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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집을 사시겠습니까? - 1991년 일본발 버블경제의 경고
최경진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써 먹을 천연자원도 변변히 없는 나라가 해방은 되었다고는 하지만 손에 쥔 것도 없는 상황에서 당한 6.25동란은 그야말로 업친데 덥친 격이었을 것입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더 내려갈 데가 없었기 때문에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면 무언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내달리던 시절 일본은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는 나라로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만해도 일본을 따라잡기는커녕,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의 격차는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투(me too) 전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적어도 그 사람 아래까지는 쫓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지요. 물론 그 사람을 뛰어넘으려면 무언가 다른 뛰어난 전략을 써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투 전략을 적용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가는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잘 못된 일을 따라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우리가 일본을 열심히 따라할 때, 일본이 잘 못한다 싶은 일까지도 따라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선배들이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을 흘린 덕분에 도저히 좁혀질 것 같지 않던 일본을 따라 잡아 격차가 많이 좁혀졌고, 이제는 우리도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가능해진 것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일본 경제의 침체기가 생각보다 길어진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위 잘나가던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제자리 걸음, 심지어는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힘이 빠지게 된 배경이 부동산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과정이 있었다는 정도, 그리고 그렇게 고공행진하던 부동산이 어느 날 물거품처럼 꺼졌다는 정도 밖에 알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까지 천정부지로 솟던 부동산가격이 한풀 꺾이면서 우리 경제도 침체 일로를 걷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불안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꼭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더라는 앞선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다못해 드라마 성향까지도 닮아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머리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데,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귀국한 최영진대표님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을 원인에서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지표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분석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그래도 집을 사시겠습니까?>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 역시 젊었을 적에 하루가 다르게 뛰던 집값 때문에 내집을 장만하려 안달복달 하던 기억과 노태우대통령께서 추진했던 주택 100만호 건설정책에 겨우 편승해서 내집을 장만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최대표님은 참 자상한 성격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술적인 자질도 갖추고 계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유는요? 책을 구성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제일 먼저 버블경제의 정의와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버블경제에 해당하는 시기를 규정하고 그들이 이를 인식했던가 짚었고, 그 배경에 미국의 경제상황이 기여한 바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버블이 만들어지게 된 요인과 경제분야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발전했는지, 버블경제가 한창일 때의 일본의 사회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 버블경제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택한 정책을 소개하고 이 정책이 버블경제를 연착륙시키지 못하고 붕괴되도록 만들게 되는 과정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된 다음에 벌어진 사회상을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그리고 사회현상이 놀랍도록 일본에서 버블경제가 부풀었다가 꺼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당시와 지금은 국제정세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과정을 따라갈지 아니면 일본과는 달리 연착륙이 가능할지는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 금융당국의 수장께서 “예견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기도 하면서도 과거 우리가 일본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뒤따르는 경향이 있어 많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경제의 버블현상은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에 일본이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었던 이유로 맺은 프라자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변환이 발단이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과거 IMF체제라고 하는 경제적 시련기가 어느 정도는 버블형성을 차단하는데 기여한 바가 있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부동산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게 된데는 지난 정부가 추진한 지방분권화가 기여한바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공식적으로는 검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무렵을 기점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사회분위기도 많이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주택마련보다는 삶을 즐기는 분위기가 젊은이들 사이에 자리 잡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출산율도 따라 내려가는 등,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던 시절과 매우 흡사한 사회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이 정부나 앞선 세대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힘들던 시절에도 손에 쥔 것은 없었어도 자녀교육에는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그리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던 세대들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체면을 먼저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번듯한 직장이 아니면 부모님께 더 얹혀살더라도 백수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풍조인 것 같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습니다.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 살 길이 찾아지지 않겠습니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무상의료 등의 복지혜택의 요구도 결국은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서 내는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결국은 우리의 젊은이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래도 집을 사시겠느냐고 묻고 있습니다만, 저라면 집을 사려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아마 저자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