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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살아도 좋아
용수.박산호 지음 / 선스토리 / 2024년 6월
평점 :
요즈음 같이 일하면 좋겠다 싶은 과장님을 만나 설득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망설이고 계신 듯합니다. 사실 제 경우는 16년이나 현업을 떠나 있다가 복귀한 바 있습니다. 제 경우를 보더라도 다시 시작하셔도 잘 하실 수 있으니 힘을 내보시라고 격려하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유비 현덕은 제갈량의 집을 세 차례나 찾아간 끝에 함께 하겠다는 뜻을 얻었다고 해서 삼고초려라는 사자성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집까지 찾아갈 형편이 되지 못하니 결심이 설 때까지 식사를 모시면서 설득을 이어갈 요량입니다. 용수스님과 박산호 작가의 대담집 <이대로 살아도 좋아>는 그 분이 선물해주신 책입니다. 가톨릭 신자라고 하시는데 평소 용수스님의 말씀을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용수스님은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유타주립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2001년 우연히 달라이라마의 강의를 들은 것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달라이라마의 제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도로에 갔다가 티베트 역경원의 창시자인 뻬마 왕겔 린포체를 만나 출가했다고 합니다. 남프랑스 티베트 불교선방, 화계사, 무상사 등에서 수행했습니다. 티베트 닝마파 한국지부인 세첸코리아를 설립하여 티베트불교를 한국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사회관계망에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독자들과 소통해오고 있는데, 스스로를 인간 되는 중, 착해지는 중, 스님 되는 중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용수스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살아도 좋아>는 스님이 사회관계망에 올리는 글을 본 출판사 선스토리의 대표께서 스님께 연락을 넣어 책을 만들어보자고 청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꾸며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스님께서는 박산호 작가와 함께 하면 더 현실적이고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겠다하여 함께 하기를 청하였다고 합니다.
이리 하여 용수스님과 박산호작가님 그리고 출판사 대표님, 이렇게 세 분이 틈틈이 만나 나눈 이야기가 이 책으로 엮어졌다는 것입니다. 외로움, 분노, 질투, 수치스러움, 중독 등 용수스님의 사회관계망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감정들을 다루는 지혜를 나누었고, 그것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은 사회관계망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2장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3장은 행복해지려면 죽음을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더라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큰 주제에 속하는 이야기 거리를 두고 박산호작가님이 용수스님에게 질문을 하면 용수스님이 답을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1장에서 논의되는 사회관계망 활동에 관한 이야기의 핵심은 사회관계망 활동은 어쩔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어떻게 활동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를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20여 년 전에 누리사랑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방문객이 천만을 넘어 그 누리사랑방 무리 가운데 열손가락 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그 누리사랑방이 사라지고 새로 만든 누리사랑방은 상업적인 색채가 진한 까닭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그저 제가 쓰는 글들을 모아 관심을 주시는 독자들과 교감하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집착을 버리고,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는 평정심을 이루었다고 하겠습니다.
젊어서는 명예를 쫒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단속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친 뒤로는 그마저도 포기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요즈음에는 그저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그러려니 하면서 말입니다.
3장의 화두 죽음은 많이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암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역시 암으로 진단받아 내일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암진단을 받았을 때는 바로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 또한 예정된 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으니,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