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부르는 숲; htthttp://blog.joins.com/yang412/13271642>을 읽으면서 다소 실망했던 빌브라이슨의 진면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원제 <MADE IN AMERICA>보다 우리말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을 거의 처음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말 제목처럼 출판사의 소개말처럼 이 책은 미국 영어에 대한 진지한 탐험이자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을 떠난 필그림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세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1000년경에 도착한 적이 있다는 바이킹부터 그보다 4세기 전에 아일랜드 수도사들이 무려 7년간의 항해 끝에 신대륙에 도착한 신빙성 있는 이야기도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신빙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면 역사적 사실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이킹의 경우는 캐나다에서 바이킹들의 유물이 발견되어 그들이 신대륙에서 생활하였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바이킹은 그들이 보유한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보았을 때 충분히 가능하였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1888년 미네소타의 켄싱턴 부근에서 발견된 룬문자로 기록된 석판을 언급하면서 이 또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일 공산이 크다.(27쪽)’라고 평가하여 이 책에 대한 신뢰를 살짝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 석판은 제가 미국에서 잠시 머물던 1992년에만 해도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박물관이 폐관되었는지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468150).

 

어떻든 저자는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신대륙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대륙에서 사용하는 언어, 즉 영어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소들을 짚고 있습니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입니다.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만나는 사물들의 이름은 주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디언들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빨랐을 것이고, 인디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알려주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인디언말이 영어에 녹아들었을 것입니다. 유럽인들 유입에 뒤이어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시킨 사람들 역시 영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투철한 이념적 배경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믿고 있는 미국의 독립운동이 사실은 굴잡이 어부들이 다툼에서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얼마 전에 읽은 <뉴욕, 한 도발적인 도시연대기; http://blog.joins.com/yang412/13469354>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어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우리나라 광고에서 가끔 만나는 발명왕 에디슨의 성격에 흠이 많았다는 지적도 눈길을 끕니다. 경쟁자들을 그냥 보아 넘기기 못하고, 남의 발명을 자기 것으로 가로채고, 조수를 엄청나게 닦달을 했다고 하니, 에디슨이 이 시대 우리나라에 살아서 과기부장관으로 지명되더라도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미국대륙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 단어의 근원을 살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둘러싼 미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교과서적인 딱딱한 역사지식이 아니라 재미를 곁들인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는가 하면, 우연히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 미국 영어가 걸어온 길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7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저자 특유의 글솜씨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역시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흥미로운 법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