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BTS 개인의 이야기를 본다고 생각해요.
BTS가 점점 인기를 얻었던 2015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캐릭터가 아닌 진짜 BTS로 보는 거죠. 그 부분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공감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우리에게 동반자 같은 존재예요." (Giuliana, 23세, 이탈리아, 베를린 공연장 인터뷰)

이런 개인의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이 지점이 바로 팬들이 멤버들의 진심(sincerity)을 느끼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RM이 아닌 인간 김남준의 생각과 고민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단순히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자신과 같은인간으로 느끼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 자세히살펴보겠지만 BTS는 강력한 세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진실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트랜스미디어에서 래빗홀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없애고 수용자가 극대화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하게 하는 장치다. ‘미드‘ 속작가의 소설이 실제 출판되거나 ‘한드‘ 속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실제 출시되는 식이다. 픽션 속 인물이나 단체가 실제 SNS 계정을운영하는 식으로 픽션의 세계와 현실을 잇는 장치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장의 도입부에서 내가 방문한 서울대 폐수영장에서의몰입감이 바로 이런 경험이다.
트랜스픽션의 세계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래빗홀을 지닐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플랫폼에서 동시다발적인 래빗홀을 사용할 수도 있다.

셋째, 각 텍스트는 외부 텍스트 혹은 다음 서사를 기대하게 만들며, 팬들에게 ‘떡밥‘이라고 불리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부활절의 달걀 찾기처럼, 제작자가 작품 여기저기에 숨겨놓고 팬들에게 찾게 만드는 암시의 장치다. 떡밥은 다음이야기에 대한 예고 혹은 수수께끼의 역할을 함으로써 무엇보다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마블의 영화 세계에서 영화의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 삽입되는 쿠키 영상이 바로 가장 노골적인 이스터 에그라고 할 수 있다. 미리 던져진 ‘떡밥‘
이 만드는 이야기의 틈은 팬들에게 그 서사의 세계를 즐겁게 향유할 공간을 제공한다.

BTS는 이런 떡밥을 콘텐츠 곳곳에 숨겨놓는다. MAMA 공연에나온 단어들이 다음 앨범의 콘셉트를 보여준다거나, 유엔 연설의키워드였던 ‘Speak Yourself‘가 다음 투어의 주제였다거나, 연말영상에서 했던 말을 주제로 다음 앨범의 곡이 나오는 식이다. 이처럼 BU에는 다양한 진입 지점이 있는 데다 일단 들어가면 해독해야 할 수많은 ‘떡밥‘들, 상징들, 이야기의 조각들이 촘촘히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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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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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 23일경인 동지는 1년 중 낮의 길이가가장 짧은 날입니다. 동지가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고대인들은 동지를 해가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날로겨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부른 것도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태양이 부활하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설 다음가는 작은 설로 대접한 것이지요.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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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언어란 우리가 자연스레 익히는 습득(acquisition)이지, 수학처럼의도적으로 노력해 학습(learning)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실례를통해 보여줍니다. 이 말은 일상에서 대화하면서 익히거나, 즐거운 독서에 빠져드는 경지, 즉 몰입할 때 언어를 배운다는 뜻입니다. 영어를사용하지 않는 생활환경에서 크라센 박사의 주장은 중요한 점을 깨닫게 합니다. 교실을 벗어나면 영어를 접하기 어려운 우리가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책 읽기입니다.
다양한 소재, 다양한 수준, 다양한 장르를 읽으면 교재에 나오는 인위적인 문장이 아닌 실제적인 글(authentic text)을 접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작가들이 쓴 풍부한 어휘와 문체에 익숙해져 이를 자연스럽게기억하고, 자신의 언어로 사용합니다. 흥미에 따라, 인지발달 단계에따라 선택할 수 있는 책이 수없이 많습니다. 크라센 박사는 만화여도좋고, 잡지여도 좋다, 아이가 영어로 쓰인 책에 몰입하게 두라, 고 합니다. 교실에서 자율 독서가 어려운 우리로서는 대신 가정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게 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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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A의 머리는 스트레스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을것이다. 퇴사해야 하나? 이혼해야 하나? 그냥 죽음을 선택해야하나?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고? 그 순간 A의 무의식은 주인을구원해낼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마음속에 몰아치는 풍랑을일순간 잠재울 묘안이 떠오른 것이다. 새롭고 강력한 걱정거리를 만들어낸다. 완전히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것을 통해기존의 다른 걱정들에 신경 쓸 시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 무의식 덕에 A의 기존 걱정거리들은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물론 그들이 가장 처음에 입은 상처, 그것은 단연코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거나 학대와 방임을 일삼거나 외도하는 부모를 어린 그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나쁜 연인의 정체를 미리 알 수 없었다. 또 알게 되더라도 그런 상황을 처음 접한 그들은 나쁜 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나를 괴롭히는 상처는 처음에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동적‘으로 나에게 해를 입힌다. 그러나 무의식은 그것을 해결하려 애쓴다. 그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고 이전과 다르게 ‘능동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려 시도한다. 바로이 시도가 반복 강박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인 첫 연인으로 고통스러웠다면, 그후 만난 비슷한 연인을 변화시키거나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이전의 상처를 씻어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반복 강박에서 비롯된 시도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 또한 그랬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도힘든데, 상대방을 내 뜻대로 바꾸는 일이 과연 간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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