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질문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4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읽었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과는 결이 다른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읽었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나와서 읽어보기로 했던 것인데 어느 책이었는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표제작 세 가지 질문을 비롯하여 모두 9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시대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탓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는 생각입니다만, 당대의 독자들, 특히 노동자, 농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미래의 일을 알 수 있다면 세상이 잘 돌아갈까요? 한치 앞을 모르기 때문에 세상사는 일이 재미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세 가지 질문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인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궁금해진 왕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은사를 찾아간 왕은 고랑을 파는 은사를 도와주면서 해답을 얻게 됩니다. 그 답은 결국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는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면 그것들이 쌓여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가질 수 있는,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는 하나님의 가르침이라고 보았습니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영지에서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농민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펼치는 등의 활약을 했다는 톨스토이는 주요 작품들을 집필한 뒤에 삶에 대한 회의에 빠져 정신적 위기를 겪기도 했다는데, 1880년 이후에는 원시 기독교 사상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단편들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은 러시아 정교라는 체계 안에서 규격화된 틀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 세 죽음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이 단편에서는 귀족 부인, 마부 그리고 나무 등 세 생명체의 죽음이 등장합니다. 귀족부인은 병명이 분명치 않은 난치병에 걸려 모스크바에서 잘 알려졌다는 치료제를 써보거나 이탈리아로 요양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사업상의 이유로 궂은 날씨 등을 핑계로 결국은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마부 역시 역참의 마부 숙소에서 돌보는 이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하게 바라는 것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습니다. 나무의 죽음은 마부의 장화를 얻은 세료가가 세우기로 약속한 비석 대신 십자가를 만들기 위하여 잘라내는 바람에 죽음을 맞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세 생명의 죽음을 두고 굳이 가치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등급을 매길 필요는 없지 싶습니다. 다만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이나 그러한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 역시 마음에 맺히는 바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귀족 부인이 이탈리아로 요양을 떠났더라면, 영약이라는 약제를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더라는 것입니다.

죄인은 없다라는 단편에서는 러시아의 귀족, 부자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부자들의 추악하고 나태한 삶은 이런 노예 같은 사람들의 끝없고 과도한 노동이 뒷받침되어야만 존재할 뿐이다. 또한 사모바르, 은제 접시, 마차, 기계,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만들기 위해 공장에서 쉼 없이 일하는 수많은 노예들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107)” ‘촛불이라는 단편에 등장하는 마름 역시 농민들을 착취하는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재화의 분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던 시절의 사회적 폐습으로 훗날 사회의 체제에 따라 급진적 혹은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나아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자들의 대화에 나오는 한 대목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미 멍에를 매었으니 짐을 끌어야 해요. 모든 남자는 자기 가족을 책임지고 먹여 살리기 힘들다고 느낄 때, 당신처럼 혼자서 어딘가로 훌쩍 떠나 자신의 영혼이나 구하고 싶다고 말하겠죠. 그건 정말 그릇되고 비겁한 일이에요.(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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