탄불』(오르한 파묵 지음)

7. 모스타르(보스니아)

『드리나 강의 다리』(이보 안드리치 지음)

8. 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

『십이야』(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9. 베네치아 (이탈리아)

『바다의 도시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지음)

10. 오시비엥침(폴란드)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프리모 레비 지음)

11. 크라쿠프(폴란드)

『크라쿠프의 나팔수』(에릭 P. 켈리 지음)

12. 프라하(체코)

『골렘』(구스타프 마이링크 지음)

13. 윈더미어(영국)

『서곡』 (윌리엄 워즈워스 지음)

14. 에든버러(영국)

『희귀본 살인사건』 (페이지 셀턴 지음)

15. 더블린(아일랜드)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지음)

16. 웨일스(영국)

『파묻힌 거인』(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17. 드레스덴(독일)

『제5 도살장』(커트 보니것 지음)

18. 베를린(독일)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랄프 이자우 지음)

19. 산토리니(그리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20. 지베르니(프랑스)

『검은 수련』(미셸 뷔시 지음)

21. 루아르(프랑스)

『골짜기의 백합』(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22. 프로방스(프랑스)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23. 빌뉴스(리투아니아)

『우주피스공화국』(하일지 지음)

24. 사라예보(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의 첼리스트』(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25. 티라나(알바니아)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26. 티미쇼아라(루마니아)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헤르타 뮈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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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재기 외 을유세계문학전집 33
히구치 이치요 지음, 임경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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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떠나기로 한 일본문학기행에서 다루게 될 4명의 일본 작가 가운데 히구치 이치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키재기>가 논의될 것이라고 합니다.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이구치 이치요의 작품집 <키재기()>에는 표제작 <키재기>를 비롯하여 모두 6편의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히구치 이치요는 메이지유신이 시작된 직후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에도시대가 메이지유신으로 넘어가는 격변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서구문명이 밀려들어오던 시기였지만 에도시대의 사회적 풍조가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의 여류소설가들이 주로 상류 사교계를 무대로한 결혼을 다루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의 삶을 다루었습니다. 특히 지금의 도쿄의 중심지역이 된 에도에 있던 요시와라 유곽이 <키재기>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말미에 있는 해설을 보면 요시와라의 구시대적 활기와 메이지적인 어둠, 사치와 빈곤, 해학과 슬픔이 교차하는 세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소년소녀들과 그들의 사랑을 그려냈다(262)’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변천상이 일본을 뒤따라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만, 이치요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첫 작품 <섣달그믐>의 주인공 오미네는 부모없이 삼촌집에서 자라다가 곤궁한 삼촌을 돕기 위해 부잣집의 하녀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부잣집 사람들의 행태 역시 과거 우리나라의 졸부들이 보여주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삼야>의 여주인공 오세키 역시 높은 신분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지만 남편의 출세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그녀를 흠모했던 로쿠노스케는 삶에 의욕을 상실하고 인력거를 끄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남편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친정에 왔던 오세키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은 포기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로쿠노스케를 만난다는 설정도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갈림길>의 남주인공 기치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이웃집 오쿄 누나에게 의지하는데, 그녀마저도 미천한 신분을 벗어나려 부유한 남성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을 보면서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나 때문에>에서는 하급관료 요시로가 미모의 아내와 결혼하여 진실한 사랑을 꿈꾸지만 출세욕이 전혀 없는 소시민적인 요시로에 실망한 아내가 떠난 뒤로 돈을 뒤쫓는 속물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도 언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입니다.


<키재기>의 무대가 에도의 유곽 요시와라라고 했습니다만, 당시 유곽은 도쿠가와 막부가 공인되고 관리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에도의 요시와라는 교토의 시마바라, 오사카의 신마치와 함께 3대 유곽으로 꼽혔지만, 일본의 유곽 가운데 가장 유명한 유곽촌으로 1893년에는 요시와라에 무려 9천명이 넘는 여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키재기>에서는 요시와라의 유녀들을 중심으로 한 남녀관계가 가감 없이 서술되거나 유곽촌에 살던 소년 소녀들 사이에 오가는 사연들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요시와라에 거주하는 소년과 소녀들의 풋풋한 사랑이 다루어집니다. 8월의 축제부터 11월의 축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요시와라의 최고 유녀의 동생 미도리(14)를 중심으로 전당포 아들 쇼타로, 인력거꾼 아들 산고로 등의 큰길파와 토목기술자의 아들 초키치를 중심으로 한 골목파아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습니다.


골목파 아이들은 큰길파 아이들에게 맞대응하기 위해 절의 주지 아들인 신료를 끌어들여 8월 축제 때 큰길파의 행사장에서 난동을 부렸다. 초키치는 그들의 행패를 말리는 미도리에게 몹쓸 소리를 해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 이후 미도리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11월 축제 때는 유녀 모양으로 머리를 하고 나타납니다. 그리고 신뇨는 승려 공부를 하기 위해 동네를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키재기>는 요시와라 유곽촌 아이들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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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삶이 흐르는 대로 - 영원하지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해들리 블라호스 지음, 고건녕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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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책일 것 같습니다. 22살이 되던 해 일을 시작한 9년차 간호사인 해들리 블라호스는 외조부가 장의사였던 까닭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고등학생 시절 친구의 죽음을 겪으면서 예상치 못한 상실의 충격에 혼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우연히 호스피스 간호를 시작하면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면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죽음과 임종에 관한 오해와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하여 누리망 사랑방을 마련하고 호스피스 간호사 활동을 통하여 경험한 이야기들을 공유하여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삶이 흐르는 대로>에서는 저자가 호스피스 활동을 통하여 겪은 잊지 못할 열두 명의 환자들의 마지막 삶을 함께 한 과정을 담았다고 합니다. 호스피스(Hospice), 즉 임종간호는 의학적으로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받던 적극적 치료를 중단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편안한 보살핌을 받는 활동을 말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간호활동과 호스피스 간호활동을 전혀 다른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즉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서는 회복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주어지는 적극적인 치료적 행위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이미 죽은 사람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을 호스피스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드물지 않게 경험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호스피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저자 역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간호사가 되어 호스피스 업무를 시작할 때는 일주일 동안 누리망 수업을 통하여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뒤에 현업을 하는 간호사와 업무를 하면서 현장에서 심화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듯합니다. 즉 전문적으로 호스피스 업무를 배우는 체계가 아직은 갖추어져 있지 않은 느낌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호스피스 관련 업무에서 완전하게 감을 잡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하면서, 교육과정이 짧은 것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것이 옳은지 모호하다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호스피스 간호를 하면서 목격한 가장 놀라운 순간은 환자들이 세상을 등지는 시간을 스스로 택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샌드라는 마치 죽음을 맞기 전에 딸의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버티다가 딸이 도착하자마자 세상을 떠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광경 역시 드물지 않게 목격했던 모양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호스피스 간호사가 하는 역할은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환자를 위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환자들의 곁을 지키는 일, 환자의 근심과 걱정을 달래고 위로하는 일, 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일 등입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하여 저자는 환자들로부터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죽음을 앞두고 중요해진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지 등을 듣게 되었고, 이와 같은 대화를 통하여 그녀의 삶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게 되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교훈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엘리자베스의 경우는 비만을 두려워하여 평생을 운동요법에 매달리면서 인생을 낭비해왔던 것이 가장 후회로 남는다는 이야기를 저자에게 전하여, 식이장애로 삶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저자에게도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시어머니의 사례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노숙하는 앨버트를 돌보는 과정에서 짚었던 한때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321)”라는 대목과 나의 경험에 따르면 삶의 끝자락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걸어온 삶을 갈무리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은 사람, 사후 세계에 대한 자기 믿음을 의심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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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을유세계문학전집 39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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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으로 대표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집을 읽었습니다. 다음달 떠나는 일본문학기행에서 다룰 예정인 작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인으로는 2명의 화학상 수상자에 이은 세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며 문학상으로는 처음 받았습니다.


곽형덕은 일본 전후문학과 노벨문학상-현실부정과 아시아와의 연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가와바타의 노벨문학상 수상(1968)은 일본의 전후의 폐허로부터 일어서 경제 선진국의 일원으로 다시 복귀한시점에서 일본/일본인의 자명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수상연설문 아름다운 일본의 나-그 서설이 때로 국수주의로서의 일본의 미를 강조한 연설로 해석되어 왔지만, 그보다는 현실사회부정이 더욱 강하다고 했습니다. 현실의 추악함을 피해 소설 속에 새로운 이상향을 구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등 야스나리의 작품들을 읽게 된 것도 다음 달로 예정된 일본문학기행에서 다루어진다고 해서입니다. 이즈의 무희(1926), 천 마리 학(1952), 호수(1954) 1950년대의 중반에 발표된 작품들인 까닭에 당대는 물론 오늘 날의 우리네 감각으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는 것은 일본인 특유의 감성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즈의 무희>을 읽기 시작하면서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꼬불꼬불한 산길로 접어들면서 마침내 아마기 고개에 다가왔구나 싶었을 무렵, 삼나무 밀림을 하얗게 물들이며 매서운 속도로 빗발이 산기슭으로부터 나를 뒤쫓아 왔다.(9)”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는 설국의 시작부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야스나리의 작품을 보면 여행을 통하여 얻은 감각적 표현이 눈길을 끌게 만듭니다. <이즈의 무희> 역시 작가가 1918년에 이즈 지방을 여행할 때 유랑극단을 만났던 경험이 녹아있다고 합니다. 작품의 분위기로 보아서 가극단의 막내이자 무희인 가오루와 인연이 이어질 듯 하였지만 무심하게 헤어지는 결말이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면 <천 마리 학>은 꽤나 일본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도를 즐기던 선친의 연인이었던 구리모터 지카코의 초청을 받아 엔가쿠 사의 다실에서 열리는 다도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데 지카코는 연인의 아들인 미타니 기쿠지에게 제자 이나무라 유키코를 소개하려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나타나게 되는데 선친의 여자였던 오타부인과 그녀의 딸 후미코가 다회에 참석한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대목은 다회가 끝난 다음 오타부인과 함께 한 기쿠지가 오타부인과 관계를 맺은 것입니다. 아마도 오타부인의 적극적인 몸짓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연인의 아들에게서 연인의 모습을 읽은 탓이었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기쿠지가 선친의 여인을 안은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오타부인은 기쿠지와의 관계를 눈치 챈 딸 후미코의 감시를 피해 다시 기쿠지를 찾아올 정도로 매몰되었다가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딸 후미코와 기쿠지가 인연을 맺기를 바랐던 듯합니다. 이번에는 후미코에게서 오타 부인의 모습을 읽은 기쿠지가 후미코와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에 이르면 작가의 작품세계가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세 번째 작품 <호수>는 이야기가 두 가닥으로 전개되는 바람에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모모이 긴페이라는 남자 주인공은 여성을 미행하는 취향을 가졌는데, 어느 날 미야코를 미행하다가 그녀가 내던진 손가방을 주워 돌려주려 뒤쫓다가 놓치는 바람에 손가방 안에 들어 있던 20만엔을 발견하고 도망을 치게 됩니다. 도망하는 긴페이와 손가방을 잃어버린 미야코가 각각 보이는 행동을 서술하다가 결말에 이르게 되는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은 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역시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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