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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책방 문화 탐구 - 책세상 입문 31년차 출판평론가의 유럽 책방 문화 관찰기 ㅣ 책방 탐구 시리즈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 2024년 7월
평점 :
해외여행을 하면서 책방에 들른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리스의 산토리니에서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였습니다. 책을 사기 위해서 들렀던 것은 아니고 그 나라의 책방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미화 출판평론가님의 <유럽책방문화탐구>가 눈에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출판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지가 벌써 30년이 되었다는 이 분은 2020년에는 <동네책방 생존탐구>을 내셨다고 하는데, 이 책이 일본에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합니다. 동네 책방들이 문을 닫고 있는 세태에서 버티고 있는 동네 책방들의 비법이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출판 일을 하고 계신 까닭에 궁금증이 일었던 모양이고, 그렇게 동네책방들을 찾아 알아본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는 <동네책방 생존탐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획으로 보입니다. 제목은 <유럽책방문화탐구>이지만 저자가 책방을 돌아본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의 책방을 둘러보는 것은 지나치게 일이 커진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유럽의 책방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 책방을 비교하는 작업을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는 영국과 프랑스의 책방들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아름다운 책방문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발신처, 동네책방’, ‘동네책방은 지역을 어떻게 빛나게 하는가’, ‘책이 있는 세상의 더 깊은 세계 속으로’ 등 4개의 주제에 따라 나누어놓았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책방들의 유래와 분위기를 독자와 공유하기 위하여 많은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현장을 찾아갔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책방들, 특히 영국의 책방들 가운데 어떤 책방들은 오지라고 할 정도로 찾아가기 힘든 마을에 있는 것도 많습니다. 또한 책방이 들어선 장소도 교회, 기차역 등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책방에 묵으면서 책방운영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책방에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기념품 등을 팔기도 하고, 아예 찻집을 따로 차려 연계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영국의 경우 마을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는 동네책방들이 많다고 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사례를 피넬로피 피츠제럴다의 <북샵(https://blog.naver.com/neuro412/223591773690>에서는 마을에 처음 생긴 동네책방을 마을유지가 나서서 문을 닫게 만들기도 했더라구요. 예전에는 집 앞 정류장 부근에 책방이 있어 퇴근길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목이 좋은 곳을 찾는 유망업종이 끌어올리는 임대료 폭탄을 견딜 수가 없어 동네책방이 문을 닫고 있는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책과 책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책방의 의미에 관한 좋은 말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나라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그 사회가 작은 책방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핀다. 동네의 작은 책방이 살아 있다면 다른 것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책방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든다.” 등 저자의 말은 물론, “(책방을) 세상이라는 세로 길과 정신이라는 가로 길이 만나는 곳”이라고 했다는 조지 휘트먼의 말도 좋았습니다. 평론가 최성일이 작가에게 해주었다는 조언, “이틀 읽고, 이틀 생각하고, 이틀 쓰면 가장 좋다”는 말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데 참고할만하겠습니다.
또한 에든버러의 책방에 관한 이야기와 호수지역에 살면서 저작활동을 한 베아트릭스 포터가 저작을 통해서 번 돈으로 1750만㎡의 땅을 사서 국민신탁(national trust)에 유증했다는 점입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레빗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서 에든버러와 호수지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조금 인용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