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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
조한진희(반다) 지음 / 동녘 / 2019년 10월
평점 :
지난해 암 수술을 받고 추적관찰 중입니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서 맡아 하고 있던 탓에 수술 후 보름 만에 불편한 몸으로 출근해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읽게 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였는지도 모릅니다. 수술을 받았을 때는 저 역시 아파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역시 ‘아파서 미안’한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인 가구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할 만큼 튼튼한 몸을 자랑하던 저자가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은 뒤 ‘아픈 나’를 긍정하기 위해 분투했던 치열한 기록”이라고 출판사에서는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아픈 나를 잘 봐주세요.”라고 징징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혼을 추구하다보니 아픈 몸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서 ‘잘 아플 권리’를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후기에 “질병을 통해 변화된 몸과 삶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아득함이 글을 쓰게 했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만, 글의 줄기를 제대로 붙들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두 매체에 썼던 글을 통합하고 새 글을 더하여 책을 꾸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30대에 팔레스타인에 3개월 현장 활동을 다녀온 뒤로 피로감, 현기증, 출혈, 전신 통증 등이 생겨 1년 동안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느낀 점입니다. 병원에서 진찰을 하고 검사를 해보면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자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강검진에서 1.2cm크기의 갑상선암이 의심되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받고도 병원을 전전하고도 모자로 한의사와 대체요법사를 만나 식이요법을 받았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고서는 이 분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문을 모두 해소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수술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대체요법사가 추천하는 식이요법을 한참동안 해본 뒤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전문병원을 찾아 확진검사를 반복하면서 우리나라 병원의 진단절차와 비교한 것도 그리 잘한 것 같지 않습니다.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은 편이기는 합니다만 환자에 따라서는 조기에 전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진단이 되면 수술을 통하여 절제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예후가 좋은 편이라는 전립선암이 의심된다는 검진결과를 받자마자 조직검사을 통해 확진하였고 병기를 정하기 위한 영상검사를 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운이 좋아서 한 달여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이 느린 암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최대한 빨리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라면서 건네는 조언이 불편해서 질병을 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병환은 소문을 내야 좋은 방도를 찾을 수 있다는 우리네 옛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누리망에 넘쳐나는 건강정보들 가운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정보는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처럼 여성의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병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얼마 전에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니 남편으로 보이는 보호자들이 간병하는 병실이 적지 않은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친구가 간병을 맡아 해줄 수도 있습니다만, 병원에서 요구하는 행정적 절차를 직계가족이 아니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관행을 비판하는 것도 비혼주의를 주장하는 저자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결혼을 하고도 출산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세태입니다. 우리나라가 몇 십 년 뒤에는 소멸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형편입니다. 나이든 사람은 많아지는데 젊은이들은 거꾸로 줄어들다보니 젊은이들의 사회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기만 합니다. 그런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결혼을 회피하는 것은 자신이 나이 들었을 때 돌봐줄 사람이 없어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내가 할 몫을 다하고 나서야 할 주장이라는 생각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아프면 가족에게 그리고 직장에서도 역시 미안한 것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