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나라 경제툰 2 - 만화로 보는 금융위기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34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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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의 교양툰 연작의 하나로 나왔던 <개미나라 경제툰; https://blog.naver.com/neuro412/222962179772>을 읽은 바 있습니다.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라는 부제처럼 개인, 가정, 사회, 국가, 국제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가면서 돈과 관련된 주제들을 만화로 설명해서 경제와 관련하여 모호했던 개념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독후감을 마무리하면서 예감했던 속편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개미나라 경제툰(2)>만화로 보는 금융위기의 역사를 부제로 달아놓은 것처럼 한 나라의 경제활동을 휘청하게 만든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과정을 소개합니다.


<개미나라 경제툰>에서는 개미나라로 한정하여 경제를 움직이는 힘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는 지구촌이 긴밀하게 엮여 움직이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에 발생한 위기상황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반대로 한나라의 경제 위기 상황을 여러 나라가 연대하여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개미나라 경제툰(2)>에서는 개미나라에 더하여 별노린재, 꿀벌, 일본왕개미, 나비, 전갈, 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왕국들이 등장합니다.


<개미나라 경제툰(2)>에서 다루고 있는 금융위기 상황은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발생했던 금융위기 상황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 등장하는 곤충들이 어느 나라를 상징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미는 미국을, 별노린재는 여러 산유국들, 일본왕개미는 일본, 그리고 나비는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을 초래했던 기업들의 경우 실명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1970년대에 발생했던 석유파동을 다루었습니다. 1973년에 발생한 제1차 석유파동은 아랍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하는 과정에서, 1979년에 발생한 제2차 석유파동은 이란에서 혁명이 발생한 뒤에 국내정치의 불안으로 석유공급이 떨어지면서 발생했던 과정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판기 안에 들어있는 주스를 석유에 비유한 것이 적절한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19871019(월요일)에 뉴욕증권시장에서 일어난 주가 대폭락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뉴욕증시의 폭락은 홍콩, 유럽, 호주, 뉴질랜드로 확산되었고 다시 뉴욕증권시장에 충격을 되먹이는 악순환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들어 호황을 누린 미국이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로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월요일에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오던 일본경제가 무너지게 된 부동산 거품을 다루었고, 네 번째 이야기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에서 겪었던 일을 다룬 것 같습니다. 외환위기의 경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몇몇 나라에서도 같은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이 개입하여 사태를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었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이 만능이 아닐 수도 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금반지 모으기와 같이 외환위기에 대한 국민적 대응도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한 관리로 인하여 2008915일에 발생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바람에 미국의 경제가 휘청했던 사건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스탑게임은 발전해가는 과정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세력에 대항하는 소액주주들의 방어작전은 발전한 누리망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싶기도 합니다.


사실 <개미나라 경제툰(2)>에서는 이미 지나가버린 상황을 해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해석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없지 않을 것이며,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금융위기의 모형을 제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융위기를 다룬 <개미나라 경제툰(2)>의 후속작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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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승계호 지음, 석기용 옮김 / 반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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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는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대학 교양학부의 승계호 교수의 책입니다. 법학과 철학을 전공한 승계호교수는 문헌의 주제를 설명하면서 그 문헌의 문화적 주제의 모체, 즉 문화적 맥락에서 작동하는 주제들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해석학에서 기호학과 주제학>에서 제기한 문화 주제학적 방법론이라는 것입니다.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는 이와 같은 문화 주제학적 방법을 스피노자적 서사시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작업에 적용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괴테의 <파우스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주제를 낭만주의적 자연개념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천이 되었던 스피노자의 범신론을 토대로 해석했습니다. 저자는 1677년에 발표된 <기하학적 순서로 증명된 윤리학>에서 고통 받는 영혼이 구원으로 나아가는 다섯 단계의 서사시적 여정을 설명했는데, 이 여정은 인간 실존의 보편적인 극의 스피노자의 도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우스트나 차라투스트라 그리고 지크프리트의 삶을 스피노자의 도식으로 설명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승교수가 괴테의 <파우스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순서로 맥락을 이어간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1772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832년에 완성이 되었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년에 시작하여 1885년에 완성되었으며, 그리고 네 개의 악극으로 구성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이 경우 1854년에 라인의 황금, 1856년에 발퀴레, 1871년에 지크프리트 그리고 1874년에 신들의 황혼이 완성되었습니다.


주요 활동이 시기로 보아도 괴테(1749~1832)-바그너(1813~1883)-니체(1844~1900)의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바그너와 니체의 순서를 바꾸어 놓은 것은 바그너와 니체와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바그너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매료되어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녹여냈다고 하는데 음악가가 무슨 철학을?’하는 인식이 퍼지면서 바그너가 일방적으로 니체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견해가 일반화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는 철학적 관점에서 세 작품을 해석하고 있어 이해는 물론 읽어내는 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머리말에 이은 본문은 모두 열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1~4까지는 괴테의 <파우스트>, 5~8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9는 괴테에서 니체로 이어지는 신비적 자연주의를 그리고 마지막 10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앞서 이해는 물론 읽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린 것은 600쪽이나 되는 방대한 내용이 일종의 독후감처럼 읽혀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특별한 대목에서 철학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작가 나름대로의 해석 혹은 주석을 달아가는 방식이었는데, 그 정도가 방대하여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한참 만에 줄거리로 돌아오곤 하기 때문에 <파우스트><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이미 읽은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쫓아 가는 것도 힘겨웠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파우스트의 초입에 나오는 천상의 서곡에 나오는 관념이라는 단어를 영원의 영역에 있는 플라톤의 이데아(형상)을 가리킨다고 하면서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초월적인 존재자로 부활시켰으며, <판단력비판>에서는 이데아를 내재적인 것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파우스트>가 스피노자주의에 충실하면서도 괴테의 플라톤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우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세 개의 이야기들을 다시 읽은 다음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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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 기억을 사용하는 교양인을 위한 안내서
앨런 배들리 지음, 진우기 옮김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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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은 발칸을 여행할 때 들고 갔다가 다 읽지 못했던 책입니다. 기억은 제가 아주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눈에 띄어 사게 된 책인데 기억에 관한 최근의 연구 성과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당신의 기억>을 쓴 앨런 배들리(Alan Baddeley)는 평생 동안 인간의 기억과 질병 및 뇌손상에 따른 기억결손에 관하여 연구하고, 관련 분야의 많은 책을 집필해왔다고 합니다. 2009년에 이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할 당시에는 영국의 요크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영국과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교수를 지냈다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1993년에 초판이 나왔던 <당신의 기억>은 꾸준하게 개정판을 내서 기억분야에서의 연구성과를 반영해온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의 기억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제 기억을 좀더 자세히 이해하고, 기억이 우리 삶에 미치는 방식을 좀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당신의 기억>을 쓴 주목적은 이 놀랍도록 효율적이면서도 절망스러울 정도로 틀리기 쉬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그런 지식이 어떻게 우리 기억과 효율적인 학습을 돕는지를 설명하는데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제1기억이란 무엇인가에서 기억능력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고, 기억을 연구하는 방법들을 소개한 뒤에 기억의 종류를 설명합니다. 기억은 크게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그 세부에 들어가면 다양한 기억의 종류가 있습니다.


이어서 2장에서는 단기기억을, 3장에서는 작업기억을, 4장에서는 학습을, 그리고 5장에서는 체계화와 기억에 관하여 설명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파악하고 있던 기억의 종류나 분류와는 달라진 점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억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6장에서는 망각을 그리고 7장에서는 억압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일단 기억한 사실이라도 특별하게 회상할 일이 없이 시간이 많이 경과되면 기억이 사라지는 기전, 그리고 기억은 하였지만 기억된 것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역겨운 경우에는 기억을 억누르는 기전 등을 설명합니다. 8장에서는 지식이라고도 하는 기억의 저장방식을 그리고 9장에서는 이를 활용하기 위하여 인출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10장에서부터 13장까지는 기억의 오류 혹은 기억의 소실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10장에서는 목격자의 증언이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마침 고전독서회에서 이달에 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에 좋은 사례가 나옵니다. 덤불 속이라는 단편에서는 덤불속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 남자의 주검과 관련된 사람들 - 죽은 남자를 처음 발견한 나무꾼, 죽은 남자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탁발승, 살해 용의자를 체포한 수색꾼, 죽은 남자의 장모, 죽은 남자를 살해한 용의자, 죽은 남자의 아내 그리고 무녀의 입을 빌린 죽은 남자 등 7- 의 진술 가운데 일치하지 않더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 사건의 목격자들의 기억의 불확실성과 죽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범인과 죽은 남자 그리고 아내의 경우는 처한 상황에 따라서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11장에서는 기억상실증을 12장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유아기에 경험한 것들을 언제까지 기억하는가 하는 문제와 그 기억이 역시 사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13장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이 퇴조하는 문제,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의 퇴행성질환에서 기억이 소실되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4장에서는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특히 연구성과를 소개할 때는 표와 그림과 같은 관련 자료를 같이 제시하였고, 본문과 관련이 있는 많은 사진자료를 배치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책은 역시 개정작업을 진행하면서 내용이나 형식도 많이 개선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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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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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민음사판을 기준으로 전4권의 분량이 2988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여 읽기를 주저한 것도 사실입니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1805년부터 1820년에 이르고, 모스코바, 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지역과 러시아가 나폴레옹 전쟁에 참전하면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을 아우릅니다. 등장인물도 559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일일이 헤아려볼 수도 없습니다. 제목 그대로 치열한 전투현장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이 헛되고도 헛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1권은 1부에서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모스크바의 사교계를 그려냈습니다. 주인공들을 서로 엮기 위하여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셈입니다. 또한 당대의 풍운아 나폴레옹에 대한 러시아 사람들의 인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귀족들이 주로 참석하는 러시아 사교계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그려내고 있는 프랑스 사교계와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물론 등장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점은 별도로 하더라고 프랑스 사교계에서는 문학, 음악, 미술 등이 화제가 되고 관련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도 참석하여 화제를 풍성하게 하는 반면, 러시아 사교계에서는 이런 점이 부족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혼담이나 인사청탁이 오가는 분위기입니다. “이곳 모스크바 사람들은 정치보다는 만찬과 험담으로 바쁩니다.(138)”라는 보리스의 설명이 정확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2부는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 분위기를 다루었습니다. 초반에는 아우스터리츠 전투의 패배로 러시아 군이 밀리는 분위기이지만 밀리면서도 반전을 꾀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3부는 전투장면과 후방의 사교계의 분위기가 섞입니다. 하지만 동맹국이라는 오스트리아가 러시아를 대하는 것을 보면 러시아가 왜 나폴레옹과의 전쟁에 나섰는지 그 이유가 실감되지 않습니다. 결국 3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러시아의 대패로 마무리가 되고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안드레이 공작도 부상을 입고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2권은 1부에서 5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프랑스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이후로 러시아군은 보급 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제가 노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프랑스와 러시아는 강화조약을 체결하고 전장에 나섰던 청년들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안드레이 공작도 나폴레옹의 배려로 살아 돌아오지만 아내는 산후 합병증으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정전이 된 다음부터는 돌아온 청년들이 짝을 찾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그 과정에서 사냥이나 가면놀음가 같은 러시아 귀족들의 놀이문화가 소개됩니다. 그런가하면 일부 젊은이들의 부도덕한 행동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피에르의 아내 엘레나는 염문을 뿌린 결과 피에르가 결투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남동생 아나톨 역시 방탕하고 난잡한 생활을 벌이다가 안드레이 공작의 약혼녀 나타샤를 유혹하여 납치하려 들었다가 발각나서 모스크바에서 추방되기도 합니다. 물론 안드레이 공작과 나타샤와의 결혼에 부친이 반대하는 바람에 외국으로 요양을 떠나 소식이 끊어진 것이 원인이 된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사랑은 현실적인 것만큼은 어디에서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3권은 1부에서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편을 통해 전투장면이 긴박하게 펼쳐집니다. 앞서 강화조약을 맺었던 나폴레옹이 서유럽의 군사를 규합하여 1812612일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로 진격하기 시작하고 1부에서는 귀족들을 중심으로 황제와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입대를 자원하는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알렉산드르 황제의 러시아 역시 대응하기 위하여 동원령을 내려 편성한 군대를 서쪽으로 보내지만 전투마다 패하면서 밀리고 밀려 모스크바까지 내주게 됩니다.


마지막 4권은 1부에서 4부에 이르러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에필로그1부와 에필로그2부가 더해집니다1부에서는 프랑스군에게 점령된 모스크바에서 탈출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황망한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그러는 와중에 전쟁을 수행해야 할 러시아 군대는 파벌을 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피에르는 프랑스군에 포로로 잡혔고, 안드레이 공작은 전투 중에 중상을 입고 결국은 나타샤와 마리아 공작영애의 돌봄 속에 죽음을 맞았습니다.


2부와 3부에서는 모스크바를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 군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철군을 시작하고 퇴각하기 시작합니다. 러시아군은 퇴각하는 프랑스군과 싸워야 한다는 측과 쿠투조프처럼 전투 없이 추격하는 측으로 나뉩니다. 쿠투조프는 파멸해가는 프랑스군과 충돌하여 남는 것은 병력의 손실이라는 계산입니다. 프랑스 측의 강화조약을 맺자는 요청도 거절합니다. 4부에서는 러시아군이 퇴각하는 프랑스군을 추격하여 파리에 이르는 한편, 러시아 내부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수습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가운데 안드레이 공작은 죽음을 맞았고, 피에르와 나타샤, 니콜라이와 마리야 공작 영애가 맺어질 것을 예감합니다.


에필로그1부와 2부는 <전쟁과 평화>를 쓰게 된 작가의 역사철학을 소개합니다. 역사의 흐름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4명의 주인공의 결혼과 전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여기까지 이야기의 전반을 따라가다 보면 전투현장과 후방에서 전쟁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길게 이어지는 반면, 평화에 대한 이야기는 있는 듯 없는 듯합니다. 작가가 고려했다는 제목, ‘세 시기’, ‘끝이 좋으면 다 좋다등도 좋아 보이는데 굳이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을 선택한 깊은 뜻이 와 닿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전쟁과 평화>에 덧붙이는 말이라는 부록을 달은 듯합니다. 작가로서 이 작품에 대한 견해를 간략하게 소개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설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역사 사건들에 대한 나의 기술과 역사가들의 해석 사이에 놓인 차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4677)’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근간을 이루는 사료가 과연 정확한 것인가에 의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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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원도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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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에 적힌 수백 명의 변사자를 마주하며 아로새긴 있었는데 사라진 존재들에 대하여라는 한 줄의 글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걸려온 원고 청탁 전화에 하던 근력운동을 중단했다는 대목에서 공감을 한 것은 인기가 많은 운동기구를 점령하고 앉아서 운동은 안하면서 딴 짓을 하는 사람 때문에 속절없이 기다려본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주는 분이구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즘 근력운동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경찰공무원인 저자는 첫 번 째 책으로 <경찰관 속으로>라는 책을 낸 뒤로 경찰관의 삶을 다룬 책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접고 22개월에 걸쳐 23꼭지의 수필을 썼고 이를 모아 이 책을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원정기>에 아예 서문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서문쓰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 분도 있습니다. <있었던 존재들>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웠던 점은 서문에서부터 느낀 것인데 단락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갈피를 잡기 힘든 대목이 있었습니다.


두 번 째는 각각의 이야기에 붙여놓은 단어의 이중적인 의미를 이야기 속에서 충분히 녹여지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획의도는 충분히 독창적이고 참신했지만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입니다. 기획의도 가운데 하나인 작가가 매일 경험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결코 일개 경찰관의 사사로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자 했다는데 , 공식적으로 규정된 경찰관 업무는 당연히 사사로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데 특별시 강조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과학수사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변사자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하여 사인을 규명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 업무라 할 것입니다. 사실 저 역시 30여 년 전에 법의부검을 4년 동안 맡아서 하면서 변사자의 사인을 규명하고 가해자가 있는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경찰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소개하는 정황들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리산 부근 어느 경찰서에서 일한 적이 있다하셨는데, 저 역시 지리산 부근에서  해당업무를 했기에 더욱  실감이 났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교통범죄수사팀(TCI)의 활약을 다룬 연속극 <크래시> 재방송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참 때부터 과학수사업무를 해왔다는 작가께서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를 적발하는 업무를 했다는 이야기는 기획의도와는 다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흔히는 사건을 다루는 글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경향입니다만, 작가의 경우 유사 사례를 여러 건 가지고 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런 일이 적지 않구나 하는 생각은 할 수도 있겠으나 한 사건 만으로 설명을 해도 독자들은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않을까 싶네요.


앞서 단락의 연결이 튄다는 느낌은 이운진 시인의 <슬픈 환생>을 인용한 부분입니다.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라는 시를 공동묘지 부근에서 불법적으로 매장된 사체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 나오는데, 정작 강아지의 유골함이 발견되 이야기는 인용된 시 다음에 따로 소개를 한다는 것도 이상하네요.


경찰서마다 과학수사 전담부서가 있는 줄 알았더니 과학수사대 하나가 여러 개의 경찰서를 지원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하지만 과학수사대가 행정적으로는 시청에 해당한다는 설명은 따로 확인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때는 있었던 존재였으나 지금은 삶이 끝난 변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풍부하게 다루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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