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 지구의 불꽃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7
모리스 크라프 지음 / 시공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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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년 전,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숙소에 있는 관광안내문에서 불꽃을 표시해둔 곳을 보고서는 화산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서는 이른 아침부터 그곳을 찾아 산을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뒤늦게 그곳이 산불감시탑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덕분에 가족들에게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정작 화산을 구경한 것은 귀국길에 시애틀에 살고 있는 형님댁에 들렀을 때, 근처에 있는 세인트헬렌스에 안내해주신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용암이 들끓고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대규모 화산의 폭발의 잔재로 뒤덮인 황량한 모습에 소름이 돋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시공디스커버리총서로 나온 모리스 크라프트의 <화산, 지구의 불꽃>은 화산에 대하여 잘 정리하고 있어 저의 무식함을 바로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화산에 관한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에서부터 화산활동에 대한 이론이 만들어져 온 과정, 그리고 현대적 개념의 화산학이 태동하기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4반세기에 걸쳐 부인과 함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의 화산을 답사하고. 150회에 달하는 화산분출을 관찰한 경험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화산이 분출하기 전에 지진이 일어나는 등 분출을 예고하는 조짐이 나타난다고 하니 사실은 갑자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되고, 벌겋게 녹은 용암이 흘러내려 삶의 터전을 태워버리는 화산은 고대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화산을 잠재우기 위하여 니카라과 인디오들은 젊은 처녀를 용암호에 바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을 방문했다는 저자는 아직은 휴지기에 들어있기 때문인지 백두산과 한라산에 관심을 쏟은 적은 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진활동이 증가하는 등, 백두산에서 조만간 분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고하는 화산학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도 화산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산의 분출에 대비할 수 있는 조짐이라던가, 화산분출시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같은 것도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보았던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세인트헬렌스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남성 화산 애덤스와 여성 화산 세인트헬렌스가 서로 사랑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1980년 5월 18일 세인트헬렌스화산에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화산재가 25km 높이까치 치솟았으며, 시속 1,000km, 300℃에 달하는 돌풍을 일으켜 화산의 북쪽 30km에 이르는 지역을 황폐화시켰다고 합니다. 시공디스커버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권말에 붙여 놓은 기록과 증언에 세인트헬렌스의 분출에 대한 상세한 기록에서는, 이때의 분출로 세인트헬렌스의 높이가 430m나 낮아졌다고 합니다. 화산이 분출될 때 산의 정상부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1985년 진흙사태가 동반되면서 무려 2만 2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콜롬비아의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의 재폭발의 경우와 달리 세인트헬렌스화산의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57명에 머물렀던 것은 사전에 화산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당국이 피해예상지역을 폐쇄한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본 바에 의하면 지역적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닌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록과 증언에는 어렸을 적 읽었던 쥘 베른의 <지구 중심부로의 여행>의 일부도 읽을 수 있습니다. 서실 화산 동굴을 통하여 지구의 내부로 들어간다는 생각도 가능할까 싶었는데, 지구 내부로 들어간 주인공들이 오랜 여행 끝에 화산분출을 이용하여 지상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화산재를 맞으며 뗏목을 타고서 뜨거운 용암 위를 떠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키리시마에서 화산이 분출될 당시에 분화구 언저리에서 살아돌아왔다는 다이엘 리에브르의 기행기 역시도 믿어야 할가 싶기도 합니다.

 

백두산의 화산폭발의 피해가 엄청났다고 그 바람에 발해가 멸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백두산의 화산폭발이 가지는 잠재력이 크다고 한다면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고 화산폭발로 인한 효과를 시뮬레이션해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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