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북
하워드 엥겔 지음, 박현주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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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화두로 삼고 있어서 고른 책입니다. <메모리 북>은 캐나다의 추리소설 작가 하워드 엥겔의 사립탐정 베니 쿠퍼맨 연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많은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이 많습니다만,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오귀스트 뒤팽,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애거사 크리스타의 에르퀼 푸아로 등을 세계 3대 탐정으로 꼽습니다. 드라마로서는 형사 콜롬보의 콜롬보 형사가 생각납니다. 이들 탐정이나 형사들은 현장을 발로 뛰면서 증거를 모으고,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등장인물들을 모아놓고 사건을 설명하면서 범인을 지목하여 꼼짝 못하게 하는 서사구조를 가집니다.


그런데 <메모리 북>에 등장하는 탐정 베티 쿠퍼맨은 현장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수임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인에게 머리를 얻어맞아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결과적으로는 기억이 손상되었으며, 실서증 없는 실독증(Alexia sine Agraphia)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는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써놓은 글을 읽어 이해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탐정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해갑니다. 소위 안락의자 탐정 노릇을 한 셈입니다.


조사한 정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탐정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기억력 장애로 보고 들은 것들을 기억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조사를 진행하거나 정보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하워드 엥겔이 탐정을 이런 상황에 몰아넣은 이유는 작가 자신이 같은 상병으로 투병생활을 통하여 극복해나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메모리 북>의 서문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쓴 올리버 색스가 쓴 이유는 하워드 엥겔이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 생겼을 때, 올리버 색스와 만남을 통하여 재활의 의지를 확고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활과정을 통하여 어느 정도 집필이 가능한 조건이 되자 엥겔을 <메모리 북>을 완성하여 색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모리 북은 비망록을 체계적으로 적을 수 있는 작은 책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그저 이름이 뭐와 운이 맞는 간호사로 기억하는 간호사, 캐롤 맥케이는 매번 데이와 운이 맞는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어찌되었던 맥케이 간호사는 쿠퍼맨에세 공책을 하나 건네면서 메모리 북으로 쓰라고 합니다. ‘약속이나 날짜 같은 걸 적어놓는 공책입니다. 기억력에 시동을 걸 수 있도록 도와주죠. 지금 쓰고 있는 종이 쪼가리는 버리고, 앞으로 이걸 쓰세요. 저를 믿으세요. 메모리 북이 훨씬 좋답니다.(85)’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종이 쪼가리에 적어놓은 글은 생각지도 않은 사이 어디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공책의 경우는 부피가 있어서 쉽게 눈에 띄는 장점이 있습니다. 쿠퍼맨의 경우도 메모리 북에 수집한 정보를 기록하고, 자신이 써놓은 글을 유추해서 조금씩 이해해 나아갈 수 있었고, 결국에는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면 잠이 쏟아지는 모양입니다. 그런 잠에 대하여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밤을 샌 사람들의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잠, 경미한 자동차 사고 같은 악몽들, 선잠, 깊은 망각, 하지만 사람을 유혹하고 끌어당기는 잠에는 병원 잠만 한 것이 엇었다.내가 깨어 있는 시간을 유혹하는 요부 같은 잠은 나를 감시했고, 내 약점을 알았으며, 선정적인 약속들을 내밀었다. 저녁 식사 중이나 손님을 맞을 때, 잠은 따뜻한 두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난 졸음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 또다시 나는 잠의 손길에 굴복했고, 그 감미로움에 빠졌다.(209)” 생각해보니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수시로 잠에 빠져드는 바람에 읽는 흐름이 깨지곤 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분은 의학용어에 다소 익숙하지 않은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 군데 손을 보면 좋을 곳이 있어서 개정판을 낼 때는 바로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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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팬데믹 시리즈 2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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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한폐렴 사태가 어디를 향하는지 예측하는 일마저도 포기하고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변명하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전 세계에 자랑하던 K-방역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었는지도 헷갈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답답했던지 눈길을 붙든 책이 슬라보예 지젝이 쓴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입니다. 지젝은 우한폐렴이 시작한 직후인 20203월에 <팬데믹 패닉>을 썼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지난 1월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우한폐렴의 세계적 유행으로 휘청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앞날을 상상하는데 관심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산주의 체제의 앞날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팬데믹 패닉>에서 지젝은 우한폐렴의 세계적 유행에 대하여 개별국가의 노력과 함께 전 지구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고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에서는 우한폐렴의 세계적 유행에서 드러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와 인기영합주의의 창궐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유주의는 물론 좌파의 정치적 무능력에서 기인한다고 보았습니다.

우한폐렴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일찍이 중국이 시행하여 효과를 거두었던 봉쇄를 거론하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하여 마스크를 쓰자는 주장과 개인의 자유는 소중한 것이기에 마스크를 쓸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타인과 함께 하지 못하는 자유가 무의미하듯 자유롭지 못한 개인들의 공동체는 통치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1부에서는 우한폐렴의 대유행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다루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지구온난화 그리고 착취 등은 동일한 투쟁을 요구한다는 이야기, 우한폐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각국의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지난날의 영웅을 회상시킨다는 이야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의 성애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잡스러운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2부에서는 급진적 정치학의 미래에 대한 논의입니다. 전시 공산주의, 민주주의의 한계에 이어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등을 짚어보았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의 주장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생각에 더하여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우한폐렴 사태로 인한 사회의 붕괴를 막는다는 이유로 내건 국민 기본소득이나 전 국민 의료보장 등의 조치들은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는데, 이를 신우파계열의 인기영합주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좌파계열이 주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짚고 가자면, 시도 때도 없이 내세우던 K-방역의 대단한 성과는 지젝의 눈에 차지도 않았던지 대만이나 뉴질랜드의 성공적 방역에 대하여 언급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해온 우리나라의 K-방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더라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헌팅턴에서 격리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을 때 새라 메이슨이라는 사람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곧 공산주의다라는 팻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체가 모호한 조치가 끊임없이 지속되어 자영업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마저도 우한폐렴을 통제하기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간략하게 소개한 지난날의 영웅을 소환한다는 대목은 자크 라캉이 발표한 강연의 제목 <.... 혹은 그보다 못한(ou pire/or worse)>에 담긴 '아버지 혹은 그보다 못한(le pere ou pire)'이라는 문구는 가부장에 맞선 방항의 최종 결과가 어떻게 쫓겨난 가부장보다 더 못한 지도자로 귀결될 수 있는지 엄중하게 경고하는 의미의 문구라고 지젝은 설명합니다. 이 대목은 우리나라의 사례가 분명하지 싶습니다.


지젝은 현재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투쟁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생태적 위기, 인종차별주의라는 세 가지 영역의 상관관계와 관련이 있다.(100)”라고 짚었습니다. 별개의 문제인 듯한 세 가지 쟁점이 서로 연관이 있다는 설명을 이 책에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한폐렴의 세계적 유행으로 일어난 다양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지젝의 성찰에서 무언가가 손에 잡히는 듯하지만 그것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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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농담 말들의 흐름 7
편혜영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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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라는 주제보다는 ‘술’이라는 주제에 끌려 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술과 엮은 이야기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술에 관한 저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적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술과 농담>은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는 “말들의 흐름 시리즈 일곱 번째 책 『술과 농담』은 편혜영, 조해진, 김나영, 한유주, 이주란, 이장욱, 이렇게 여섯 작가의 입담을 모은 앤솔러지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앤솔러지가 궁금했습니다. 리브레 위키에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합니다. “앤솔리지라는 말은 ‘꽃을 모아놓은 것’, 즉 꽃다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안솔로기아(anthologia)에서 유래했다. 본래는 문학 용어로, 여러 작가의 시를 선별해서 한 책에 모아놓은 시선집 등을 앤솔로지라고 가리켰다. 현대에는 의미가 확장되어서 단편 소설집이나 시집 외에도 앤솔로지 앨범(음반)이나 코믹 앤솔로지(만화) 등도 존재한다. 한 작가의 작품 중에서 골라낸 걸작선 등도 앤솔로지라고 부르지만, 일반적으로 앤솔로지라고 부른다면 여러 작가의 작품을 주제에 맞추어 모아놓은 것을 뜻한다. 반면에 공동집필 등을 통해 여러 작가가 같이 제작한 합작은 앤솔로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술과 농담을 주제로 하여 여섯 작가들이 협력하여 제작한 것이 아니라 각자 몫의 원고를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면 엔솔로지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소설가 편애영님은 2007년 2007년 「사육장 쪽으로」로 제40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이효석 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소설가 조해진님은 2014년 작품집 「몬순」으로 제3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젊은 작가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문학평론가 김나영님은 2009년 문학과사회에서 신인문학상 평론부문에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설가 한유주님은 2009년 「막」으로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항하였습니다. 소설가 이주란님은 「넌 쉽게 말했지만」으로 2019년 제10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장욱님은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평론가입니다. 2003년 제8회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칼로와 유쾌한 악마들>로 2005년 제3회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리고 보니 이장욱 시인만이 청일점인 셈입니다.

 

<술과 농담>은 여섯 분의 작가님들의 술에 관한 개인적 취향을 비롯하여, 술과 관련된 일화, 또는 술에 관한 글을 인용한 생각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의 느낌으로는 술에 관한 저자들의 이야기에서 농담이라는 주제가 확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술’과 ‘농담’이라는 기획의도가 충분히 담기지 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량이 평균 이하이고, 농담도 잘 못한다는 작가도 참여할 한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나름대로는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한 이야기도 나오기는 합니다만, 제가 저지른 실수담과 비교하면 실수하고 할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나영님은 “내가 경험한 술과 농담을 소개하고자 했으나 결국에는 내가 경험한 술과 농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그친 것 같다(95쪽)”라고 설레발을 쳤습니다만, ‘을’과 ‘관한’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섯 분들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서, 술 마시기 경력이 어언 갑자에 이르는 저의 술에 ‘관한’ 이야기들이 참 다양하고 적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재미있을 그런 이야기도 있겠고, 남들에게 차마 들려주기도 부끄러운 이야기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술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가면 부끄러운 것을 모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앞으로 술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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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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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이라는 생소한 제목보다는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독일어 제텔카스텐(Zettel Kasten)공책이라는 의미의 제텔과 나무상자라는 의미의 카스텐의 합성어입니다. 그러니까 공책을 담는 나무상자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용하는 제텔은 공책이라는 의미보다는 비망록’, 간략하게 요약해서 적어놓은 글을 의미합니다.


부제에 있는 것처럼 글 쓰는 사람들의 꿈은 글을 쉽게 쓰는 요령을 깨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 원고 청탁을 받으면 적지 않은 시간동안 머리를 쥐어짜야 했습니다. 도입부에는 무슨 이야기를 담고, 본문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서 마무리로 이어갈까 고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창 때는 나름대로는 논문을 열심히 쓰는 축에 들었는데, 그때 저는 참고문헌을 바인더 노트 한 장 분량으로 요약해서 분야별로 분류해놓았다가 논문을 쓸 때 활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방법을 확대하는 것이 제텔카스텐이라는 방법인 듯합니다. 10여년 전에 누리망 신문에 독후감을 연재할 때도 평소 읽고 정리해놓은 독후감을 많이 활용했는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두는 것도 제텔카스텐의 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가 여러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글에서 밝힌 이 책의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우수한 학생, 야심만만한 학자, 호기심 많은 비소설 작가에 해당하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다. 통찰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가치가 있는 통찰을 성취하기 위한 주요 도구임을 잘 알고 있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라는 말이다.(21)”


<제텔카스텐>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 상자 속으로...’에는 ‘Introduction’, ‘여러분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여러분이 해야 할 모든 것’, ‘여러분이 지녀야 할 모든 것’, ‘명심해야 할 한두 가지등의 글을 통하여 여러분의 글쓰기에 든든한 바탕이 될 제텔카스텐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두 번째 부분 성공적인 글쓰기에 이르는 여섯 단계에서는 분리하기와 연결하기’, ‘이해를 위한 읽기’, ‘스마트하게 메모하기’, ‘아이디어 발전시키기’, ‘통찰 공유하기’, ‘습관화하기등을 통하여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지막 네 가지 기본 원칙에서는 유일한 관건은 글쓰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 ‘맨땅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는 법’, ‘흐름을 타고 나아가기등에서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을 설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적어두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요즈음은 똑똑전화기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손 가까이 있는 똑똑전화의 비망록 기능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비망록에 적어둔 생각을 확장해서 글로 정리해서 누리사랑방에 저장해놓으면 언젠가 책으로 묶어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텔카스텐을 글쓰기에 제대로 활용한 사람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입니다. 법학을 전공하고 공무원이 되었던 루만은 자신의 다양한 관심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눈에 띄는 내용이 발견하거나 의견이 떠오르면 요약해서 적기 시작했는데, 곧 이런 내용을 엽서에 적어 상자에 담아두었던 것입니다. 결국은 메모상자를 활용하여 쓴 글이 그를 빌레필트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로 이끌게 되었고, 30년에 걸쳐 모두 58권의 저서와 수백편의 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제텔카스텐>은 모두 167개의 문헌을 참고하였다고 말미에 붙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텔카스텐>은 제텔카스텐 기법을 적용하여 쓴 것 같습니다.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게 되기 전에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비록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나중에 그 답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문헌 91) 정보를 검색하려고 노력을 쏟아 부으면 그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공산이 더 크다. 비록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정보를 찾게 되었더라도 말이다.(문헌 92) 심지어 피드백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노력한다면 결과는 더 좋아질 것이다.(문헌 93)(138)”


책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꿈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다만 장-절 구분이 분명치 않아서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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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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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읽고 있습니다. <파묻힌 거인>, <녹턴>, <남아있는 나날>에 이어 네 번째 작품으로 <나를 보내지 마>를 골랐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예상했던 것처럼 생각거리가 많아졌습니다.


주인공은 31세 여성 캐시 H.입니다. 캐시는 간병사로 11년을 근무해오고 있습니다. 간병사는 기증자들을 통제해서 평온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증자들은 무엇을 기증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주인공은 헤일셤이라는 곳을 추억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시골을 돌아다니게 되면 요즘도 헤일셤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과 마주친다. 안개 자욱한 들판의 모퉁이를 돌거나, 계곡의 경사면으로 내려오다가 멀리서 대저택의 일부가 눈에 띄면, 심지어 산허리에 특이하게 늘어서 있는 포플러 나무들을 볼 때면, ‘아마 저기일거야! 드디어 찾았어! 그러니까 여기가 헤일셤이 있었던 장소라고!’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다음 순간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며 그곳을 지나친다.(17)” 이어서 헤일셤이란 장소는 캐시가 몸담았던 기숙학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스, 토미 등 친구들과의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이 길게 이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평범한 영국 소녀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기숙학교의 분위기와는 다른 묘한 상황이 튀어나옵니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토미에게 루시 선생님은 그렇게 창조적으로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모든 게 아주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미국에 가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피터에게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성인이 되면 심지어는 중년이 되기 전에 장기기증을 시작하게 된다. 그거야 말로 너희 각자가 태어난 이유지. 너희는 비디어에 나오는 배우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나랑도 다른 존재들이다.(118)”이라고 말해줍니다. 반전은 이어집니다. 루시 선생님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그래서 어쨌다는건데? 우리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잖아.’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헤일셤 기숙학교의 학생들은 다양한 질병으로 장기가 손상된 인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장기공여를 목적으로 탄생시킨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하여 학습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서사구조를 읽다보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주제를 따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간을 위한 장기공여자의 삶을 다룬 영화 <아일랜드>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만든 복제인간들을 바깥세상과 격리시켜 생활하도록 합니다. 환경오염으로 멸망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믿는 이들은 추첨을 통하여 지상에 남아있다는 환상의 섬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 꿈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들이 장기를 기증하고는 죽음을 맞는 운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격리시설을 탈출하여 자신들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대도시로 향한다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나를 보내지 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운명대로 장기기증을 마치고 삶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인체의 어떤 장기를 기증하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4차에 이른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신장, , 등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심장이나 폐처럼 생명유지에 필수인 장기를 제공하고는 삶을 마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서도 운명을 받아들이는 토미와 캐시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부끄러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386)”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 다만 남녀가 진정 사랑하는 사이임을 입증되면 장기 기증이 몇 년 유예된다는 헤일셤 시절부터 떠돌던 풍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야기의 말미에 지금은 폐교가 된 헤일셤이 설립된 목적이 드러나는데,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탄생시킨 존재들 역시 인간처럼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존재는 인간과는 별개의 존재라고,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 사회적으로 인식하던 것을 바꾸어놓은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는 이야기 중에 미국의 여가수 주디 브릿지워터의 노래제목이기도 합니다. 후렴구에 네버 렛 미 고, ,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라는 후렴구가 나온답니다. 케시가 이 노래를 좋아했던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운명의 여인에게 아이가 생겼고, 여인은 어떤 일로 아이와 헤어질 두려워하는 심정을 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케시가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추는 장면을 본 마담은 다르게 해석합니다. 아마도 장기기증의 운명을 타고 난 존재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심정 때문일 듯합니다. “나는 어린 소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과거의 세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자기도 잘 알고 있는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걸 보았어. 그걸 가슴에 안고 그 애는 결코 자기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지그 소녀가 캐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캐시가 장기기증을 시작했는지는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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