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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 기억을 사용하는 교양인을 위한 안내서
앨런 배들리 지음, 진우기 옮김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당신의 기억>은 발칸을 여행할 때 들고 갔다가 다 읽지 못했던 책입니다. 기억은 제가 아주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눈에 띄어 사게 된 책인데 기억에 관한 최근의 연구 성과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당신의 기억>을 쓴 앨런 배들리(Alan Baddeley)는 평생 동안 인간의 기억과 질병 및 뇌손상에 따른 기억결손에 관하여 연구하고, 관련 분야의 많은 책을 집필해왔다고 합니다. 2009년에 이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할 당시에는 영국의 요크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영국과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교수를 지냈다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1993년에 초판이 나왔던 <당신의 기억>은 꾸준하게 개정판을 내서 기억분야에서의 연구성과를 반영해온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의 기억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제 기억을 좀더 자세히 이해하고, 기억이 우리 삶에 미치는 방식을 좀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당신의 기억>을 쓴 주목적은 ‘이 놀랍도록 효율적이면서도 절망스러울 정도로 틀리기 쉬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그런 지식이 어떻게 우리 기억과 효율적인 학습을 돕는지를 설명하는데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제1장 ‘기억이란 무엇인가’에서 기억능력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고, 기억을 연구하는 방법들을 소개한 뒤에 기억의 종류를 설명합니다. 기억은 크게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그 세부에 들어가면 다양한 기억의 종류가 있습니다.
이어서 2장에서는 단기기억을, 3장에서는 작업기억을, 4장에서는 학습을, 그리고 5장에서는 체계화와 기억에 관하여 설명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파악하고 있던 기억의 종류나 분류와는 달라진 점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억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6장에서는 망각을 그리고 7장에서는 억압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일단 기억한 사실이라도 특별하게 회상할 일이 없이 시간이 많이 경과되면 기억이 사라지는 기전, 그리고 기억은 하였지만 기억된 것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역겨운 경우에는 기억을 억누르는 기전 등을 설명합니다. 8장에서는 지식이라고도 하는 기억의 저장방식을 그리고 9장에서는 이를 활용하기 위하여 인출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10장에서부터 13장까지는 기억의 오류 혹은 기억의 소실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10장에서는 목격자의 증언이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마침 고전독서회에서 이달에 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에 좋은 사례가 나옵니다. 「덤불 속」이라는 단편에서는 덤불속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 남자의 주검과 관련된 사람들 - 죽은 남자를 처음 발견한 나무꾼, 죽은 남자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탁발승, 살해 용의자를 체포한 수색꾼, 죽은 남자의 장모, 죽은 남자를 살해한 용의자, 죽은 남자의 아내 그리고 무녀의 입을 빌린 죽은 남자 등 7명 - 의 진술 가운데 일치하지 않더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사건의 목격자들의 기억의 불확실성과 죽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범인과 죽은 남자 그리고 아내의 경우는 처한 상황에 따라서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11장에서는 기억상실증을 12장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유아기에 경험한 것들을 언제까지 기억하는가 하는 문제와 그 기억이 역시 사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13장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이 퇴조하는 문제,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의 퇴행성질환에서 기억이 소실되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4장에서는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특히 연구성과를 소개할 때는 표와 그림과 같은 관련 자료를 같이 제시하였고, 본문과 관련이 있는 많은 사진자료를 배치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책은 역시 개정작업을 진행하면서 내용이나 형식도 많이 개선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