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이런 장난도 친다.
"채원아, 네 방으로 가위 찾으러 가도 될까?"
"언제요?"
"내일모레 3시 반, 예약하는 거야."
그러면 아이는 까르르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온다.
내가 딸에게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서다. 예고 없이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 무례하듯 소통

최근 해외 소셜미디어에 ‘젠지스테어(GenZ star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GenZ(2세대)‘와 ‘stare(응시)‘의 합성어로, 2세대가타인을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모습을 뜻한다.
이는 비단 해외 Z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2세대도다를 바 없다. 직장이나 카페 등에서 상사나 점원이 질문을 해도 바로 대답하지 않거나, 아무 말 없이 뚱한 표정으로 상대를바라보는 2세대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매장에서 점원이
"영수증 드릴까요?" 혹은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도대부분 대꾸 없이 멍하니 보거나 딴청을 피운다.

‘사소성의 법칙‘도 그중 하나다. 파킨슨은 엄청난 자본이 소요되는 원자력 발전소 설계를 위한 토론에는 5분이 소요되고,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할 위치를 정하기 위한 토론에는 2시간이소요되는 사실을 발견했다. 언뜻 보기에도 갸우뚱한 현상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파킨슨은 이런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잘 모르기에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짧은 논의 끝에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결론에도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자전거 보관소 설치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자전거 거치대의 색깔과 모양으로까지 확장된다. 파킨슨은 이런이유로 사안의 중요도와 토론 시간이 반비례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는 어떤 사안에 대해 시간을 들여 이야기하다 보면, 그 일이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작동한다. 생생해질수록 중요해 보이고, 중요해 보일수록 더 그럴듯하고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 뇌는 쉽게 떠올릴 수 있고, 말로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진실에 가깝다고 착각하기 쉽다. 우리가 믿는 수많은 ‘그럴듯한 거짓, ‘잘못된 진실‘은 바로 이런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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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원을 하나 그려놓고 타스케 팀장 자신도 자기 컵을 그린 거라고하더라고. 그러면서 이런 이야길 했어. ‘저도 컵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제그림과 여러분의 그림 사이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보는 각도가 달랐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분은 실제로 여러분 눈에 보이는 대로 이렇게 사다리꼴을 뒤집어놓은 모양으로 그리신 반면에, 저는제 컵을 위에서 본 탓에 원으로 그렸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우리 중에그 누구도 틀린 사람은 없습니다."

이 부장님껜 소중하기 그지없는 어머니가 저에겐 별 상관없는 아주머니일 뿐이듯 제게는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가 이 부장님껜 그냥 복도에서 스쳐 지나갈 만한 아주머니일 뿐이란 거죠. 문제는 청소부아주머니를 그냥 아주머니로 보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어머니로 보는가하는 건데......
"타스케 팀장은 그분을 그냥 청소부 아주머니가 아닌 ‘누군가의 어머니‘로 봤다는 말이군요."

타스케 팀장은 사고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우리가보는 각도에 따라 컵이 원이 될 수도 있고 사다리꼴 모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어떤 정보를 다루면서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잊어버린다는 거지. 그때 타스케 팀장이이런 말도 했어.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모든 사물과 사건, 그리고 모든 현상들 중에 단면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입체적이죠. 입체적인 것은 입체적으로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그 사실을 잊는 것 같습니다. 지금 회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지금 현상의 한 단면만 다루고 있어요. 우리 눈에 사다리꼴로 보인다고 원처럼생긴 부분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타스케 팀장님이 일을 하는 원리는 대단히 간단해요. 팀장님은 ‘더깊은 생각‘, ‘뭔가 다른 생각‘을 방해하는 모든 것과 타협하지 말라고 말씀하세요. 그것들이야말로 통찰력에 이르는 데 가장 끔찍한 걸림돌이기때문이에요. 편견, 상식, 각종 쓸데없는 법칙,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고정관념이 그런 것들이죠.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더 이상의 생각을하지 않게 되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면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기회를 잃게 되니까요. 프로세스도 마찬가지죠. 제아무리 정교하게 디자인된 프로세스라 하더라도 그 프로세스에서 요구하는 생각만 하게 된다면, 프로세스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다른 식의 가능성을 검토해볼 기회가사라지고 말겠죠. 그렇기 때문에 그 역시 우리의 통찰에는 도움이 되지못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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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은 ‘배움‘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언젠가 팀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배운다는 것은 얌전히 앉아서 누가 가르쳐주는 것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야.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잘 어우러져 새로운 생각으로 빚어지는일종의 ‘생각의 삼투‘ 과정이지. 그래서 그의 생각을 귀담아 잘 들어보고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잘 견주어본 후, 그를 통해 자신의 결론에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타스케 팀장님은 당신 얘기도 무턱대고믿지 말라고 하세요. 자신도 그저 한 사람의 마케터일 뿐이니까. 우리들의 생각과 끊임없이 삼투시켜보라고 주문하시죠. 그렇게 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자기에게도 꼭 말해달라고 말씀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장 예측을 듣는 것은 시간 낭비다.
정말로 중요한 사실들에 대한 당신의 판단을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하다.
TV에 나온 해설자(전문가)들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그럴듯한 의견을 밝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미키 맨틀Mickey Mantle,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이 했던신랄한 비판이 떠오른다.
"방송 부스에 들어가면 경기가 쉬워 보인다."
워런 버핏 Warren Edward Buffett

그는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들이 무엇을 할 수있고 무엇을 하게 될지에 대한 관점이 부족했다고 술회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흔히그렇듯, 현재를 평가하느라 미래를 내다보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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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다정한 마음이 유독 귀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조금 쓸쓸하던 차에 거짓말처럼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빵집에서는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다양한 빵에 얽힌 사연들이 저마다의 맛과 향기로 은은하게 스며드는 소설입니다. 일상의 관계가 어려운 미스터리처럼 다가올 때 오사카골목에서 불빛을 밝히고 있는 빵집 ‘노스티모‘의 문을 열어보세요. 분명 이스트를넣은 반죽처럼 마음이 포근하게 부풀어 오를 거예요. 이제 막 구워낸 맛있는 이야기를 어서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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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주의자의 감각 -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사소한 기적들에 대하여
김이나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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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의 반대말은 ‘불완전‘이나 ‘불완벽‘이 아니라 ‘만족‘이라고 한다. 얼마나 만족할 줄 아느냐가 오히려 스스로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완벽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신기루 같은 것이어서 때로목적지를 잃게 한다. 완벽해지려다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못하고 0에 머무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보았다. 그러나 꾸준함은 내 손과 발로 가닿을 수 있는 현실이다. 그렇게 매일 꾸준히 하는 재능이 도리어 완벽에 가까운 예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부터도 오염된 언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낄낄대며 버릇처럼 쓰던 말의 기원을 알고 뜨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뜨끔했을 때 멈추지 않은 말은 기생충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우리 안의 무언가를 무감각하고 오작동하게만든다. 옷차림 하나에 행동이 달라지는 마당에 매일 쓰고사는 말인데 오죽하겠는가.
욕설 하나, 비속어 하나 쓰지 않는 걸어다니는 표준어사전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영혼을갉아먹는 오염된 단어로부터는 나를 지켜야겠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고 너무 소소해서굳이 ‘행복‘의 카테고리에넣어주지 않는 일들이 우리에겐 있다.
(나에게는 단골 커피 매장의 쿠폰 도장이 쌓여가는 걸 보는 게그중 하나다.)그것들을 느낄 때마다 ‘행복해‘라고 인지해주면,
더 많은 행복이 자꾸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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