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지식을 삼키다 - 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 읽기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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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노진서교수님의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를 받고서, 최근에 읽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71036>을 떠올렸습니다. 현대 미국에서 쓰고 있는 영어 단어의 유래를 미국의 역사와 엮어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입니다. 어쩌면 비슷한 형식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30개의 영어단어로 구성된 책내용 가운데 첫 번째 단어 ‘attraction’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독특한 기획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는 이미 <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http://blog.joins.com/yang412/13068809>에서 만화로 별도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독특한 기획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는 모두 서른 개의 단어를 각각 ‘삶 속에서(in vivo)'와 ’세상 속에서(in situ)‘라는 영역으로 나누어 배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영역에 속한 단어들은 알파벳 순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들을 거슬러 올라가는 크루즈 여행은 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강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곳까지 가는 동안에 마주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들, 만나게 되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듣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세계의 유명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크루즈여행은 제한된 구역을 항해하기 마련이고, 그 강의 발원지까지 거슬러가는 경우는 드물 것 같습니다. 6,210k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는 미시시피강에서 크루즈선을 탄 적이 있습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였으니 아마도 중류지역일 것입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살 때, 미시시피강이 시작되는 곳 아이태스카호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북아메리카대륙의 한 가운데를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강도 그 시작은 작은 호수였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숲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그 사연을 캐어 들어가다 보면 과거로 거슬러가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비록 영어단어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만, 내용은 양(洋)의 동서를 가르지 않았으며 다양한 장르에서 화제를 끌어와 단어에 투영된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이 책을 통홰서 단순히 그러한 단어들의 내력만을 알려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어의 근원을 찾아가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동시에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일면 이것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이야기들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예쁘면 다 돼’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달아놓으신 단어 attraction(매력, 유혹, 끄는 힘 등)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사자성어에 나오는 월왕 구천이 패전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오왕 부차에게 바쳤다는 절세미인 서시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서시는 가슴앓이라는 병 때문에 늘 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하는데, 서시의 그런 모습도 칭송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여인네들이 모두 서시를 흉내내느라 찡그리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서시의 사례에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후광효과(halo effect)를 끌어내고, 나아가 디드로효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후광효과가 일어나는 원인은 사람들의 선택적 기억이 작용한다는 점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옛중국인들의 지나친 과장을 걸러내지 않은 점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서시의 놀라운 미모를 비유하는 침어(侵魚) 서시라는 별칭이 나온 유래-서시가 물가를 거닐자 물고기조차 지느러미 움직이는 것을 잊어 버려 바닥에 가라앉았다는-를 인용하면서 생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을 것일까요? 영어단어에 담겨 있는 의미를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또한 그 단어의 유래까지 덤으로 읽을 수 있으니 책읽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말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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