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A의 머리는 스트레스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을것이다. 퇴사해야 하나? 이혼해야 하나? 그냥 죽음을 선택해야하나?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고? 그 순간 A의 무의식은 주인을구원해낼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마음속에 몰아치는 풍랑을일순간 잠재울 묘안이 떠오른 것이다. 새롭고 강력한 걱정거리를 만들어낸다. 완전히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것을 통해기존의 다른 걱정들에 신경 쓸 시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 무의식 덕에 A의 기존 걱정거리들은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물론 그들이 가장 처음에 입은 상처, 그것은 단연코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거나 학대와 방임을 일삼거나 외도하는 부모를 어린 그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나쁜 연인의 정체를 미리 알 수 없었다. 또 알게 되더라도 그런 상황을 처음 접한 그들은 나쁜 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나를 괴롭히는 상처는 처음에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동적‘으로 나에게 해를 입힌다. 그러나 무의식은 그것을 해결하려 애쓴다. 그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고 이전과 다르게 ‘능동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려 시도한다. 바로이 시도가 반복 강박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인 첫 연인으로 고통스러웠다면, 그후 만난 비슷한 연인을 변화시키거나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이전의 상처를 씻어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반복 강박에서 비롯된 시도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 또한 그랬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도힘든데, 상대방을 내 뜻대로 바꾸는 일이 과연 간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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