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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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극장가에서는 <명량>이 단연 화제라고 합니다. 하루관객 100만을 돌파하는 등,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이 관람하여 역대 최단기간 1천만 관객을 동원할 것이 확실시되며, 우리나라 영화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우려가 촉매가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도 더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만 영화 <명량>은 명량대첩을 중심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임진왜란에서 남해안을 굳게 지켜 호남지방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이 정유년 왜군이 재침해왔을 때는 누명을 쓰고 백의종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순신장군을 대신하여 원균이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고 있었는데, 왜군과의 전투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조선의 수군이 궤멸하고 말았습니다. 조정에서는 이순신에게 다시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기지만, 왜의 수군에 저항할만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330척의 왜선을 울돌목으로 끌어들여 단 12척의 배로 대승을 거두면서 전세를 역전시켜 조선의 운명을 지켜낸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영화 <명량>이 개봉되는 것과 함께 서점가에도 임진왜란 동안 치룬 스물세번의 해전을 모두 승리한 기록을 묘사한 소설 <이순신 불멸의 신화>가 출간되었습니다. 역사 고증이 트레이드 마크인 조정우 작가가 2년여 간 이순신장군 관련 역사자료 자료를 분석하여 특히 바다에서 펼쳐진 전투상황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순신장군의 발자취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온 바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붙든 화두는 해상 전투의 전술과 전개과정이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고 합니다. 옥포, 사천, 당포, 당항포, 한산, 안골포, 부산포, 명량, 그리고 노량에 이르기까지 구국 성전(救國 聖戰)이라 할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인 해전을 마치 다큐멘터리방송이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둘러싼 인간관계보다는 전투 중심이다 보니, 일본과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군량미와 탄약 등 군수품 조달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대비한 흔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육군을 궤멸시킨 조총이 조선 수군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 이유라든가, 왜선이 대포를 탑재하지 못한 이유, 해전에서 중요한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시점, 남해안의 지형지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진 해역의 지리적, 시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함대의 전술 운용을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순신장군은 왜 함대와 첫 번 조우한 옥포해전에서 일자진으로 왜의 조총을 무력화하는 전술을 보여줍니다. 조선 함선에 탑재된 지자총통은 조총보다도 사정거리가 길지만 재장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일자로 늘어선 배들의 함수를 180도 전환시켜 다가서는 왜선에 포격을 이어갈 수 있는 것으로 해결하는 뛰어난 용선술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포구가 좁은 적진포에서는 일자진을 펼칠 수 없는 지리적 상황을 고려하여 함대를 일렬로 세우는 장사진을 펼쳐 빠르게 다가서면서 포격을 이어가는 전술로 왜선을 격파합니다. 사천해전에서는 정자진을, 한산해전에서는 학익진으로 왜함대를 격멸하였다는 것입니다. 정자진이나 학익진은 전술개념이 금새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저자께서 함대전술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달달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하고 전쟁터가 무대가 되고 전투장면을 주로 그려내다 보니, 전체적으로 건조한 느낌이 남습니다만, 다큐멘터리 형식에 가깝다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투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순간을 읽으면서 손에 땀이 잡히고, 특히 명량해전에서 사력을 다해서 저항하다가 조류가 바뀌어 승전의 기선을 잡는 순간에는 코끝이 찡해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수세로 몰리기만 하던 전장의 상황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용병술을 읽으면서 나라사랑을 다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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