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살다 - 어느 기자의 1년 4계절 독도 체류기
전충진 지음 / 갈라파고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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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 열린 일본의 문부과학성의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가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점거)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용 사회 교과서 4종을 모두 합격처리했다고 발표하여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연합뉴스 2014년 4월 4일자 기사, “일본 초등학교 全교과서 ‘한국이 독도 불법점령’ 주장”). 하지만 바로 이어서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이 독도를 한국 영유권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NGA는 독도(Dokdo Island, Dok-do, Tokdo, Tokto)는 물론, 일본에서 부르는 다케시마(Takeshima, Take-shima)와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 호닛 아일랜드(Hornet Islands) 등 모든 형태의 독도 이름을 빠짐없이 한국의 영토로 통일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하였습니다(뉴시스 2014년 4월 7일자 기사, “‘독도도 다케시마도 한국땅’ 美국립지리국 韓영유권 통일”).

 

조어도(釣魚島; 다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충돌도 불사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영토에 관한한 양보는커녕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 국제적 통례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독도문제만 나오면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이유로 쉬쉬하여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사이 일본은 치밀한 외교전을 통하여 독도가 영토분쟁지역임을 기정사실화해왔으며 이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까지 수록하여 자국 국민들을 세뇌시키려는 속내를 감추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인식하는 일본의 식자층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관련 분야의 학자들에 따르면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은 한국이나 일본의 다양한 역사자료를 통하여 증명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효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겠습니다만,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세계에 분명하게 인식시킬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관련 자료를 통하여 증명하는 일에 더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가수 정광태님이 1982년 발표한, “울릉도 동남쪽 / 뱃길따라 이백리 / 외로운 섬하나 / 새들의 고향 / 그누가 아무리 /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가사의 <독도의 우리 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독도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으며, 독도에 관한 심층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인 나이토우 세이추우씨의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 http://blog.joins.com/yang412/12448635>와 동해에 대한 해양과학적 연구성과를 정리한 남성현, 김윤배박사님의 <동해, 바다의 미래를 묻다; http://blog.joins.com/yang412/13099814>를 통하여 동해와 독도가 왜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기회가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남아있던 참에 전충진 기자님의 <독도에 살다>가 반갑고도 반가운 것 같습니다.

 

전충진기자님은 대구 매일신문사에서 근무하던 2008년 일본정부가 교과서해설서를 통하여 ‘독도 도발’을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되어 독도에 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독도상주 기자로 근무하기를 자청했다고 합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만 1년을 주재하는 동안 그는 독도에서의 현지체험과 인문․자연환경을 82회에 걸쳐 기사로 보도하였고, 2011년에는 1년간 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 <여기는 독도>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독도에 산다>는 저자가 독도에 주재하기를 결심하면서부터 주재가 끝날 때까지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을 내게 된 사연을 적었습니다. “네가 경험한 독도 1년은 대구-울릉도-독도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이는 뭍으로부터 격절된 공간이 아닌, 삶의 영역이 확장된 연속의 공간인 것이다. 나는 지금 ‘독도살이’ 1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적고자 한다. 이는 곧 독도에 우리나라 사람이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나는 이 글로써 ‘우리 땅의 연속성’이 확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응당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증빙하고자 한다.(13~14쪽)”

 

저 역시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지방에서 6년여를 근무하면서 주말에만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험을 통하여 아버지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고1과 중3인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을 감수하는 용기를 냈다는 점도 높이 사게 됩니다. 동해 멀리 있어 외로울 것 같은 지리적 상황을 잘 나타내는 듯한 독도(獨島)의 옛이름이 ‘독섬’ 혹은 ‘돌섬’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말로 된 독섬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국수주의적 발상일까요? 울릉도에서 연락선을 타고 가서 만난 독도의 첫인상을 저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9월, 풀들의 동도는 푸르고, 나무 없는 서도는 우람했다. 동도는 안으로 끌어 모아 움츠리고 있고, 서도는 밖으로 활짝 내뻗치고 있다.(29쪽)” 참으로 눈매가 날카롭지 않습니까? 저자는 독도를 마주한 순간 ‘대화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자각이 불현듯 들면서 ‘독도의 형형한 기상과 깊은 침묵이 나에게 ’독도와 가슴으로 대화할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적었습니다.

 

독도 입주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행정담당자들의 경직된 사고의 한 면을 엿볼 수 있어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주소지 이전에 관한 일입니다. 저자가 독도에 1년간 주재하기로 결정되었음에도 신분은 방문객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소지 이전이 불가하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해석이었다고 합니다. 행정법상 3개월 이상 거주하면서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으면 주민등록법을 위반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독도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은 3명의 경찰과 40의 경비대원, 3명의 등대지기, 그리고 독도주민 김이장 부부가 전부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이 상주해오지 않은 까닭에 독도의 환경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지켜온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도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이해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구전에 따르면 과거에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다녀갔고 또 살기도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먹거리 타령을 먼저 늘어놓는 것 같습니다만, 물반 고기반이라는 독도에 들어가 사배기, 꺽더구회를 물리도록 먹었다는 이야기도 흥밋거리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저자가 요약하는 독도에 관한 것으로 일본 정부도 인정한 세 가지 행정조처는 우리 모두가 분명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1693년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이 일본에 납치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일어난 ‘울릉도 쟁계’에서 에도막부는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땅이니 누구도 건너가지 못한다’는 도해금지령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1870년에 작성한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라는 일본정부 내 보고서에도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부속으로 된 시말’이라는 항목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1877년 일본이 실시한 전국지적조사 때, 시네마현이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여부를 질의한 것에 대하여 일본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태정관이 ‘울릉도 외 일도(一島), 즉 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71~72쪽).

 

앞서 주소지 이전에 관한 건을 짚었습니다만, 2003년 설치했다는 울릉우체국 관할의 우체통이 그저 전시행정으로 남아 있는 것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 참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에는 울릉도에서 독도를 왕복하는 관광선이 하루 서너 차례 왕복하고 있지만, 파도가 심하면 배를 댈 수 없어 접안율이 50%를 밑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도의 선착장에 접안을 하면 30분 정도 체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독도로 가는 관광선에서 독도의 비경을 담은 우편엽서를 판매하고 이 우편엽서를 독도우체통에 붙일 수 있도록 한다면 독도를 찾는 내외국인들을 통하여 독도가 한국 땅임을 전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독도에 산다>를 읽는 재미는 그저 독도에 대한 자존감을 세우는데 있지만은 않습니다. 저자가 그려내는 독도의 진면목이 너무 생생해서 마치 저자와 함께 독도의 비경을 감상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 것도 중요한 재미가 될 것입니다. “섬의 바람은 지향하는 바가 없다. 대양을 거침없이 질주하다가 느닷없이 바위섬에 부딪힌 바람은 놀라서 어쩔 줄 모른다. 돌진하는 바람을 보고 조마조마해 하는 섬의 사정은 봐주지 않고 저 혼자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다. 바람은 절벽을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회돌이 하다가, 내리꽂히기를 거듭한다. 지칠줄 모르고 들이닥치는 바람은 새들의 날개를 꺽어 바위틈으로 몰아넣는다. 바위틈의 새들은 굶주리고 기진한 채 바람이 스스로 주저앉아 주기를 기다린다.(121쪽)”

 

인간이 스스로 만든 길을 따라가듯, 새들도 바람의 길을 따라 날고 있음을 발견한 저자는 독도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새들을 위하여 조사(弔辭)를 헌정하기도 합니다. “처음, 이들 주검을 만날 때마다 묻어줄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머지않아 그것은 인간 본위의 값싼 동정이자 오만임을 알았다. 그 오만을 안 오늘, 비로소 그들 주검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새들을 묻는 것은 흙을 밟는 인간 방식일 뿐, 바람을 딛고 사는 새의 방식은 아니라는 것. 인간은 매장함으로써 흙으로 돌아가지만, 새는 풍장함으로써 한줄기 바람으로 돌아간다. 한줄기 바람으로 돌아간 새는 비로소 그의 생을 완결하는 것이다.(84쪽)” 좁다고 느낌직한 독도지만 널따란 동해로 펼쳐지는 그곳에서 저자는 삶을 달관하는 경지에 오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의 주검에게 ‘바람의 땅 새의 혼백들아! 바람길 따라 구만리장천을 훨훨 날아올라라.’라고 축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독도를 방문한 단체가 독도경비대의 제지를 무시하고 돌출행동을 하는 모습을 통하여 법보다 무력이 앞서나가 원칙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현실에 전율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이 그럴진대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특정 국가가 독도를 공격해오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사정을 비교하기에 이릅니다. 일본은 독도를 향해 전투기가 발진할 수 있는 활주로 시설이 불과 157.5km 떨어진 오키섬에 있지만, 우리는 가까운 대구공항 활주로가 325km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성능의 전투기가 독도까지 도착하는데 일본아 4분 걸린다면 우리는 8분 걸린다는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동시에 도착한다고 해도 도착하는 데까지 연료가 더 소모되기 때문에 작전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한국과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조기경보기와 이지스함의 숫자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독도를 두고 양국이 실제상황으로 맞붙게 된다면, ‘설마 우리가 밀리기야 하겠어?’라는 생각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곳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적어도 4계절을 나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같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하루도 시간마다 다를 것이고, 계절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독도에 체류한 1년의 기록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저자와 동거(?)하면서 독도의 사계를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예스에서 ‘독도’를 검색어로 넣어보면, 모두 360건의 국내도서와 10건의 외국도서가 검색되는데 모두 일본서적입니다. 물론 수입되고 있는 도서에 한정된 것이라서 외국어로 된 독도관련 도서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독도에 관하여 우리의 입장에서 외국어로 쓴 이야기를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서 말씀드린 독도 우체통 활성화와 함께 독도에 관하여 외국어로 쓴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께서는 혹시 이 책을 우선 영어로 번역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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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 하버드가 선정한 미국 최고 명문고의 1% 창의 인재 교육법
최유진 외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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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계 현장에서 비윤리적 행위라고 할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의과대학의 교과과정부터 윤리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없지는 않았을 터이나, 지금보다는 적었던 이유는 가정과 학교에서, 혹은 각자가 속한 집단 내에서 부모나 멘토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이어져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데 모아지다 보니 윤리도덕에 관심이 엷어지고, 그러한 경향이 오랫동안 이어진 결과가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삶에 대한 생각이 여물어가는 청소년기에 좋은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공감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마침 참고가 될만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대학에 선정한 미국 최고의 명문고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교사로 재직하셨던 최유진, 장재혁 선생님이 같이 쓰신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입니다. 솔직히 미국의 최고 명문고가 세계 최고의 학교라는 등식이 성립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미국의 현실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같은 수준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자들의 경험을 비추어 좋은 인재를 제대로 키워 미국 사회에 내보내온 이 학교의 장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이 학교를 향한 우리 부모들의 관심이 폭주하는 결과로만 이어질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우리 학생과 자녀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경험케 하여 참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래서 선생님과 부모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보고자”했던 저자들의 진심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저자들은 최고의 사립 보딩스쿨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가 설립된 배경으로부터 자신들이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시킨 경험 등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해 말 방영된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者들>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졌다는 말씀과 함께, 모든 국민에게 모든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이념을 쫓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런 교유기관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목고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저자들이 책에 담은 내용들은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실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설립자인 존 필립스가 재산기부증서에 적었다는 다음 내용입니다.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38쪽)” 그리고 열 두명의 학생과 교사가 앉아서 토론방식으로 진행되는 하크네스 수업도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하크네스 수업방식은 정답을 가르치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토론하면서 스스로의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인문학 뿐 아니라 과학 역시 이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제가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최유진 선생님께서 하크네스를 마치 전투처럼 인식해 다른 학생을 이기려 드는, 소위 하크네스 워리어의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다음과 같은 말씀입니다. “무례해서는 안되지. 과학은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존중과 협력은 과학과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란다.(95쪽)” 2008년 제1차 광우병파동이 한창일 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과학자가 아니라고 몰아치던 자칭 전문가가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저자 자신의 삶을 요약한 부분에서 읽은 “미국의 대학 입시는 정확하게 점수로 떨어지는 수학공식이나 과학이라기보다는 변수가 많은 ‘예술’에 가깝다.”라는 대목을 두고, 한국의 대학 입시 역시 정확하게 점수로 떨어지는 수학공식이나 과학이라기보다는 눈치에 근거한 ‘도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과 함께, 1878년 시작된 엑시터와 앤도버의 미식축구경기는, 하버드-예일 미식축구에 버금갈 정도로 미국에서도 이름난 라이벌 경기라고 자랑하셨지만, 막상 책에 실린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관중은 골라인 근처에 옹기종기 서있는 스무 명 남짓에 불과한 것을 보면 ‘정말이예요?’하고 묻고 싶어집니다.

 

정리를 해보면, 하크네스 수업에서 자신을 드러내려면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말하기 그리고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학생들이 수업 이외에도 예능과 체육 그리도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여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학교의 기본방침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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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 지구의 불꽃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7
모리스 크라프 지음 / 시공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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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숙소에 있는 관광안내문에서 불꽃을 표시해둔 곳을 보고서는 화산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서는 이른 아침부터 그곳을 찾아 산을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뒤늦게 그곳이 산불감시탑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덕분에 가족들에게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정작 화산을 구경한 것은 귀국길에 시애틀에 살고 있는 형님댁에 들렀을 때, 근처에 있는 세인트헬렌스에 안내해주신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용암이 들끓고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대규모 화산의 폭발의 잔재로 뒤덮인 황량한 모습에 소름이 돋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시공디스커버리총서로 나온 모리스 크라프트의 <화산, 지구의 불꽃>은 화산에 대하여 잘 정리하고 있어 저의 무식함을 바로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화산에 관한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에서부터 화산활동에 대한 이론이 만들어져 온 과정, 그리고 현대적 개념의 화산학이 태동하기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4반세기에 걸쳐 부인과 함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의 화산을 답사하고. 150회에 달하는 화산분출을 관찰한 경험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화산이 분출하기 전에 지진이 일어나는 등 분출을 예고하는 조짐이 나타난다고 하니 사실은 갑자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되고, 벌겋게 녹은 용암이 흘러내려 삶의 터전을 태워버리는 화산은 고대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화산을 잠재우기 위하여 니카라과 인디오들은 젊은 처녀를 용암호에 바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을 방문했다는 저자는 아직은 휴지기에 들어있기 때문인지 백두산과 한라산에 관심을 쏟은 적은 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진활동이 증가하는 등, 백두산에서 조만간 분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고하는 화산학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도 화산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산의 분출에 대비할 수 있는 조짐이라던가, 화산분출시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같은 것도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보았던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세인트헬렌스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남성 화산 애덤스와 여성 화산 세인트헬렌스가 서로 사랑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1980년 5월 18일 세인트헬렌스화산에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화산재가 25km 높이까치 치솟았으며, 시속 1,000km, 300℃에 달하는 돌풍을 일으켜 화산의 북쪽 30km에 이르는 지역을 황폐화시켰다고 합니다. 시공디스커버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권말에 붙여 놓은 기록과 증언에 세인트헬렌스의 분출에 대한 상세한 기록에서는, 이때의 분출로 세인트헬렌스의 높이가 430m나 낮아졌다고 합니다. 화산이 분출될 때 산의 정상부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1985년 진흙사태가 동반되면서 무려 2만 2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콜롬비아의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의 재폭발의 경우와 달리 세인트헬렌스화산의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57명에 머물렀던 것은 사전에 화산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당국이 피해예상지역을 폐쇄한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본 바에 의하면 지역적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닌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록과 증언에는 어렸을 적 읽었던 쥘 베른의 <지구 중심부로의 여행>의 일부도 읽을 수 있습니다. 서실 화산 동굴을 통하여 지구의 내부로 들어간다는 생각도 가능할까 싶었는데, 지구 내부로 들어간 주인공들이 오랜 여행 끝에 화산분출을 이용하여 지상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화산재를 맞으며 뗏목을 타고서 뜨거운 용암 위를 떠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키리시마에서 화산이 분출될 당시에 분화구 언저리에서 살아돌아왔다는 다이엘 리에브르의 기행기 역시도 믿어야 할가 싶기도 합니다.

 

백두산의 화산폭발의 피해가 엄청났다고 그 바람에 발해가 멸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백두산의 화산폭발이 가지는 잠재력이 크다고 한다면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고 화산폭발로 인한 효과를 시뮬레이션해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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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도서관 비룡소 걸작선 36
랄프 이자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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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낮의 기온이 34도, 일을 보러 외출했다가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이렇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찌는 무더위에는 역시 판타지소설이 제 격입니다. 한참을 읽다보면 마법의 세계에 들어선 듯 서늘한 느낌마저 들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http://blog.yes24.com/document/7742268, 을 쓴 랄프 이자우의 판타지 소설 <비밀의 도서관>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스승인 <모모>의 미하엘 엔데의 소설 <끝없는 이야기>의 헌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끝없는 이야기>의 주인공 바스티안 발타르 북스에게 책 속의 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책 <끝없는 이야기>를 손에 넣었던 고서점의 주인이 바로 <비밀의 도서관>의 주인공을 맡게 되는 칼 콘라드 코레안더입니다. 즉, 랄프 이자우는 스승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승같은 존재 콜레안더의 활약을 그려내는 것으로 엔데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으로 읽힙니다. 하나 더, 바스티안이 여왕께 ‘어린 달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면 코레안더는 ‘현명한 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등장인물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편부 슬하에서 구박을 받아가며 자란 코레안더는 매사에 자신이 없어 머뭇거리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만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주인공에게서 저와 비슷한 구석을 발견한 때문인지 공연히 애정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직장을 얻어야 하는 코레안더가 우연히 고서점에서 일을 배운 다음에 서점의 운영권을 넘겨받을 사람을 구한다는 타데우스 틸만 트루츠씨의 광고를 보게 되지만, 전차 때문에 약속시간에 그만 늦는 바람에 주인을 만나야 할지 망설이는 장면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트루츠씨의 고서점이 여늬 평범한 고서점이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되려다보니 코레안더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책마다 가지고 있는 특별한 냄새를 맡아 책을 구별할 수 있는 재능입니다. 사실 도서관에 쌓여있는 옛날 책을 촤르르 넘기면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만, 그 냄새가 책마다 다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코레안더가 트루츠씨의 눈에 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특별한 능력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책을 삼키듯 읽었어요. 슬플 때 책을 읽으면 슬픔을 잊을 수 있었거든요.(23쪽)”라는 고백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트루츠씨가 안내하는 그의 서점은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장소입니다. 사실 도서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대표적인 장편소설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http://blog.joins.com/yang412/12891200>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희귀본 금서를 숨긴 도서관이 무대가 되는 반면, 트루츠씨의 <비밀의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책들은 대단한 것들입니다. 베르너 풀트가 쓴 <금서의 역사; http://blog.joins.com/=yang412/13273020>에서 뒤쫓고 있는 금서 정도는 아주 평범한 소장도서에 불과하며, 과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처럼 불에 타서 세상에서 사라진 책은 물론 저자의 생각만으로 기획단계에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까지도 소장되어 있는 환상의 도서관인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 이 도서관에서 책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루츠씨는 책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조사하기 위하여 코레안더에게 고서점을 맡기고 환상세계로 들어간 것인데, 정작 코레안더 역시 환상세계로 트루츠씨를 찾아나면서 이야기는 무대는 고서점에서 환상의 세계로 옮겨지게 됩니다. 코레안더는 환상세계에서 망각의 숲과, 기대의 집, 구름성, 도둑들의 도시, 그리고 검은 상아탑 등에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모으고, 늘 망설이는 스스로에게 숨겨진 영웅적 기질이 드러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모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코레안더는 환상의 세계에서 불과 7일을 보냈지만, 그가 환상의 세계로 떠나서 고서점으로 돌아왔을 때, 고서점이 있는 세계에서는 7년이 흘렀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꿈 속에서 노닐었던 셈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줄 환상의 세계를 한번 즐겨보시지 않겠습니다. <비밀의 도서관>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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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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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htthttp://blog.joins.com/yang412/13271642>을 읽으면서 다소 실망했던 빌브라이슨의 진면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원제 <MADE IN AMERICA>보다 우리말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을 거의 처음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말 제목처럼 출판사의 소개말처럼 이 책은 미국 영어에 대한 진지한 탐험이자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을 떠난 필그림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세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1000년경에 도착한 적이 있다는 바이킹부터 그보다 4세기 전에 아일랜드 수도사들이 무려 7년간의 항해 끝에 신대륙에 도착한 신빙성 있는 이야기도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신빙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면 역사적 사실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이킹의 경우는 캐나다에서 바이킹들의 유물이 발견되어 그들이 신대륙에서 생활하였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바이킹은 그들이 보유한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보았을 때 충분히 가능하였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1888년 미네소타의 켄싱턴 부근에서 발견된 룬문자로 기록된 석판을 언급하면서 이 또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일 공산이 크다.(27쪽)’라고 평가하여 이 책에 대한 신뢰를 살짝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 석판은 제가 미국에서 잠시 머물던 1992년에만 해도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박물관이 폐관되었는지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468150).

 

어떻든 저자는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신대륙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대륙에서 사용하는 언어, 즉 영어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소들을 짚고 있습니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입니다.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만나는 사물들의 이름은 주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디언들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빨랐을 것이고, 인디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알려주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인디언말이 영어에 녹아들었을 것입니다. 유럽인들 유입에 뒤이어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시킨 사람들 역시 영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투철한 이념적 배경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믿고 있는 미국의 독립운동이 사실은 굴잡이 어부들이 다툼에서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얼마 전에 읽은 <뉴욕, 한 도발적인 도시연대기; http://blog.joins.com/yang412/13469354>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어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우리나라 광고에서 가끔 만나는 발명왕 에디슨의 성격에 흠이 많았다는 지적도 눈길을 끕니다. 경쟁자들을 그냥 보아 넘기기 못하고, 남의 발명을 자기 것으로 가로채고, 조수를 엄청나게 닦달을 했다고 하니, 에디슨이 이 시대 우리나라에 살아서 과기부장관으로 지명되더라도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미국대륙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 단어의 근원을 살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둘러싼 미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교과서적인 딱딱한 역사지식이 아니라 재미를 곁들인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는가 하면, 우연히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 미국 영어가 걸어온 길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7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저자 특유의 글솜씨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역시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흥미로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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