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하는 여자 - 린다 B를 위한 진혼곡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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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에 떠난 발칸여행은 무려 아홉 나라, 아니 공항만 이용한 체코를 포함하면 무려 열 나라를 여행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강행군인 여정을 선택한 이유는 책읽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루마니아의 브란, 그리고 알바니아가 포함된 여정을 고른 이유입니다. 여기에서는 알바니아의 경우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는 크게 관심을 두던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알바니아를 여행하게 된 것은 이스마일 카다레의 영향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으로 처음 읽었던 <돌의 연대기>가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이어 읽은 <잘못된 만찬>, <피라미드>, <H파일>, <부서진 사월>에 이르면서 알바니아라는 나라를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발칸여행을 마치고서는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를 읽은 것은 제가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서 티라나와 함께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티라나를 여행하면서 해설사는 엔베르 호자가 이끌던 알바니아의 공산정권이 정말 끔찍할 정도로 독재를 펼치고 국민들을 억압했다고 설명했는데,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에서 당시의 알바니아의 사회적 분위기가 어땠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떠나지 못하는 여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혔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극작가 루디안 스테파입니다. 극작가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영감에 따라 작품을 쓰기보다는 당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을 써내야 하기 때문에 심사를 마칠 때까지 전전긍긍해야만 했던 모양입니다. 신작을 준비하던 루디안은 어느 날 당 위원회에 소환을 받았습니다. 작품에 관한 건으로 소환된 줄 알았던 그에게 판사는 한 여성에 관한 일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도둑이 제 발 절인다.’는 말처럼 은밀한 애정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일이 꼬이게 됩니다.


당 위원회에서 문제가 된 여성은 최근에 자살한 린다B라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루디안의 책에 저자의 헌사가 적혀있었고, 그녀의 일기에도 루디안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는 이유로 소환이 된 것입니다. 사실 루디안은 린다B라는 여성을 만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알지도 못합니다. 단지 애정관계에 있던 미대생 미제나의 부탁으로 헌사를 적어주었을 뿐입니다.


문제는 린다B라는 여성이 구체제의 귀족으로 지방의 작은 도시를 떠나면 안 되는 유배의 형을 받은 상태이며 그녀의 유배형은 5년마다 재심을 받게 되지만 계속 연장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여성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 루디안 역시 반역의 죄를 범한 것인지를 밝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린다B와 미제나는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로 학교를 졸업하고 미제나는 티라나로 진학을 하게 되었지만, 린다B는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린다B가 루디안을 추앙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미제나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하여 루디안에게 접근하였고, 린다B를 위하여 루디안의 책에 헌사를 받아 전해주었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빈틈없이 감시를 받는 체제이지만 그 와중에서 이런저런 사랑도 이루어지고 사람들 간에 관계도 형성되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겠지요.


루디안이 린다B와 만나지 않은 것은 사실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몰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린다B가 유방암영상검사를 받게 된 것과 관련하여 루디안이 린다B와 드리니호텔에서 만나게 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린다B는 이미 자살을 한 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면 루디안이 면담을 하는 정신과 의사가 감시자였고 주기적으로 지도자에게 보고서를 보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5년 뒤 지도자가 실각을 한 듯 광장에 있던 그의 동상이 끌어내려져 끌려 다니고, 루디안은 여전히 극장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린다B에게, 저자의 추억을 담아라고 헌사를 적어 그녀에게 전합니다. 그가 바라는 대로 여자는 결국 책을 받았고, 죽음의 어둠 속에서 그들의 손가락이 살짝 차갑게 스쳤다고 합니다.


생사를 넘나들고, 이야기가 과거로 넘어가는 등 집중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줄거리를 놓칠 수도 있는 책읽기였습니다. 만사는 사필귀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도자는 그토록 끔찍한 독재를 펼쳐야만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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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
조한진희(반다) 지음 / 동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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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암 수술을 받고 추적관찰 중입니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서 맡아 하고 있던 탓에 수술 후 보름 만에 불편한 몸으로 출근해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읽게 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였는지도 모릅니다. 수술을 받았을 때는 저 역시 아파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역시 아파서 미안한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인 가구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할 만큼 튼튼한 몸을 자랑하던 저자가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은 뒤 아픈 나를 긍정하기 위해 분투했던 치열한 기록이라고 출판사에서는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아픈 나를 잘 봐주세요.”라고 징징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혼을 추구하다보니 아픈 몸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서 잘 아플 권리를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후기에 질병을 통해 변화된 몸과 삶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아득함이 글을 쓰게 했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만, 글의 줄기를 제대로 붙들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두 매체에 썼던 글을 통합하고 새 글을 더하여 책을 꾸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30대에 팔레스타인에 3개월 현장 활동을 다녀온 뒤로 피로감, 현기증, 출혈, 전신 통증 등이 생겨 1년 동안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느낀 점입니다. 병원에서 진찰을 하고 검사를 해보면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자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강검진에서 1.2cm크기의 갑상선암이 의심되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받고도 병원을 전전하고도 모자로 한의사와 대체요법사를 만나 식이요법을 받았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고서는 이 분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문을 모두 해소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수술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대체요법사가 추천하는 식이요법을 한참동안 해본 뒤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전문병원을 찾아 확진검사를 반복하면서 우리나라 병원의 진단절차와 비교한 것도 그리 잘한 것 같지 않습니다.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은 편이기는 합니다만 환자에 따라서는 조기에 전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진단이 되면 수술을 통하여 절제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예후가 좋은 편이라는 전립선암이 의심된다는 검진결과를 받자마자 조직검사을 통해 확진하였고 병기를 정하기 위한 영상검사를 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운이 좋아서 한 달여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이 느린 암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최대한 빨리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라면서 건네는 조언이 불편해서 질병을 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병환은 소문을 내야 좋은 방도를 찾을 수 있다는 우리네 옛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누리망에 넘쳐나는 건강정보들 가운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정보는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처럼 여성의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병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얼마 전에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니 남편으로 보이는 보호자들이 간병하는 병실이 적지 않은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친구가 간병을 맡아 해줄 수도 있습니다만, 병원에서 요구하는 행정적 절차를 직계가족이 아니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관행을 비판하는 것도 비혼주의를 주장하는 저자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결혼을 하고도 출산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세태입니다. 우리나라가 몇 십 년 뒤에는 소멸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형편입니다. 나이든 사람은 많아지는데 젊은이들은 거꾸로 줄어들다보니 젊은이들의 사회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기만 합니다. 그런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결혼을 회피하는 것은 자신이 나이 들었을 때 돌봐줄 사람이 없어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내가 할 몫을 다하고 나서야 할 주장이라는 생각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아프면 가족에게 그리고 직장에서도 역시 미안한 것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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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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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근력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걷는 것만으로는 빠지는 근육을 채울 수 없다고 해서입니다. 운동을 도와주는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어느 부위에 힘이 들어가는지 느껴지는지 묻습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감각이 무딘 탓인가 봅니다.


감각이 무딘 것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젊었을 적에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 만리 이국에서 생활하는 만큼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자주 모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내 그 모임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그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순서가 되어 모임을 주관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 모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상황을 이해해보기 위하여 <외로움의 철학>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남은 생에서 외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구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외로움에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고통스럽거나 슬픈 느낌, 자신이 고립되었거나 혼자라는 지각, 자신이 타인들과 가깝지 못하다는 지각등의 공통점이 있다.(23)라고 합니다. 사실 외로움의 정의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외로움은 고질적 외로움, 상황적 외로움, 일시적 외로움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질적 외로움은 타인과의 유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상황적 외로움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의 사별, 연인과의 이별, 자녀의 독립 등 인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일시적 외로움은 혼자이건 다중 속에 있건 상황과 무관하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외로움으로 원인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혼자라서 외롭다는 생각은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밀 시오랑은 글쓰기의 순간을 지금 이 순간, 나는 혼자다.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으랴? 이보다 강렬한 행복은 없거늘. 그렇다, 고독에 귀 기울이는 행복은 침묵의 힘을 받아 한층 더 불어난다.(33)”라고 적었습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혼자 있을 때에만 집필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고독한 글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고 합니다. “글쓰기의 고독, 그 고독 없이는 글이 나오지 않거나 써야 할 것을 찾느라 흐트러지고 창백해진다. () 책을 쓰는 사람은 항상 타인과 분리에 싸여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고독이다. 저자의 고독, 글쓰기의 고독.(185)” 문학작품을 쓰는 작가의 경우에는 이야기를 창조해야 하므로 특히 환경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글을 쓸 때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굳이 고독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도 개인적인 성향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을 호소한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 괴롭다고 호소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외로움의 고통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인식하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각자가 충족되기를 원하는 욕구의 수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목표 수준을 낮게 잡으면 쉽게 달성할 수 있어 만족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세우면 당연히 실망을 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자신을 고립시키게 되고 외로움이 깊어질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범위에서 삶을 즐길 수 있다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말미에서 우리는 자기 안에 머무르는 법을 배움으로써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여러분은 타자의 인정에 그렇게까지 목숨을 걸지 않으면서도 타자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에게 자기를 열어놓을 수 있다.(208)”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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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책방 문화 탐구 - 책세상 입문 31년차 출판평론가의 유럽 책방 문화 관찰기 책방 탐구 시리즈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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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면서 책방에 들른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리스의 산토리니에서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였습니다. 책을 사기 위해서 들렀던 것은 아니고 그 나라의 책방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미화 출판평론가님의 <유럽책방문화탐구>가 눈에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출판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지가 벌써 30년이 되었다는 이 분은 2020년에는 <동네책방 생존탐구>을 내셨다고 하는데, 이 책이 일본에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합니다. 동네 책방들이 문을 닫고 있는 세태에서 버티고 있는 동네 책방들의 비법이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출판 일을 하고 계신 까닭에 궁금증이 일었던 모양이고, 그렇게 동네책방들을 찾아 알아본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동네책방 생존탐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획으로 보입니다. 제목은 <유럽책방문화탐구>이지만 저자가 책방을 돌아본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의 책방을 둘러보는 것은 지나치게 일이 커진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유럽의 책방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 책방을 비교하는 작업을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는 영국과 프랑스의 책방들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아름다운 책방문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발신처, 동네책방’, ‘동네책방은 지역을 어떻게 빛나게 하는가’, ‘책이 있는 세상의 더 깊은 세계 속으로4개의 주제에 따라 나누어놓았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책방들의 유래와 분위기를 독자와 공유하기 위하여 많은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현장을 찾아갔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책방들, 특히 영국의 책방들 가운데 어떤 책방들은 오지라고 할 정도로 찾아가기 힘든 마을에 있는 것도 많습니다. 또한 책방이 들어선 장소도 교회, 기차역 등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책방에 묵으면서 책방운영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책방에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기념품 등을 팔기도 하고, 아예 찻집을 따로 차려 연계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영국의 경우 마을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는 동네책방들이 많다고 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사례를 피넬로피 피츠제럴다의 <북샵(https://blog.naver.com/neuro412/223591773690>에서는 마을에 처음 생긴 동네책방을 마을유지가 나서서 문을 닫게 만들기도 했더라구요. 예전에는 집 앞 정류장 부근에 책방이 있어 퇴근길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목이 좋은 곳을 찾는 유망업종이 끌어올리는 임대료 폭탄을 견딜 수가 없어 동네책방이 문을 닫고 있는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책과 책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책방의 의미에 관한 좋은 말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나라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그 사회가 작은 책방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핀다. 동네의 작은 책방이 살아 있다면 다른 것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책방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든다.” 등 저자의 말은 물론, “(책방을) 세상이라는 세로 길과 정신이라는 가로 길이 만나는 곳이라고 했다는 조지 휘트먼의 말도 좋았습니다. 평론가 최성일이 작가에게 해주었다는 조언, “이틀 읽고, 이틀 생각하고, 이틀 쓰면 가장 좋다는 말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데 참고할만하겠습니다.


또한 에든버러의 책방에 관한 이야기와 호수지역에 살면서 저작활동을 한 베아트릭스 포터가 저작을 통해서 번 돈으로 1750의 땅을 사서 국민신탁(national trust)에 유증했다는 점입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레빗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서 에든버러와 호수지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조금 인용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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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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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 독일이 운영한 수용소에서 벌어진 만행을 고발한 책들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소련 역시 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사실이나 그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소련으로 끌려간 독일계 루마니아 청년이 겪은 일을 적었습니다.


헤르타 뮐러는 지난 봄에 루마니아를 여행하면서 알게 되면서 <저지대>,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등을 읽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들어선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으로부터 탄압받던 독일계 소수민족들의 애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과 책을 함께 소개하는 저의 신작의 루마니아 편에서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를 중심으로 헤르타 뮐러의 작품들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숨그네>는 루마니아의 소수민족인 독일계 사람들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겪은 끔찍한 삶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루마니아에서 독일로 망명한 헤르타 뮐러가 그녀처럼 독일로 망명한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가 소련의 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소련이 루마니아에 살고 있던 독일 사람들을 끌어가 강제수용소에 수용한 이유는 전후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하여 강제노동에 투입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저 히틀러의 동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루마니아의 독일계 사람들이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도 전인 19451월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인력으로 차출한 것 같습니다. 모두에서 비유적으로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화자는 동성애적 성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들과 겉돌던 화자는 소련으로 차출되는 명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오히려 집을 떠날 기회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끔찍했다고 합니다. 화자가 수용되었던 수용소에는 500명에서 800명으로 이루어진 노동대대 5개의 노동대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있어서 최대 4천명이 수용되어 있었다는 것이지요. 수용소에서 이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서술되어 있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석탄으로부터 코크스를 만드는 작업, 코크스로 광석을 제련하는 작업, 그렇게 만든 금속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 등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작업은 엄청 고되었던 반면 빵과 수프 등 배급되는 식량을 체력을 유지하기에도 부족하였다고 합니다. 식당의 쓰레기를 뒤져 감자껍질을 먹거나 수용소 밖의 러시아 마을에 구걸을 나가기도 했다는 것 같습니다. 여름철에는 명아주를 걷어다가 삶아먹기도 했습니다. ‘배고픈 천사에 대하여라는 글은 배고픔은 항상 있다라고 시작됩니다. 배고픔이라는 상태는 배고픈 천사의 손에서 탄생한다고 하는데 힘든 삽질을 하다보면 맥박이 거칠게 뛰면서 현기증이 일기 마련입니다.


이 대목에서 제목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처음 등장합니다. “배고픈 천사가 내 뺨을 그의 턱 위에 끼워 맞춘다. 그리고 내 숨결을 그네 뛰게 한다. 숨그네(Atemschaukel)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심한 착란 상태이다.(97)” 숨그네는 저자가 만들어낸 단어로, 영양부족으로 인하여 현기증이 생겼을 때 일어나는 가쁜 숨결을 마치 그네 뛰듯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로 비유한 것 같습니다.


화자는 수용소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함께 있었던 사람들 하나하나를 통하여 설명하는데 먹는 것과 관련된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명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먹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을 터입니다. 수용소로 떠날 때 챙겼던 책들이나 입을 것들은 제 역할을 하기 보다는 먹을 것을 얻기 위하여 쓰였다는 것입니다.


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은 수많은 희생자를 낼 수밖에 없었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할 수 없었던가 봅니다. 화자가 수용소에 도착해서 4년째 되던 해 3월에 이미 330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해 들어서 죽은 숫자라기보다는 수용소가 문을 연 뒤로 4년 동안 희생된 숫자일 수도 있겠습니다.


화자가 5년의 세월을 보낸 수용소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련의 강제수용소의 실태에 관하여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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