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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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트루게네프의 대표작입니다. 박시하의 <지하철 독서여행자; https://blog.naver.com/neuro412/223546649728>에 나온 이야기를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트루게네프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게 된 책입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첫사랑>에는 표제작 첫사랑을 비롯하여 귀족의 보금자리, 무무 등을 담은 소설집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어찌 보면 황당한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정혼한 여자를 가로채는 그야말로 황당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아버지와 아들이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트루게네프의 <첫사랑>은 한 여자와 아버지의 삼각관계를 다루었습니다. 아들이 연모하는 여성이 아버지와 사랑을 나눈다는 선택을 한 셈이니 아버지는 아들이 그 여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들이 연모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 여성에게 접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에는 부자간의 천륜도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1883년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모스크바에 살고 있던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의 집 곁채에 몰락한 공작부인 가족이 세 들어옵니다. 담 너머로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를 보게 된 블라지미르는 한눈에 반하게 되는데, 스물한 살이라는 그녀는 여러 남자들의 애정공세를 즐기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런 대목을 보면 그녀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집을 드나드는 모든 남자들이 그녀에게 홀딱 반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 모두를 밧줄에 묶어 자기 발밑에 꿇어 엎드리게 했다. 그녀는 그들의 마음속에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기분 내키는 대로 그들을 조롱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52)”


다섯 살이라는 나이차가 있는 블라지미르도 그녀의 어장관리 대상이 되어 몰입해야 할 대학입시도 팽개치게 됩니다. 그녀의 밀당에 정신이 혼미해진 탓이겠지요. 그런 그녀가 몸과 마음을 준 사람은 알고 보니 블라지미르의 아버지였습니다. 지나이다와 아버지의 애정행각이 드러나고 어머니는 시내로 이사를 가면서 지나이다와 블라지미르의 관계는 소원해지는데, 아버지는 여전히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블라지미르의 지나이다에 대한 사랑은 여성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풋사랑이었다면 블라지미르의 아버지에 대한 지나이다의 사랑은 현실적인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대상이 유부남인 것과는 무관하게 모든 것을 가진 남자를 차지하겠다는 빗나간 욕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사랑이 아닐까요?


두 번째 소설 <귀족의 보금자리> 역시 사랑이야기입니다. 변방에 있던 러시아에 유럽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혼란에 빠지던 1840년대의 러시아의 귀족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서른다섯 살인 라브레츠키는 파리에서 지내면서 바람이 난 아내를 두고 러시아로 돌아왔는데, 4촌인 마리아 드리트리예브나의 어린 딸 엘리자베타에게 연정을 느끼게 됩니다. 엘리자베타는 <첫사랑>의 지나이다와는 달리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까닭에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다보니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신문에 죽었다는 기사가 떴던 라브레츠키의 아내 바르바라가 딸과 함께 돌아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남편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라브레츠키의 아내로 돌아오려고 모사를 꾸미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숙과 조카딸의 사랑도 깨지고 엘리자베타는 수녀원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을 터입니다만 엘리자베타가 꼭 그런 선택을 해야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세 번째 <무무>는 벙어리이자 귀머거리 농노 게라심이 우연히 발견한 강아지 무무를 돌보면서 생기는 여주인과의 갈등을 안타깝게 마무리하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앞선 두 이야기가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었다면 <무무>는 사람과 개 사이의 진심이 통하는 사랑이야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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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하는 여자 - 린다 B를 위한 진혼곡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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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에 떠난 발칸여행은 무려 아홉 나라, 아니 공항만 이용한 체코를 포함하면 무려 열 나라를 여행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강행군인 여정을 선택한 이유는 책읽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루마니아의 브란, 그리고 알바니아가 포함된 여정을 고른 이유입니다. 여기에서는 알바니아의 경우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는 크게 관심을 두던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알바니아를 여행하게 된 것은 이스마일 카다레의 영향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으로 처음 읽었던 <돌의 연대기>가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이어 읽은 <잘못된 만찬>, <피라미드>, <H파일>, <부서진 사월>에 이르면서 알바니아라는 나라를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발칸여행을 마치고서는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를 읽은 것은 제가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서 티라나와 함께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티라나를 여행하면서 해설사는 엔베르 호자가 이끌던 알바니아의 공산정권이 정말 끔찍할 정도로 독재를 펼치고 국민들을 억압했다고 설명했는데,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에서 당시의 알바니아의 사회적 분위기가 어땠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떠나지 못하는 여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혔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극작가 루디안 스테파입니다. 극작가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영감에 따라 작품을 쓰기보다는 당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을 써내야 하기 때문에 심사를 마칠 때까지 전전긍긍해야만 했던 모양입니다. 신작을 준비하던 루디안은 어느 날 당 위원회에 소환을 받았습니다. 작품에 관한 건으로 소환된 줄 알았던 그에게 판사는 한 여성에 관한 일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도둑이 제 발 절인다.’는 말처럼 은밀한 애정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일이 꼬이게 됩니다.


당 위원회에서 문제가 된 여성은 최근에 자살한 린다B라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루디안의 책에 저자의 헌사가 적혀있었고, 그녀의 일기에도 루디안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는 이유로 소환이 된 것입니다. 사실 루디안은 린다B라는 여성을 만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알지도 못합니다. 단지 애정관계에 있던 미대생 미제나의 부탁으로 헌사를 적어주었을 뿐입니다.


문제는 린다B라는 여성이 구체제의 귀족으로 지방의 작은 도시를 떠나면 안 되는 유배의 형을 받은 상태이며 그녀의 유배형은 5년마다 재심을 받게 되지만 계속 연장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여성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 루디안 역시 반역의 죄를 범한 것인지를 밝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린다B와 미제나는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로 학교를 졸업하고 미제나는 티라나로 진학을 하게 되었지만, 린다B는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린다B가 루디안을 추앙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미제나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하여 루디안에게 접근하였고, 린다B를 위하여 루디안의 책에 헌사를 받아 전해주었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빈틈없이 감시를 받는 체제이지만 그 와중에서 이런저런 사랑도 이루어지고 사람들 간에 관계도 형성되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겠지요.


루디안이 린다B와 만나지 않은 것은 사실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몰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린다B가 유방암영상검사를 받게 된 것과 관련하여 루디안이 린다B와 드리니호텔에서 만나게 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린다B는 이미 자살을 한 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면 루디안이 면담을 하는 정신과 의사가 감시자였고 주기적으로 지도자에게 보고서를 보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5년 뒤 지도자가 실각을 한 듯 광장에 있던 그의 동상이 끌어내려져 끌려 다니고, 루디안은 여전히 극장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린다B에게, 저자의 추억을 담아라고 헌사를 적어 그녀에게 전합니다. 그가 바라는 대로 여자는 결국 책을 받았고, 죽음의 어둠 속에서 그들의 손가락이 살짝 차갑게 스쳤다고 합니다.


생사를 넘나들고, 이야기가 과거로 넘어가는 등 집중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줄거리를 놓칠 수도 있는 책읽기였습니다. 만사는 사필귀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도자는 그토록 끔찍한 독재를 펼쳐야만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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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
조한진희(반다) 지음 / 동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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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암 수술을 받고 추적관찰 중입니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서 맡아 하고 있던 탓에 수술 후 보름 만에 불편한 몸으로 출근해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읽게 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였는지도 모릅니다. 수술을 받았을 때는 저 역시 아파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역시 아파서 미안한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인 가구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할 만큼 튼튼한 몸을 자랑하던 저자가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은 뒤 아픈 나를 긍정하기 위해 분투했던 치열한 기록이라고 출판사에서는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아픈 나를 잘 봐주세요.”라고 징징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혼을 추구하다보니 아픈 몸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서 잘 아플 권리를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후기에 질병을 통해 변화된 몸과 삶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아득함이 글을 쓰게 했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만, 글의 줄기를 제대로 붙들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두 매체에 썼던 글을 통합하고 새 글을 더하여 책을 꾸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30대에 팔레스타인에 3개월 현장 활동을 다녀온 뒤로 피로감, 현기증, 출혈, 전신 통증 등이 생겨 1년 동안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느낀 점입니다. 병원에서 진찰을 하고 검사를 해보면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자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강검진에서 1.2cm크기의 갑상선암이 의심되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받고도 병원을 전전하고도 모자로 한의사와 대체요법사를 만나 식이요법을 받았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고서는 이 분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문을 모두 해소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수술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대체요법사가 추천하는 식이요법을 한참동안 해본 뒤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전문병원을 찾아 확진검사를 반복하면서 우리나라 병원의 진단절차와 비교한 것도 그리 잘한 것 같지 않습니다.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은 편이기는 합니다만 환자에 따라서는 조기에 전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진단이 되면 수술을 통하여 절제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예후가 좋은 편이라는 전립선암이 의심된다는 검진결과를 받자마자 조직검사을 통해 확진하였고 병기를 정하기 위한 영상검사를 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운이 좋아서 한 달여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이 느린 암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최대한 빨리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라면서 건네는 조언이 불편해서 질병을 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병환은 소문을 내야 좋은 방도를 찾을 수 있다는 우리네 옛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누리망에 넘쳐나는 건강정보들 가운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정보는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처럼 여성의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병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얼마 전에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니 남편으로 보이는 보호자들이 간병하는 병실이 적지 않은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친구가 간병을 맡아 해줄 수도 있습니다만, 병원에서 요구하는 행정적 절차를 직계가족이 아니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관행을 비판하는 것도 비혼주의를 주장하는 저자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결혼을 하고도 출산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세태입니다. 우리나라가 몇 십 년 뒤에는 소멸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형편입니다. 나이든 사람은 많아지는데 젊은이들은 거꾸로 줄어들다보니 젊은이들의 사회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기만 합니다. 그런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결혼을 회피하는 것은 자신이 나이 들었을 때 돌봐줄 사람이 없어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내가 할 몫을 다하고 나서야 할 주장이라는 생각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아프면 가족에게 그리고 직장에서도 역시 미안한 것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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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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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근력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걷는 것만으로는 빠지는 근육을 채울 수 없다고 해서입니다. 운동을 도와주는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어느 부위에 힘이 들어가는지 느껴지는지 묻습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감각이 무딘 탓인가 봅니다.


감각이 무딘 것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젊었을 적에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 만리 이국에서 생활하는 만큼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자주 모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내 그 모임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그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순서가 되어 모임을 주관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 모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상황을 이해해보기 위하여 <외로움의 철학>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남은 생에서 외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구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외로움에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고통스럽거나 슬픈 느낌, 자신이 고립되었거나 혼자라는 지각, 자신이 타인들과 가깝지 못하다는 지각등의 공통점이 있다.(23)라고 합니다. 사실 외로움의 정의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외로움은 고질적 외로움, 상황적 외로움, 일시적 외로움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질적 외로움은 타인과의 유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상황적 외로움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의 사별, 연인과의 이별, 자녀의 독립 등 인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일시적 외로움은 혼자이건 다중 속에 있건 상황과 무관하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외로움으로 원인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혼자라서 외롭다는 생각은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밀 시오랑은 글쓰기의 순간을 지금 이 순간, 나는 혼자다.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으랴? 이보다 강렬한 행복은 없거늘. 그렇다, 고독에 귀 기울이는 행복은 침묵의 힘을 받아 한층 더 불어난다.(33)”라고 적었습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혼자 있을 때에만 집필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고독한 글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고 합니다. “글쓰기의 고독, 그 고독 없이는 글이 나오지 않거나 써야 할 것을 찾느라 흐트러지고 창백해진다. () 책을 쓰는 사람은 항상 타인과 분리에 싸여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고독이다. 저자의 고독, 글쓰기의 고독.(185)” 문학작품을 쓰는 작가의 경우에는 이야기를 창조해야 하므로 특히 환경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글을 쓸 때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굳이 고독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도 개인적인 성향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을 호소한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 괴롭다고 호소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외로움의 고통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인식하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각자가 충족되기를 원하는 욕구의 수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목표 수준을 낮게 잡으면 쉽게 달성할 수 있어 만족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세우면 당연히 실망을 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자신을 고립시키게 되고 외로움이 깊어질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범위에서 삶을 즐길 수 있다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말미에서 우리는 자기 안에 머무르는 법을 배움으로써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여러분은 타자의 인정에 그렇게까지 목숨을 걸지 않으면서도 타자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에게 자기를 열어놓을 수 있다.(208)”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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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책방 문화 탐구 - 책세상 입문 31년차 출판평론가의 유럽 책방 문화 관찰기 책방 탐구 시리즈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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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면서 책방에 들른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리스의 산토리니에서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였습니다. 책을 사기 위해서 들렀던 것은 아니고 그 나라의 책방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미화 출판평론가님의 <유럽책방문화탐구>가 눈에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출판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지가 벌써 30년이 되었다는 이 분은 2020년에는 <동네책방 생존탐구>을 내셨다고 하는데, 이 책이 일본에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합니다. 동네 책방들이 문을 닫고 있는 세태에서 버티고 있는 동네 책방들의 비법이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출판 일을 하고 계신 까닭에 궁금증이 일었던 모양이고, 그렇게 동네책방들을 찾아 알아본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동네책방 생존탐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획으로 보입니다. 제목은 <유럽책방문화탐구>이지만 저자가 책방을 돌아본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의 책방을 둘러보는 것은 지나치게 일이 커진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유럽의 책방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 책방을 비교하는 작업을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는 영국과 프랑스의 책방들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아름다운 책방문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발신처, 동네책방’, ‘동네책방은 지역을 어떻게 빛나게 하는가’, ‘책이 있는 세상의 더 깊은 세계 속으로4개의 주제에 따라 나누어놓았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책방들의 유래와 분위기를 독자와 공유하기 위하여 많은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현장을 찾아갔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책방들, 특히 영국의 책방들 가운데 어떤 책방들은 오지라고 할 정도로 찾아가기 힘든 마을에 있는 것도 많습니다. 또한 책방이 들어선 장소도 교회, 기차역 등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책방에 묵으면서 책방운영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책방에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기념품 등을 팔기도 하고, 아예 찻집을 따로 차려 연계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영국의 경우 마을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는 동네책방들이 많다고 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사례를 피넬로피 피츠제럴다의 <북샵(https://blog.naver.com/neuro412/223591773690>에서는 마을에 처음 생긴 동네책방을 마을유지가 나서서 문을 닫게 만들기도 했더라구요. 예전에는 집 앞 정류장 부근에 책방이 있어 퇴근길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목이 좋은 곳을 찾는 유망업종이 끌어올리는 임대료 폭탄을 견딜 수가 없어 동네책방이 문을 닫고 있는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책과 책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책방의 의미에 관한 좋은 말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나라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그 사회가 작은 책방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핀다. 동네의 작은 책방이 살아 있다면 다른 것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책방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든다.” 등 저자의 말은 물론, “(책방을) 세상이라는 세로 길과 정신이라는 가로 길이 만나는 곳이라고 했다는 조지 휘트먼의 말도 좋았습니다. 평론가 최성일이 작가에게 해주었다는 조언, “이틀 읽고, 이틀 생각하고, 이틀 쓰면 가장 좋다는 말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데 참고할만하겠습니다.


또한 에든버러의 책방에 관한 이야기와 호수지역에 살면서 저작활동을 한 베아트릭스 포터가 저작을 통해서 번 돈으로 1750의 땅을 사서 국민신탁(national trust)에 유증했다는 점입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레빗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서 에든버러와 호수지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조금 인용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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