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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텔카스텐>이라는 생소한 제목보다는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독일어 제텔카스텐(Zettel Kasten)은 ‘공책’이라는 의미의 제텔과 ‘나무상자’라는 의미의 카스텐의 합성어입니다. 그러니까 공책을 담는 나무상자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용하는 제텔은 ‘공책’이라는 의미보다는 ‘비망록’, 간략하게 요약해서 적어놓은 글을 의미합니다.
부제에 있는 것처럼 글 쓰는 사람들의 꿈은 글을 쉽게 쓰는 요령을 깨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 원고 청탁을 받으면 적지 않은 시간동안 머리를 쥐어짜야 했습니다. 도입부에는 무슨 이야기를 담고, 본문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서 마무리로 이어갈까 고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창 때는 나름대로는 논문을 열심히 쓰는 축에 들었는데, 그때 저는 참고문헌을 바인더 노트 한 장 분량으로 요약해서 분야별로 분류해놓았다가 논문을 쓸 때 활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방법을 확대하는 것이 제텔카스텐이라는 방법인 듯합니다. 10여년 전에 누리망 신문에 독후감을 연재할 때도 평소 읽고 정리해놓은 독후감을 많이 활용했는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두는 것도 제텔카스텐의 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가 ‘여러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글에서 밝힌 이 책의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우수한 학생, 야심만만한 학자, 호기심 많은 비소설 작가에 해당하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다. 통찰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가치가 있는 통찰을 성취하기 위한 주요 도구임을 잘 알고 있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라는 말이다.(21쪽)”
<제텔카스텐>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 ‘상자 속으로...’에는 ‘Introduction’, ‘여러분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여러분이 해야 할 모든 것’, ‘여러분이 지녀야 할 모든 것’, ‘명심해야 할 한두 가지’ 등의 글을 통하여 여러분의 글쓰기에 든든한 바탕이 될 제텔카스텐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두 번째 부분 ‘성공적인 글쓰기에 이르는 여섯 단계’에서는 ‘분리하기와 연결하기’, ‘이해를 위한 읽기’, ‘스마트하게 메모하기’, ‘아이디어 발전시키기’, ‘통찰 공유하기’, ‘습관화하기’ 등을 통하여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지막 ‘네 가지 기본 원칙’에서는 ‘유일한 관건은 글쓰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 ‘맨땅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는 법’, ‘흐름을 타고 나아가기’ 등에서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을 설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적어두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요즈음은 똑똑전화기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손 가까이 있는 똑똑전화의 비망록 기능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비망록에 적어둔 생각을 확장해서 글로 정리해서 누리사랑방에 저장해놓으면 언젠가 책으로 묶어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텔카스텐을 글쓰기에 제대로 활용한 사람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입니다. 법학을 전공하고 공무원이 되었던 루만은 자신의 다양한 관심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눈에 띄는 내용이 발견하거나 의견이 떠오르면 요약해서 적기 시작했는데, 곧 이런 내용을 엽서에 적어 상자에 담아두었던 것입니다. 결국은 메모상자를 활용하여 쓴 글이 그를 빌레필트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로 이끌게 되었고, 30년에 걸쳐 모두 58권의 저서와 수백편의 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제텔카스텐>은 모두 167개의 문헌을 참고하였다고 말미에 붙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텔카스텐>은 제텔카스텐 기법을 적용하여 쓴 것 같습니다.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게 되기 전에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비록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나중에 그 답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문헌 91) 정보를 검색하려고 노력을 쏟아 부으면 그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공산이 더 크다. 비록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정보를 찾게 되었더라도 말이다.(문헌 92) 심지어 피드백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노력한다면 결과는 더 좋아질 것이다.(문헌 93)(138쪽)”
책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꿈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다만 장-절 구분이 분명치 않아서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