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 하버드가 선정한 미국 최고 명문고의 1% 창의 인재 교육법
최유진 외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의료계 현장에서 비윤리적 행위라고 할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의과대학의 교과과정부터 윤리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없지는 않았을 터이나, 지금보다는 적었던 이유는 가정과 학교에서, 혹은 각자가 속한 집단 내에서 부모나 멘토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이어져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데 모아지다 보니 윤리도덕에 관심이 엷어지고, 그러한 경향이 오랫동안 이어진 결과가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삶에 대한 생각이 여물어가는 청소년기에 좋은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공감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마침 참고가 될만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대학에 선정한 미국 최고의 명문고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교사로 재직하셨던 최유진, 장재혁 선생님이 같이 쓰신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입니다. 솔직히 미국의 최고 명문고가 세계 최고의 학교라는 등식이 성립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미국의 현실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같은 수준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자들의 경험을 비추어 좋은 인재를 제대로 키워 미국 사회에 내보내온 이 학교의 장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이 학교를 향한 우리 부모들의 관심이 폭주하는 결과로만 이어질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우리 학생과 자녀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경험케 하여 참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래서 선생님과 부모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보고자”했던 저자들의 진심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저자들은 최고의 사립 보딩스쿨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가 설립된 배경으로부터 자신들이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시킨 경험 등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해 말 방영된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者들>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졌다는 말씀과 함께, 모든 국민에게 모든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이념을 쫓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런 교유기관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목고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저자들이 책에 담은 내용들은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실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설립자인 존 필립스가 재산기부증서에 적었다는 다음 내용입니다.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38쪽)” 그리고 열 두명의 학생과 교사가 앉아서 토론방식으로 진행되는 하크네스 수업도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하크네스 수업방식은 정답을 가르치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토론하면서 스스로의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인문학 뿐 아니라 과학 역시 이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제가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최유진 선생님께서 하크네스를 마치 전투처럼 인식해 다른 학생을 이기려 드는, 소위 하크네스 워리어의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다음과 같은 말씀입니다. “무례해서는 안되지. 과학은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존중과 협력은 과학과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란다.(95쪽)” 2008년 제1차 광우병파동이 한창일 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과학자가 아니라고 몰아치던 자칭 전문가가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저자 자신의 삶을 요약한 부분에서 읽은 “미국의 대학 입시는 정확하게 점수로 떨어지는 수학공식이나 과학이라기보다는 변수가 많은 ‘예술’에 가깝다.”라는 대목을 두고, 한국의 대학 입시 역시 정확하게 점수로 떨어지는 수학공식이나 과학이라기보다는 눈치에 근거한 ‘도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과 함께, 1878년 시작된 엑시터와 앤도버의 미식축구경기는, 하버드-예일 미식축구에 버금갈 정도로 미국에서도 이름난 라이벌 경기라고 자랑하셨지만, 막상 책에 실린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관중은 골라인 근처에 옹기종기 서있는 스무 명 남짓에 불과한 것을 보면 ‘정말이예요?’하고 묻고 싶어집니다.

 

정리를 해보면, 하크네스 수업에서 자신을 드러내려면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말하기 그리고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학생들이 수업 이외에도 예능과 체육 그리도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여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학교의 기본방침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