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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사람이다 - 옷이 말하는 문화와 역사 읽기
송명견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사람이 생활하는 기본요소로 의․식․주(衣․食․住)가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 기본요소들 가운데 인간에게 꼭 필요한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어떤 순서가 될까요? 우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먹어야 살 수 있었을 터이니 식(食)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였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쉽지 않지만 비나 눈, 추위는 물론이고 위험한 동물로부터 안전하려면 주(住)가 다음이 아닐까요? 그 다음이 의(衣)가 되는데, 보온을 하고 외상을 방지하는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식․주․의(食․住․衣)가 아니고 의(衣)가 제일 앞에 오게 된 사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역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몸을 가리는 일이었다고 하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는 것이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곳을 가린다는 것, 나의 지위를 나타내고 싶다는 욕망, 즉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위가 먹고 사는 일보다 우선하게 된 문명화된 사회에서 순서를 정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있어 옷이 그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송명견교수님의 칼럼집 <옷은 사람이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옷’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바로 사람을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옷’이라는 우리말을 세로로 길게 늘여 보면 사람 모습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던 옷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풀어내고 있습니다. 패션관련매체는 물론 경제지에 발표된 칼럼들을 모으다보니 칼럼을 쓰던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일을 의복과 연관을 짓고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합니다. 이미 발표된 칼럼에 더하여 이 책을 위하여 쓴 글도 있어서 옷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읽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옷의 역사는 물론 패션의 힘에 관한 글도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만, 특히 과학의 시각으로 옷을 관찰하는 글은 의학을 전공한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얻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옷을 입으면 하루에 148.16kcal의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고 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더하여 ‘의복처방’을 더하면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병원에서도 의류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즉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이 입는 의복의 실용성보다도 질병의 종류에 따라서 적절한 의류를 사용하고 소독을 포함한 관리 역시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제안입니다. 앞으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한 내용도 있습니다. 아직도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노란리본은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색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제는 검정색 리본을 달아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동아일보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로 193명의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의 애도분위기를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타인에게 슬픔을 강요하거나 남의 일상생활에 손가락질을 하며 죄의식을 불어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2014년 8월 9일자 기사, ‘[박정자의 생각돋보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역시 쿨했다.’) 그런데 세월호가 침몰하고서 온 세상이 조문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하루 끼니가 어려운 분들이 생겼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의 애통하고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도 고려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전통 복장에서부터 근대화 이후에 들어온 서양의 복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복의 역사를 챙겨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복식의 전문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과 스케치 등을 곁들이고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