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함께 가요, 케냐 어울누리 생활현장 5
손주형.손세민.손지민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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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서 살 기회가 있었습니다. 내심으로는 3년 정도 기한을 정했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가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계획을 바꾼 것이라서 몇 년 동안 조금씩 준비하던 일본어공부를 접고 본격적으로 영어 말하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살게 되는 미네소타주는 미국에서도 제일 추운 지방이기도 했습니다. 먼저 공부하고 계신 선배님과 연락이 되어 정착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부탁할 수 있어 느긋한 마음으로 현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차량과 운전면허였습니다. 당창 출퇴근에 필요한 차량은 렌터카를 빌리고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는데, 족보가 몇 개 표시된 면허국 배포자료가 전부였습니다. 다행히 상식선에서 답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필기시험에 합격을 하고 주행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주행시험에서 중요한 평행주차는 한국에서 별로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선배님의 차를 빌어 몇 차례 연습을 하고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시험을 볼 때 주의사항을 잘 기억한 덕분에 주행시험도 합격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비롯한 생필품은 현지에서 살고 계신 백목사님의 친절하신 도움으로 구입하여 순조롭게 정착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서는 미국에 건너오는 한국사람들이 미리 준비해야 할 요점을 정리한 목록을 만들었는데, 정작 놀랐던 것은 제가 일하던 실험실에 일본에서 젊은 친구가 건너와 동참했을 때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친구 정착을 도와주라는 말씀도 계셔서 면허취득을 비롯해서 길 안내 등등 몇 가지를 살펴주었는데, 어느날 이 친구가 들여다보고 있는 두툼한 서류묶음을 건너보게 된 것입니다. 제목은 “How to survive in Minnesota"입니다. 즉 ‘미네소타에서 살아남는 방법’ 정도로 번역되는 일본어 자료집인데 먼저 온 일본인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낯선 장소에 살기 위해서 가게 되면 무엇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을텐데 이럴 때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다면 누구나 힘이 날 것입니다. <아빠 함께 가요, 케냐>는 바로 이런 책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아프리카 케냐에서 근무하게 된 손주형님이 가족과 함께 케냐에서 일년을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 가운데 다음에 케냐에서 살게 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사항을 잘 요약한 안내서라고 하겠습니다. 살 집 구하기, 아이들 학교입학하기, 차량과 가구 구입하기, 아이들이 아팠을 때, 그리고 케냐에 살면서 아프리카 구경하기, 아이들의 학교생활,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국준비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읽다보니 제가 미네소타에서 살면서 당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생각날 정도로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읽다보니 저도 이런 책을 쓸 수도 있었겠다 싶어졌습니다만, 손주형님이 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케냐에서의 생활을 책으로 묶어보겠다는 생각을 사전에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사진으로 찍어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라던가, 두딸 세민과 지민이의 일기를 같이 소개하여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케냐는 어땠는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요즘에는 아이들과 삶을 공유하려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3아들, 아내와 함께 보름동안 유럽을 돌아본 <세상의 놀이터;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56452>가 있었고, 두 자녀와 영국에서 9년을 생활한 엄마의 일기 <부엌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46558> 아들과 둘이서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본 아빠의 이야기 <아빠의 자격; http://blog.joinsmsn.com/yang412/12327788> 등입니다.

 

읽다보니 우리 가족이 미네소타에서 겪었던 일들이 고스란이 생각나는 장면을 만나면 웃음이 절로 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슬립오버 파티(친구들을 초대해 밤을 지내는 행사로 아이들 끼리는 중요한 행사입니다)를 다녀온 세민이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엄청 짜증을 냈다고 합니다. 제 큰아이 역시 학교생활을 시작한 초반에 학교에서 돌아와 짜증을 내는 날이 있어 물어보면 점심시간에 두 종류의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영어가 안돼서 먹고 싶은 메뉴를 제대로 찾아먹지 못한 날이었던 것입니다.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영어공부를 시키는 ESL수업을 비교적 빨리 마치고나서부터는 그런 불평이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언젠가 <시코>라는 미국의 의료체계를 고발하는 영화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를 초청해주신 선생님께서 기본적인 의료보험이 커버되는 수준의 주급을 주셨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치과문제로 병원을 찾은 이외에는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당시만해도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이전이라서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필요한 의약품을 넉넉하게 준비해갔기 때문에 간단한 증상에는 가지고 간 약을 먹이곤 했기 때문입니다.

 

토이마켓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굿윌이라는 가게가 생각났습니다. 굿윌은 주로 돌아가신 분들이 생전에 쓰시던 의복 등 물품을 기증받아 아주 싼 가격으로 파는 가게입니다. 수입을 자선사업에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간혹 명품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저보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물건을 만날 기회를 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과 아무래도 세상을 떠난 분들이 사용하던 물품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찾기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손주형님의 가족이 같이 쓴 <아빠 함께가요, 케냐>는 두 가지 면을 주목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으뜸은 누구나 미지의 나라로 생각할 아프리카 케냐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꼭 케냐가 아니더라도 가족여행을 할 기회가 계신 분들이라면 가족여행의 소중한 기억을 책으로 남기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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