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그의 애환과 복식
김영숙.박윤미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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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들어 고종황제의 막내딸 덕혜옹주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만, 이담북스에서 보내온 <덕혜옹주 그의 애환과 복식>을 읽게 된 것은 매우 특별하였습니다. 패션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만, 전통문화에는 다소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왕실의 복식에 관한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도록을 통하여 우리 전통의복의 다양함과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문화재 전문위원이신 김영숙님과 박윤미님의 공동작업을 통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두분이 모녀 사이라고 하시니, 대를 이어 전공을 이어가는 모습도 보기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책은 먼저 덕혜옹주의 삶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서 덕혜옹주의 유품으로 남겨진 복식을 세밀하게 조사 분석한 자료를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혜옹주의 유품은 일본 정부가 막후에서 주도한 정략으로 대마도 번주의 아들 소 타케유키(宗武志)와의 불행한 결혼이 파경으로 마무리된 다음, 조선왕실에서 보냈던 혼례품을 비롯하여 옹주와 딸 정혜의 한복과 생활품들이 왕실로 돌려보내졌고, 영친왕부부가 이를 도쿠가와 요시치카(德川義親, 1886-1976) 선생이 학장으로 있던 문화학원에 기증하여 복식박물관이 소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덕혜옹주는 고종황제와 복녕당 양귀인 사이에 태어난 막내딸로 1912년 태어났지만 12살 어린나이로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 열아홉살에 일본 대마도주의 후예인 소 다케유키백작과 결혼하였는데, 일본의 패전 이후 정신분열증이 발병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였으며, 겹쳐서 외동딸(정혜)이 실종되는 사건 등 한·일 양국의 불행한 역사의 희생자였다고 하겠습니다. 1962년 국내로 돌아와 창덕궁 낙선재에서 생활하다 1989년에 한 많은 생을 마쳤다.

 

옹주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기 전 우리나라에서 생활할 때는 언론에서 일상을 보도하는 등 국민의 관심을 받았는데, 음악을 좋아해 동요를 작시하는 등 문학적 소양이 뛰어났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옹주가 지은 동시에 곡을 붙인 동요의 악보를 소개하는 등 그녀의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비>라는 제목의 시를 보면, ‘모락 모락 모락 모락 검은 연기가 / 하늘 궁전에 피어 오르면 / 하늘의 하느님이 눈이 매워서 / 눈물을 뚝뚝 흘리시네“라고 적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그밖에도 적지 않은 분량의 사진을 싣고 있습니다. 막 소녀티가 사라질 무렵의 사진을 보면 티없이 맑은 모습에 황실의 근엄한 자태가 배어있어 마치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열연한 앤공주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복식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어 당의, 대란치마, 스란치마 등 복식에 관한 용어부터가 생경하게 느껴집니다만, 황실의 전통복식은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일본의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입니다만, 형식이나 제작기법, 치수 등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확보하여 도판으로 제작하여 세상에 내놓은 것은 두 저자의 땀의 결정판이라 하겠습니다만, 참 잘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안팎에서, 전체와 부분을, 심지어는 접사를 통해서 원단의 직조형태는 물론 원단에 새겨진 무늬까지도 별도로 자료화하고 있습니다.

 

이로서 황실전통복식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고 그 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당연히 전통복식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귀중한 공부자료가 될 것이며,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좋은 읽을거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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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함께 가요, 케냐 어울누리 생활현장 5
손주형.손세민.손지민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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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서 살 기회가 있었습니다. 내심으로는 3년 정도 기한을 정했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가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계획을 바꾼 것이라서 몇 년 동안 조금씩 준비하던 일본어공부를 접고 본격적으로 영어 말하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살게 되는 미네소타주는 미국에서도 제일 추운 지방이기도 했습니다. 먼저 공부하고 계신 선배님과 연락이 되어 정착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부탁할 수 있어 느긋한 마음으로 현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차량과 운전면허였습니다. 당창 출퇴근에 필요한 차량은 렌터카를 빌리고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는데, 족보가 몇 개 표시된 면허국 배포자료가 전부였습니다. 다행히 상식선에서 답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필기시험에 합격을 하고 주행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주행시험에서 중요한 평행주차는 한국에서 별로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선배님의 차를 빌어 몇 차례 연습을 하고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시험을 볼 때 주의사항을 잘 기억한 덕분에 주행시험도 합격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비롯한 생필품은 현지에서 살고 계신 백목사님의 친절하신 도움으로 구입하여 순조롭게 정착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서는 미국에 건너오는 한국사람들이 미리 준비해야 할 요점을 정리한 목록을 만들었는데, 정작 놀랐던 것은 제가 일하던 실험실에 일본에서 젊은 친구가 건너와 동참했을 때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친구 정착을 도와주라는 말씀도 계셔서 면허취득을 비롯해서 길 안내 등등 몇 가지를 살펴주었는데, 어느날 이 친구가 들여다보고 있는 두툼한 서류묶음을 건너보게 된 것입니다. 제목은 “How to survive in Minnesota"입니다. 즉 ‘미네소타에서 살아남는 방법’ 정도로 번역되는 일본어 자료집인데 먼저 온 일본인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낯선 장소에 살기 위해서 가게 되면 무엇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을텐데 이럴 때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다면 누구나 힘이 날 것입니다. <아빠 함께 가요, 케냐>는 바로 이런 책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아프리카 케냐에서 근무하게 된 손주형님이 가족과 함께 케냐에서 일년을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 가운데 다음에 케냐에서 살게 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사항을 잘 요약한 안내서라고 하겠습니다. 살 집 구하기, 아이들 학교입학하기, 차량과 가구 구입하기, 아이들이 아팠을 때, 그리고 케냐에 살면서 아프리카 구경하기, 아이들의 학교생활,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국준비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읽다보니 제가 미네소타에서 살면서 당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생각날 정도로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읽다보니 저도 이런 책을 쓸 수도 있었겠다 싶어졌습니다만, 손주형님이 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케냐에서의 생활을 책으로 묶어보겠다는 생각을 사전에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사진으로 찍어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라던가, 두딸 세민과 지민이의 일기를 같이 소개하여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케냐는 어땠는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요즘에는 아이들과 삶을 공유하려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3아들, 아내와 함께 보름동안 유럽을 돌아본 <세상의 놀이터;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56452>가 있었고, 두 자녀와 영국에서 9년을 생활한 엄마의 일기 <부엌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46558> 아들과 둘이서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본 아빠의 이야기 <아빠의 자격; http://blog.joinsmsn.com/yang412/12327788> 등입니다.

 

읽다보니 우리 가족이 미네소타에서 겪었던 일들이 고스란이 생각나는 장면을 만나면 웃음이 절로 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슬립오버 파티(친구들을 초대해 밤을 지내는 행사로 아이들 끼리는 중요한 행사입니다)를 다녀온 세민이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엄청 짜증을 냈다고 합니다. 제 큰아이 역시 학교생활을 시작한 초반에 학교에서 돌아와 짜증을 내는 날이 있어 물어보면 점심시간에 두 종류의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영어가 안돼서 먹고 싶은 메뉴를 제대로 찾아먹지 못한 날이었던 것입니다.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영어공부를 시키는 ESL수업을 비교적 빨리 마치고나서부터는 그런 불평이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언젠가 <시코>라는 미국의 의료체계를 고발하는 영화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를 초청해주신 선생님께서 기본적인 의료보험이 커버되는 수준의 주급을 주셨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치과문제로 병원을 찾은 이외에는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당시만해도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이전이라서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필요한 의약품을 넉넉하게 준비해갔기 때문에 간단한 증상에는 가지고 간 약을 먹이곤 했기 때문입니다.

 

토이마켓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굿윌이라는 가게가 생각났습니다. 굿윌은 주로 돌아가신 분들이 생전에 쓰시던 의복 등 물품을 기증받아 아주 싼 가격으로 파는 가게입니다. 수입을 자선사업에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간혹 명품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저보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물건을 만날 기회를 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과 아무래도 세상을 떠난 분들이 사용하던 물품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찾기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손주형님의 가족이 같이 쓴 <아빠 함께가요, 케냐>는 두 가지 면을 주목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으뜸은 누구나 미지의 나라로 생각할 아프리카 케냐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꼭 케냐가 아니더라도 가족여행을 할 기회가 계신 분들이라면 가족여행의 소중한 기억을 책으로 남기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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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집을 사시겠습니까? - 1991년 일본발 버블경제의 경고
최경진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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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먹을 천연자원도 변변히 없는 나라가 해방은 되었다고는 하지만 손에 쥔 것도 없는 상황에서 당한 6.25동란은 그야말로 업친데 덥친 격이었을 것입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더 내려갈 데가 없었기 때문에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면 무언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내달리던 시절 일본은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는 나라로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만해도 일본을 따라잡기는커녕,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의 격차는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투(me too) 전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적어도 그 사람 아래까지는 쫓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지요. 물론 그 사람을 뛰어넘으려면 무언가 다른 뛰어난 전략을 써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투 전략을 적용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가는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잘 못된 일을 따라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우리가 일본을 열심히 따라할 때, 일본이 잘 못한다 싶은 일까지도 따라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선배들이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을 흘린 덕분에 도저히 좁혀질 것 같지 않던 일본을 따라 잡아 격차가 많이 좁혀졌고, 이제는 우리도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가능해진 것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일본 경제의 침체기가 생각보다 길어진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위 잘나가던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제자리  걸음, 심지어는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힘이 빠지게 된 배경이 부동산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과정이 있었다는 정도, 그리고 그렇게 고공행진하던 부동산이 어느 날 물거품처럼 꺼졌다는 정도 밖에 알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까지 천정부지로 솟던 부동산가격이 한풀 꺾이면서 우리 경제도 침체 일로를 걷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불안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꼭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더라는 앞선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다못해 드라마 성향까지도 닮아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머리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데,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귀국한 최영진대표님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을 원인에서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지표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분석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그래도 집을 사시겠습니까?>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 역시 젊었을 적에 하루가 다르게 뛰던 집값 때문에 내집을 장만하려 안달복달 하던 기억과 노태우대통령께서 추진했던 주택 100만호 건설정책에 겨우 편승해서 내집을 장만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최대표님은 참 자상한 성격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술적인 자질도 갖추고 계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유는요? 책을 구성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제일 먼저 버블경제의 정의와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버블경제에 해당하는 시기를 규정하고 그들이 이를 인식했던가 짚었고, 그 배경에 미국의 경제상황이 기여한 바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버블이 만들어지게 된 요인과 경제분야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발전했는지, 버블경제가 한창일 때의 일본의 사회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 버블경제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택한 정책을 소개하고 이 정책이 버블경제를 연착륙시키지 못하고 붕괴되도록 만들게 되는 과정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된 다음에 벌어진 사회상을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그리고 사회현상이 놀랍도록 일본에서 버블경제가 부풀었다가 꺼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당시와 지금은 국제정세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과정을 따라갈지 아니면 일본과는 달리 연착륙이 가능할지는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 금융당국의 수장께서 “예견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기도 하면서도 과거 우리가 일본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뒤따르는 경향이 있어 많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경제의 버블현상은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에 일본이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었던 이유로 맺은 프라자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변환이 발단이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과거 IMF체제라고 하는 경제적 시련기가 어느 정도는 버블형성을 차단하는데 기여한 바가 있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부동산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게 된데는 지난 정부가 추진한 지방분권화가 기여한바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공식적으로는 검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무렵을 기점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사회분위기도 많이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주택마련보다는 삶을 즐기는 분위기가 젊은이들 사이에 자리 잡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출산율도 따라 내려가는 등,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던 시절과 매우 흡사한 사회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이 정부나 앞선 세대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힘들던 시절에도 손에 쥔 것은 없었어도 자녀교육에는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그리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던 세대들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체면을 먼저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번듯한 직장이 아니면 부모님께 더 얹혀살더라도 백수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풍조인 것 같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습니다.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 살 길이 찾아지지 않겠습니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무상의료 등의 복지혜택의 요구도 결국은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서 내는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결국은 우리의 젊은이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래도 집을 사시겠느냐고 묻고 있습니다만, 저라면 집을 사려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아마 저자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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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참 좋아 보이네요!
루이스 월퍼트 지음, 김민영 옮김 / 알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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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에 관심이 많던 예전과는 달리 평균기대여명이 길어지면서 세인의 관심이 웰 에이징으로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즉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치레를 하느라 사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웰 에이징을 생각하는 책들이 소개되고 있어 대책없이 노년을 맞게 되던 예전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즉부터 웰 에이징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한 경험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알키에서 번역하여 소개하는 <당신 참 좋아 보이네요!>는 런던대학교 생물학과의 루이스 월퍼트 명예교수가 쓴 책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발생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가 웰 에이징에 대하여 얼마나 깊이 파고 들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학문의 깊이란 한 분야에 몰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관련된 분야를 참고하다 보면 깊이에 넓이를 더하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에서 인간이 나이 드는 과정을 7단계로(제가 인용한 국내번역본에서는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4단계로 구분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구분하는데, “이 파란만장한 인생 사극을 끝내는 마지막 장면은 제2의 유년기이자 완전히 망령이 난 단계이지. 이도 없고, 보이지 않고, 입맛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네(17쪽)”라는 유명한 대사를 통하여 노년기가 유년기와 닮아간다는 점을 콕 짚어내는 것으로 시작과 끝이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역설이 성립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은퇴 후에 우울증으로 고생을 한 끝에 같은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모든 것, 즉 노화와 질병, 인간이 나이를 먹는 과학적 원인과 과정, 고령화 사회의 단면과 대안, 은퇴 이후의 삶과 준비해야 할 것들,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들 등 노년에 대해 알아야 할 정보를 모든 정보를 담으려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노년의 삶이란 결코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아기에서 청년기까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면, 당신이게는 그 이후의 삶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 권리가 있다.(10쪽)”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적 사료에서 찾아낸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며, 시대가 변하고 있음에도 많은 노인들이 사회에서 갖가지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노인들은 진부하고 심지어는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 젊은이들이 현재에 이르는데 그 노인들이 젊었을 적에 땀흘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며, 게다가 자신들 역시 그들이 백안시하는 노인이 되는 것이 그리 먼 훗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에 살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출산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거부하는 젊은 세대는 자신이 나이들었을 때 누구의 보살핌으로 생활하려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저자는 나이듦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다 세밀한 점까지 챙겨보려는 독자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 관하여 여러 차례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 점에 관해서는 조르주 미누아의 <노년의 역사;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57577>를 통하여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얼마나 살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꾸준히 늘려왔고, 최근의 연구분야가 그 성과를 내게 된다면 획기적으로 늘어난 수명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요양병원에 관한 평가사업을 설명하면서 인간의 수명과 건강한 삶에 대한 기대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장수가 걸린 내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노화학자 스티븐 어스테드교수와 인구학자 스튜어트 올샨스키교수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5억달러짜리 내기인데요. 2000년 시작한 내기는 인간이 150년을 살 수 있는가하는 주제처럼 150년이 지난 21150년에 끝이 난다고 합니다. 두 분의 주장을 담은 책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올샨스키교수) : http://blog.joinsmsn.com/yang412/5226340>와 <인간은 왜 늙는가(어스태드교수); http://blog.joinsmsn.com/yang412/4065245>에서 힌트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웰 에이징에 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기 위하여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독자라면 월퍼트교수의 <당신 참 좋아 보이네요!>는 잘 요약된 안내서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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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과학논쟁 - 과학과 사회, 두 문화의 즐거운 만남을 상상하다
강윤재 지음 / 궁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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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 두 문화의 즐거운 만남을 상상하다’라는 함축된 요약을 붙인 강윤재교수님의 <세상을 바꾼 과학논쟁>은 “ 이 책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과학의 참모습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저자의 글을 통해서 밝히고 있습니다. 즉, 저자가 대학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미리 정한 토론주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정리하여 발표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진영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의 장이 되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주관해온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가지고 토론을 펼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논리를 가다듬어 치열한 논쟁을 벌인 끝에 합의에 도달하거나 또는 그렇지 못하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찬성과 반대의 주장을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어 정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두었어야 하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고 느끼기에는 찬성과 반대의 논리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저자가 내린 판단이 행간을 완고하게 움켜쥐고 있어 독자의 판단을 자신이 내리고 있는 판단에 따라올 것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바꾼 과학논쟁>이라는 제목보다는 <내가 내리는 과학논쟁의 결론>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요?

 

저자의 말에서 이 책의 얼개를 옮겨보면, 1장과 2장에서는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을 논하고 있습니다. 3장부터 7장까지는 과거 과학계의 핫이슈들, 예를 들면, 갈릴레오의 종교재판을 통해본 과학과 종교와의 관계, 뉴턴의 천재성의 진실, 플로지스톤 이론과 연소이론의 숙명적 대결, 빛의 이중성 그리고 사회진화론 등입니다. 8장부터 13장까지는 현대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과학기술논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식품(GMO), 기후변화, 원자력발전, 우주개발과 로켓을 둘러싼 논쟁 등입니다.

 

저자는 섣부른 사회의 개입이 과학을 오염시키고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22쪽), 과학기술이 개발되고 나면 사태를 바로 잡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기술영향평가와 시민합의회의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여 사전에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268쪽) 과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과학자들이 생산하는 새로운 이론은 동료평가를 통하여 참(true)이 검토되고, 어제의 참이 새로운 근거에 의하여 무너지고 새로운 참이 등장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이라고 해도 동료평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긴 세월동안 묻혀지게 되지만 언젠가 빛을 보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과학기술에 관한 논쟁은 과학자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기술영향평가와 시민합의회의는 누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설마 논의 대상이 될 과학기술을 판단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참여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지 않고 과학기술을 판단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식을 갖추었다고 한다면 그 분들은 이미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들이 논쟁을 통하여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공연히 일반인들이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간섭을 하게 되면 우리가 필요한 지극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결론이 도출되기도 전에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질테니 말입니다.

 

한편 저자는 과학자가 전문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사회의 요구에 올바르게 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만(40쪽),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개인적 성향에 따른 전문지식의 오용으로 인하여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가 인용한 역사적인 과학논쟁 부문에서는 이미 입장이 정리된 경우로 보여진 탓인지 특별히 자신의 판단을 노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문제에 있어서는 지난 해 발표된 스티븐 호킹박사의 <위대한 설계>를 인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유전자재조합식품, 기후변화, 원자력안전성문제 등은 아직 찬반의 논리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면, 양측의 주장을 동등하게 인용하는 것이 옳겠습니다만, 저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항이니 불안하다는 쪽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으로 읽혀졌습니다. 또한 우주개발경쟁이 강대국들의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던 분야로서 그 결과에 대하여 강한 회의를 제기하고, 특히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개발사업이 선진국 따라하기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만, 방송위성이나 기상위성을 띄우기 위하여 선진국의 로켓발사 일정에 끌려 다니다가 결국은 그들의 시장에 편입되어 고액의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 또한 국가안보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면 벽에 부딪치게 된다는 것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과학과 사회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과 사회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인도하는 좋은 참고서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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