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사람이다 - 옷이 말하는 문화와 역사 읽기
송명견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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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생활하는 기본요소로 의․식․주(衣․食․住)가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 기본요소들 가운데 인간에게 꼭 필요한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어떤 순서가 될까요? 우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먹어야 살 수 있었을 터이니 식(食)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였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쉽지 않지만 비나 눈, 추위는 물론이고 위험한 동물로부터 안전하려면 주(住)가 다음이 아닐까요? 그 다음이 의(衣)가 되는데, 보온을 하고 외상을 방지하는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식․주․의(食․住․衣)가 아니고 의(衣)가 제일 앞에 오게 된 사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역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몸을 가리는 일이었다고 하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는 것이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곳을 가린다는 것, 나의 지위를 나타내고 싶다는 욕망, 즉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위가 먹고 사는 일보다 우선하게 된 문명화된 사회에서 순서를 정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있어 옷이 그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송명견교수님의 칼럼집 <옷은 사람이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옷’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바로 사람을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옷’이라는 우리말을 세로로 길게 늘여 보면 사람 모습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던 옷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풀어내고 있습니다. 패션관련매체는 물론 경제지에 발표된 칼럼들을 모으다보니 칼럼을 쓰던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일을 의복과 연관을 짓고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합니다. 이미 발표된 칼럼에 더하여 이 책을 위하여 쓴 글도 있어서 옷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읽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옷의 역사는 물론 패션의 힘에 관한 글도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만, 특히 과학의 시각으로 옷을 관찰하는 글은 의학을 전공한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얻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옷을 입으면 하루에 148.16kcal의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고 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더하여 ‘의복처방’을 더하면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병원에서도 의류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즉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이 입는 의복의 실용성보다도 질병의 종류에 따라서 적절한 의류를 사용하고 소독을 포함한 관리 역시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제안입니다. 앞으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한 내용도 있습니다. 아직도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노란리본은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색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제는 검정색 리본을 달아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동아일보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로 193명의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의 애도분위기를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타인에게 슬픔을 강요하거나 남의 일상생활에 손가락질을 하며 죄의식을 불어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2014년 8월 9일자 기사, ‘[박정자의 생각돋보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역시 쿨했다.’) 그런데 세월호가 침몰하고서 온 세상이 조문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하루 끼니가 어려운 분들이 생겼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의 애통하고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도 고려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전통 복장에서부터 근대화 이후에 들어온 서양의 복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복의 역사를 챙겨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복식의 전문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과 스케치 등을 곁들이고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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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와 존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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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더위를 쫓는데 장르소설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가 출발하면서 읽기 시작한 <로지와 존>은 정안휴게소에 닿기 전에 모두 읽었습니다. 옆 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창밖의 풍경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것도 읽는 흐름을 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추리소설작가로 떠오르고 있다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은 처음입니다. 대학에서 프랑스문학과 영문학을 가르치다가 55살에 뒤늦게 데뷔한 그는 처녀작 <이렌>으로 코냑 페스티벌 최구소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렌>에서 창조한 인물, 파리 경시청의 카미유 베르호벤 반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알렉스> 그리고 <카미유>로 이어지는 3부작을 기획했다고 하고, <로지와 존>은 카미유 베르호벤 시리즈의 외전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카미유 베르호벤은 145센티미터로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 예리한 지성과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로지와 존>에서는 사건을 이끌어간다기 보다는 로지와 존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대결을 관찰하면서 두 사람의 입장에 서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야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탄테러사건을 둘러싸고 3일에 걸쳐 벌어지는 상황을 분 단위로 쪼개서 뒤쫓고 있는 만큼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3일이라고는 하지만 첫째 날 15시에 시작해서 셋째 날 오전 5시 15분에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에 38시간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에 사건이 발생하고 마무리되는 초특급으로 진행됩니다. “누구나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와 마주치면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게 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발을 디디고 있던 빙판에 균열이 생기면,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엉겁결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통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까지는 불과 10여초도 걸리지 않는다.(13쪽)”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서두를 떼는 이유는 엄청난 재난을 예고하려는 속셈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재난은 바로 연쇄폭탄테러입니다. 어느 날 17시 파리 18구 조제프-메를렝 거리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납니다. 도심지역에서 일어난 폭탄테러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없이 부상자만 24명이 발생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일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일은 폭탄테러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존이 사건발생 2시간 만에 경시청에 출두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모두 7곳에 1차 대전 때 사용되었던 140밀리 폭탄을 설치했다고 하면서 현재 복역 중인 어머니와 자신이 호주로 떠날 수 있도록 새로운 신분증과 정착에 필요한 400만 유로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합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프랑스국경을 벗어나는 즉시 나머지 여섯 개의 폭탄이 묻혀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사건현장에서 범인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요구를 들어줄 경찰은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범인과 경찰은 두 번째 사건의 발생을 가지고 밀당을 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존은 테러전담반의 펠르티에르 반장에게 넘겨져 심문을 받지만 버티다가 이틑날 아침 9시에 터질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그것도 어느 유치원에서.... 결국 경찰은 복역중인 어머니 로지를 존과 대면시키게 되는데, 존을 만난 로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나를 외면하지 않을 줄 알았어. (…) 넌 성공할 거야. 난 그걸 알아....(129쪽)” 처음 읽을 때는 그저 스쳐지나갔습니다만, 사건이 종결된 다음에서야 이 말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폭탄은 9시가 넘어서도 터지지 않자 범인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149쪽)”라면서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베르호벤의 눈에는 혼란스러워하는 기색과 냉담한 거리감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것이 감지됩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유치원에서 폭탄이 터지지 않은 가운데 오후 2시에는 프랑스텔레콤의 배선실에 설치된 폭탄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저녁 9시 드디어 오를레앙에 있는 유치원에서 폭탄이 터지게 됩니다. 결국 베르호벤은 총리에게 존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면 존과 로지는 무사히 프랑스를 떠나 호주로 향하게 될까요? 존이 폭탄테러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가가 마련한 마지막 반전은 무엇일까요?

 

깔끔하고도 늘어지지 않는 상황묘사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로, 존과 로지 사이에 얽혀 있는 지난한 삶의 수수께끼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피에르 르메트르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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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훔치는 사람들 - 누군가 당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데이비드 루이스 지음, 홍지수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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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구글지도의 스트리트뷰 서비스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하여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도처에 깔려 있는 방범용 CCTV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제 모습이 누군가에게 노출되고 혹은 감시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뇌를 훔치는 사람들>은 차원이 다른 보다 심각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뉴로 마케팅이라고 하는 생소한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이 개인의 무의식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은 신경세포(neuron)와 마케팅을 결합한 단어로, 무의식적 반응과 같은 두뇌자극 활동을 분석한 결과를 마케팅에 접목시킨 새로운 분야입니다. 벌써 뉴로마케팅의 고전이 되었습니다만, 펩시콜라의 블리인드 테스트가 뉴로마케팅이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쓴 데이비드 루이스는 서섹스대학에서 30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왔다고 하는데, 주로 실험에 자원한 연구 대상자들의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고 다양한 광고들을 보여주면서 피실험자들의 뇌가 보이는 전기적 반응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마케팅 기법으로 발전시키면서 ‘뉴로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뉴로마케팅의 광고기법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 소비자들이 이런 광고의 영향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해답을 찾아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이러한 마케팅기법을 연구 발전시킨 당사자이면서 개발자나 기업의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 12장으로 구성한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과학이 광고와 만나게 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인류가 유통의 개념을 세울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광고라는 예술이 잠재의식이라고 하는 심리학의 영역과 인연을 맺게 된 첫 걸음은 1901년 시카고의 애거트 틀럽에서 열린 월터 딜 스콧박사의 초청강연이라고 합니다. 스콧박사의 강연에서 ‘광고라는 예술의 근간이 되는 심리학 법칙을 발견해서 광고를 해석하면 분명히 진전을 이루게 될 거이다. 광고예술에 과학을 접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4쪽)’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어서 저자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부축이는 다양한 판매전략의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움베르토 에코가 <가짜에 대한 믿음>에 적은 디즈니랜드의 재미와 환상을 이용한 전략입니다. “디즈니랜드 안에 있는 집들은 사람들에게 환상에 가득 찬 과거가 마치 자신의 지난날인 것처럼 상상하게 만든다. (…) 이 장난감 집들은 집으로 위장한 초대형마켓이다. 방문객들은 일단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자기가 신나게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게 된다.(27쪽)” 그런데 제 경우는 문화적 차이가 있었던 탓인지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 디즈니월드가 그렇게 환상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자는 뉴로마케팅을 개발해온 과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기법은 1980년대 말에 바이오피드백 연구를 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바이오피드백이란 ‘자율적인 생리적 반응을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자율신경계의 반응을 장비를 이용해 조절하는 훈련(88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연구였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20여년 이상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초창기에는 주로 뇌파검사를 활용하던 이 분야의 연구가 보다 활성화된 것은 기능성 MIR장비가 개발되면서였다고 할 것입니다. 이 기술은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서 이를 활용한 판매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결국은 소비자들의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연구대상으로 하여 분석하게 되었는데, 광고효과를 측정해보면 잠재의식적 기억이 의식적 기억보다도 오래 유지되고, 기억용량이 월등히 높으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형성된다는 점에서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인터넷기술이 발전하게 되면서 뉴로마케팅 영역도 같이 발전하고 있어 이제는 모바일 기기가 사용자와 공감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비자들이 현 상황을 잘 인식하고, 이런 기술과 관련된 덫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신경과학과 현대의 광고와 마케팅과 기업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숨은 설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열 가지 조치를 안내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뉴로마케팅의 효율성에 무게를 두다보니 문제의 대비에는 배려가 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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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지식을 삼키다 - 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 읽기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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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노진서교수님의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를 받고서, 최근에 읽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71036>을 떠올렸습니다. 현대 미국에서 쓰고 있는 영어 단어의 유래를 미국의 역사와 엮어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입니다. 어쩌면 비슷한 형식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30개의 영어단어로 구성된 책내용 가운데 첫 번째 단어 ‘attraction’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독특한 기획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는 이미 <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http://blog.joins.com/yang412/13068809>에서 만화로 별도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독특한 기획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는 모두 서른 개의 단어를 각각 ‘삶 속에서(in vivo)'와 ’세상 속에서(in situ)‘라는 영역으로 나누어 배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영역에 속한 단어들은 알파벳 순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들을 거슬러 올라가는 크루즈 여행은 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강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곳까지 가는 동안에 마주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들, 만나게 되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듣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세계의 유명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크루즈여행은 제한된 구역을 항해하기 마련이고, 그 강의 발원지까지 거슬러가는 경우는 드물 것 같습니다. 6,210k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는 미시시피강에서 크루즈선을 탄 적이 있습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였으니 아마도 중류지역일 것입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살 때, 미시시피강이 시작되는 곳 아이태스카호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북아메리카대륙의 한 가운데를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강도 그 시작은 작은 호수였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숲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그 사연을 캐어 들어가다 보면 과거로 거슬러가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비록 영어단어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만, 내용은 양(洋)의 동서를 가르지 않았으며 다양한 장르에서 화제를 끌어와 단어에 투영된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이 책을 통홰서 단순히 그러한 단어들의 내력만을 알려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어의 근원을 찾아가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동시에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일면 이것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이야기들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예쁘면 다 돼’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달아놓으신 단어 attraction(매력, 유혹, 끄는 힘 등)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사자성어에 나오는 월왕 구천이 패전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오왕 부차에게 바쳤다는 절세미인 서시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서시는 가슴앓이라는 병 때문에 늘 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하는데, 서시의 그런 모습도 칭송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여인네들이 모두 서시를 흉내내느라 찡그리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서시의 사례에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후광효과(halo effect)를 끌어내고, 나아가 디드로효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후광효과가 일어나는 원인은 사람들의 선택적 기억이 작용한다는 점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옛중국인들의 지나친 과장을 걸러내지 않은 점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서시의 놀라운 미모를 비유하는 침어(侵魚) 서시라는 별칭이 나온 유래-서시가 물가를 거닐자 물고기조차 지느러미 움직이는 것을 잊어 버려 바닥에 가라앉았다는-를 인용하면서 생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을 것일까요? 영어단어에 담겨 있는 의미를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또한 그 단어의 유래까지 덤으로 읽을 수 있으니 책읽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말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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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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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극장가에서는 <명량>이 단연 화제라고 합니다. 하루관객 100만을 돌파하는 등,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이 관람하여 역대 최단기간 1천만 관객을 동원할 것이 확실시되며, 우리나라 영화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우려가 촉매가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도 더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만 영화 <명량>은 명량대첩을 중심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임진왜란에서 남해안을 굳게 지켜 호남지방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이 정유년 왜군이 재침해왔을 때는 누명을 쓰고 백의종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순신장군을 대신하여 원균이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고 있었는데, 왜군과의 전투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조선의 수군이 궤멸하고 말았습니다. 조정에서는 이순신에게 다시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기지만, 왜의 수군에 저항할만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330척의 왜선을 울돌목으로 끌어들여 단 12척의 배로 대승을 거두면서 전세를 역전시켜 조선의 운명을 지켜낸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영화 <명량>이 개봉되는 것과 함께 서점가에도 임진왜란 동안 치룬 스물세번의 해전을 모두 승리한 기록을 묘사한 소설 <이순신 불멸의 신화>가 출간되었습니다. 역사 고증이 트레이드 마크인 조정우 작가가 2년여 간 이순신장군 관련 역사자료 자료를 분석하여 특히 바다에서 펼쳐진 전투상황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순신장군의 발자취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온 바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붙든 화두는 해상 전투의 전술과 전개과정이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고 합니다. 옥포, 사천, 당포, 당항포, 한산, 안골포, 부산포, 명량, 그리고 노량에 이르기까지 구국 성전(救國 聖戰)이라 할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인 해전을 마치 다큐멘터리방송이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둘러싼 인간관계보다는 전투 중심이다 보니, 일본과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군량미와 탄약 등 군수품 조달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대비한 흔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육군을 궤멸시킨 조총이 조선 수군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 이유라든가, 왜선이 대포를 탑재하지 못한 이유, 해전에서 중요한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시점, 남해안의 지형지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진 해역의 지리적, 시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함대의 전술 운용을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순신장군은 왜 함대와 첫 번 조우한 옥포해전에서 일자진으로 왜의 조총을 무력화하는 전술을 보여줍니다. 조선 함선에 탑재된 지자총통은 조총보다도 사정거리가 길지만 재장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일자로 늘어선 배들의 함수를 180도 전환시켜 다가서는 왜선에 포격을 이어갈 수 있는 것으로 해결하는 뛰어난 용선술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포구가 좁은 적진포에서는 일자진을 펼칠 수 없는 지리적 상황을 고려하여 함대를 일렬로 세우는 장사진을 펼쳐 빠르게 다가서면서 포격을 이어가는 전술로 왜선을 격파합니다. 사천해전에서는 정자진을, 한산해전에서는 학익진으로 왜함대를 격멸하였다는 것입니다. 정자진이나 학익진은 전술개념이 금새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저자께서 함대전술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달달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하고 전쟁터가 무대가 되고 전투장면을 주로 그려내다 보니, 전체적으로 건조한 느낌이 남습니다만, 다큐멘터리 형식에 가깝다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투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순간을 읽으면서 손에 땀이 잡히고, 특히 명량해전에서 사력을 다해서 저항하다가 조류가 바뀌어 승전의 기선을 잡는 순간에는 코끝이 찡해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수세로 몰리기만 하던 전장의 상황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용병술을 읽으면서 나라사랑을 다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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